서울에서 로켓배송 택배 기사로 7년을 일해오면서, 단 한 번도 투표하지 못했다는 서순원(49) 씨의 말이다.
서 씨는 3일 제21대 대선 본투표 장에서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제가 오늘 신선식품 배송이 많아서요. 정말 서둘러야 합니다."
그는 BBC 코리아와 인터뷰 중에도 그는 계속 시간을 확인했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투표할 권리가 있어요'
배송 노동자들은 이번 결정을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제주도에서 5년째 쿠팡에서 배송을 하고 있는 조신환 씨(47)도 "우리는 사전투표도 잘 못 해요. 일 끝나면 밤 8시가 넘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본투표 날에도 계속 일하니까 사실상 투표할 수가 없었죠"라고 말했다.
조 씨는 하청업체를 통해 쿠팡의 주간 로켓배송을 맡고 있다. 오전 9시에 일을 시작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빨리 끝나면 저녁 7시가 된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기사도 적지 않다. 식사 시간도 거르기 일쑤다. 그는 "빨리 끝내고 집에서 먹는 게 낫죠"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기자와 통화하는 내내 그는 배송 중이었다. 배송 단말기의 '삑삑'거리는 소리가 통화 중간중간을 채웠다. 그는 계단을 뛰어오르면서도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어렵게 시간을 내 인터뷰에 응했다.
지친 몸과 마음에도 '참정권'이라는 것은 그에게 참으로 소중했다.
"그래도 꼭 투표하고 싶어서, 예전엔 새벽에 억지로 일어나서 투표하고 바로 나왔어요. 그날은 잠을 4~5시간밖에 못 자는 거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억지로 움직인 거예요."
그런 그에게 이번 결정은 작은 변화였지만, 실질적이었다.
"이번에 그래도 이런 결정을 통해 부담이 좀 줄었어요.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당연히 투표할 권리가 있어요. 그걸 막아선 안 되죠. 누구든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권리잖아요."
그는 주변 동료들 중에도 그동안 총선이나 대선 등 중요한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던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배송 시간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다. 그는 "이번에는 그래도 조금은 여유가 생겨서 투표도 하고, 동료들이랑 끝나고 만나기로 했어요"라고 전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이번 결정을 반긴 것은 아니었다. 주간 배송이 쉬는 만큼 '수입이 줄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당 조치는 '주간 기사'에게만 해당되고, 야간 기사들은 여전히 전날, 당일, 다음 날 모두 로켓배송을 이어간다.
서 씨는 "하루 쉬고 나면 다음 날 물량이 많이 몰리는데, 몇 배로 쌓일 가능성도 있어서요. 쉬긴 해도 일 자체는 줄지 않죠"라며 걱정을 내비쳤다.
쿠팡은 고객 불편을 줄이고, 대선 당일 야간 근무자와 다음 날 근무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필수 상품 사전 주문'을 요청하긴 했지만, 물량 집중 우려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그는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조 씨 역시 "중요한 권리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게 첫걸음이에요. 이번에 저희가 목소리를 내서 얻은 권리잖아요. 기사님들도 이런 권리와 자유를 당연하게 누렸으면 좋겠어요."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74q7d59z90o
국민으로써의 권리를 쓸수있게 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