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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영화제 통해 독립영화 제작 지원
2022년부터 13편 수혜… 제작 마중물
4년 전 상금 쾌척 용도 최근 밝혀져

“제가 기부했다는 사실은 알리지 말아주세요.”
봉준호 감독이 2021년 들꽃영화제에 2억6,000여만 원을 쾌척하며 내건 조건이다. 기부금은 독립영화 제작 지원과 들꽃영화제 운영에 쓰였다. 들꽃영화제 핵심 관계자를 제외하면 산타클로스 같은 기부자의 이름을 아는 이는 없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제12회 들꽃영화제 시상식에서 봉 감독의 기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21년 삼성호암상 수상 상금(3억 원)을 독립영화 지원에 모두 내놓겠다고 밝힌 이후 4년 만이다. 들꽃영화제는 제작비 10억 원 이하 한국 저예산영화를 대상으로 매년 5월 열리는 행사다. 봉 감독 영화 ‘기생충’(2019)의 영어 자막을 담당했던 미국 출신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이 집행위원장이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독립영화 제작 지원 프로젝트 ‘Seeing Indie’ 선정자 발표와 지원금 수여식도 있었다. 1등 1명에 3,000만 원, 2등 2명에 1,000만 원이 각각 지급됐다. 들꽃영화제는 2022년부터 ‘Seeing Indie’를 운영하며 매년 5,000만 원을 지원해 독립영화 제작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봉 감독 기부금이 재원이었다. 오동진 들꽃영화제 운영위원장은 수여식 직후 “오늘로 재원이 모두 쓰였다”며 “감사한 마음에 봉 감독이 기부자라는 점을 밝힌다”고 말했다. 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가 나왔다. 4년 동안 ‘Seeing Indie’를 통해 제작 지원을 받은 독립영화는 13편이다.
봉 감독은 2021년 6월 제31회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한 후 상금을 독립영화쪽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가 낸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영화에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경계를 넓혀 온 독립영화의 창작자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함”이라고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상업영화로 성공한 유명 감독이 독립영화에 거금을 쾌척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 봉 감독의 기부 의사는 화제를 모았다. 봉 감독은 구체적인 지원 방식과 대상에 대해선 함구해 왔다.
조하나 들꽃영화제 책임프로듀서는 “봉 감독님이 한사코 기부 사실을 밝히지 마라고 강조했다”며 “지원작 선정은 영화제쪽에 철저히 맡겼고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만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오동진 운영위원장은 “익명 기부자를 밝히는 건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라며 “(독립영화에 대한) 영화계 명망가들의 투자나 후원을 유도하려한 정책적 발언이었다”고 밝혔다. 2억6,000여만 원은 상금에서 세금을 제한 금액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