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NYT "모든 게 부모 책임…美 M세대가 아이를 안 낳는 이유"
3,455 39
2025.05.31 18:14
3,455 39
밀레니얼 세대가 아이 갖는 걸 두려워하는 이유
 
"미국에선 아이 가지기가 '기본값'이 아니라 '선택'이 됐다. 아이는 오직 완벽한 조건에서만 고려한다. 많은 저축, 탄탄한 커리어, 완벽한 배우자, 그리고 "자식에게 100%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는 확신" 이 있어야 한다."
 
/미칼 라이보위츠 뉴욕타임스 기자
 
 
 
부모는 자식을 망친다.
의도치 않아도 그렇게 된다.
부모의 단점을 자식에게 채워 넣고
특별히 너만을 위한 단점도 더한다.
 
- 필립 라킨 시 '이것이 경구일진대' 중에서
 
이 시 구절을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필립 라킨의 시는 가상의 현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명문이다. 작년, 배 속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을 때 나는 시의 세 번째 연을 다시 읽었다.
 
인간은 인간에게 불행을 물려준다.
대륙붕처럼 깊어지기만 한다.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라.
그리고 아이는 절대 갖지 마라.
 
밀레니얼과 Z세대 경계에 선 우리 세대에게 부모 되기만큼 불안한 선택도 없다. 2023년 미국 출산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아이를 늦게 갖거나 적게 갖는 사례가 늘었을 뿐, 아예 포기하는 경우는 적다고 해도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무자녀 계층이 될 전망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둘째, 맞는 파트너를 찾기 힘들다.
셋째, 커리어를 우선시한다.
 
기후위기에 낙태권 박탈, 모성에 대한 문화적 경고까지. 결국 "이 망가진 세상에 아이를 낳는다는 건 잔인한 일"이라는 생각이 팽배해졌다.
 
모든 설명이 일리가 있지만, 우리가 간과한 핵심이 하나 더 있다. 최근 수십 년간 미국인은 '피해'와 '트라우마'의 정의를 확장해왔다. 과거에는 삶의 일부로 여겼던 감정적 갈등까지도 이제는 '학대'로 규정한다. 성인 자녀가 부모와의 관계를 끊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아동학대 같은 중대 사유뿐 아니라 "가치관 차이", "유해한 관계", "내 감정을 이해 못 해줘서" 같은 이유도 공개적으로 제시한다.
 
이런 문화적 변화가 '불가능한 부모 기준' 을 만들었다. 현대 부모는 자식에게 먹고 살 틀을 마련해줄 뿐 아니라 성공적인 커리어 출발을 책임져야 하고,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그들의 정신건강과 행복까지 전담해야 한다. 결국 우리 세대가 부모 되기를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는 이것이다. 우리 자신도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는 기준을 부모에게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부모란 원래 그런 존재다
 
2010년, 내가 14살이 되던 해 미국 10대 여자아이의 자해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텀블러(소셜미디어)와 스냅챗, 스마트폰에 중독된 첫 세대다. 나는 정서 기복이 심한 청소년이었고, 14살엔 섭식장애에 시달렸다. 20대 초반에는 우울증에 빠졌다.
 
내 고통은 특별할 게 없었다. 미국인의 9%는 평생 한 번씩 섭식장애를 경험한다. 30%는 우울증에 시달린다. 특별한 건 내가 그 고통을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상담사와 인터넷, 치료 문화의 도움으로 나는 "모든 문제의 뿌리는 부모에게 있다" 는 결론에 도달했다. 첫 상담사는 내 가족을 이렇게 진단했다. "종교적 신념과 높은 기대? 그건 통제욕구입니다"
 
심리학자 조슈아 콜먼은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물론 부모 탓일 때도 있다. 하지만 유전, 시대적 환경, 우연한 불운도 영향을 준다"고 경고했다.
 
정신질환의 유전·생물학적 요인이 부각되면서 부모 탓은 줄었지만, 사회학자 애슐리 프롤리가 지적하듯 '수많은 연구가 부모의 사소한 선택(분유 vs 모유 수유, 이유식 방법)까지 자녀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밀레니얼·Z세대는 타 세대보다 심리상담을 더 많이 받는다. 치료 문화는 이제 우리 삶의 토대가 됐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의 비판이 날카롭다. "기능장애 가족이 뭐죠?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가족이에요. 그걸 어떻게 알까요? 현재 상황을 보면 되죠." 현재의 모든 어려움은 '숨겨진 어린 시절 트라우마' 의 증거로 해석된다.
 
유튜브와 틱톡에선 #내면아이치유 해시태그와 함께 이런 주장이 난무한다. "아동기 트라우마는 학대나 사고만이 아닙니다" "무시당하거나 듣지 못해도 트라우마입니다" 조회수 100만 회 영상은 이렇게 단정한다. "엄격한 부모는 사실 학대 부모입니다. 그들이 우리 어린 시절을 앗아가 내성적으로 만들었죠"
 
다리를 떠는 습관조차도 트라우마 증상으로 몰리는 세상이다. 고통받는 젊은이에게 이런 설명이 계속 쏟아지면, 로맨스 실패부터 커리어 좌절까지 모든 실패의 뿌리를 부모 탓으로 돌리기 쉽다. 특히 부모 역시 사랑하면서 우리를 아프게 했다는 사실이 그 믿음을 굳힌다.
 
◇인간은 인간에게 고통을 전한다
 
아이러니한 건 미국 부모들이 역사상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콜먼 박사가 설명하듯 그들은 취미와 수면, 친구 관계까지 포기하며 자식의 성공을 도모한다. 2000년대 직장엄마는 1970년대 전업 엄마보다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특히 중상층 엄마들은 육아서를 탐독하고, 유기농 식품을 고르고, 발달 장난감을 사들였다. PFAS 없는 기저귀를 찾는 게 일상이 됐다.
 
그런데 정작 성인 자녀는 부모를 탓하기 일쑤다. 2019년 코넬대 연구에 따르면 성인 미국인 27%가 가족과 절연한 경험이 있다. 가장 흔한 게 부모-성인자녀 관계였고, 90% 이상이 자녀 쪽에서 관계를 끊었다. 이 추세는 더 강해지고 있다.
 
물론 학대 피해자가 가해 부모와 관계를 끊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과거에는 하찮은 일로 여겼던 이유로 부모를 배제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점이다. 뉴요커 기자가 확인한 절연 사유는 이렇다. "부모가 내 감정을 무시했다", "형제만 편애했다", "부모가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다" 가족 상담사 콜먼 박사는 "재정 갈등이나 정치적 견해 차이, 자녀 배우자에 대한 부모의 부정적 발언으로 절연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멀쩡한 부모가 버려지는 현실이죠"라고 증언한다.
 
역사학자 스테파니 쿤츠는 "과거 부모-자식 관계는 상호 의무로 이뤄졌다"고 말한다. 부모는 자식을 키울 의무가 있었고, 자식은 부모를 공경하고 노후를 보살필 의무가 있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콜먼 박사가 지적하듯 "현대 성인 자녀의 논리는 간단하다. '부모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면(그 기준은 점점 모호해지지만) 나는 너에게 아무 의무도 없다'"
 
결국 아이 키우기는 가장 불합리한 도박이 됐다. 엄청난 투자를 하더라도 성인 자녀가 당신을 배신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 고통뿐 아니라 "고통스러운 세상에 나를 낳은 선택 자체" 를 당신 탓으로 돌릴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달아나라
 
14살, 섭식장애와 싸우던 시절이다. 엄마는 휴가를 내어 내 옆에 붙어 앉아 식단을 관리했다. 나는 자두 한 알이 바나나보다 칼로리가 낮다고 우겼다. 그때의 나는 오직 자신의 고통에만 집중했다. 엄마가 퇴원시 받은 식단표를 들고 고민하는 모습만 희미하게 기억난다. 과일 5회, 곡류 11회—그녀는 내가 먹은 모든 걸 수첩에 기록했다.
 
아들을 임신한 겨울, 그 기억이 되살아났다. 부모의 시선으로 그때를 바라보는 건 처음이었다. 상담실에선 항상 내 감정만 탐구했지, 부모의 고통은 묻어둔 탓이다. 이제야 보인다. 내 뒷좌석에서 졸던 엄마의 피곤한 얼굴. 밤새 병원 홈페이지를 검색하던 그녀의 모습. 내가 먹으라며 권한 미네스트로네 수프(밀라노식 수프)를 억지로 떠먹던 모습.
 
배 속 아이가 살짝 차는 걸 느끼는 순간, 깨달았다. 부모의 사랑을 이제야 이해했다. 아이를 가지기 전, 친구가 "엄마와의 관계는 아이를 가져야 진짜 알게 돼"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더 근본적인 깨달음도 있다. 다른 생명을 위해 삶을 선택해야 그 의미가 달리 보인다는 사실 말이다.
 
아이를 가지지 않는 우리 세대의 변명은 뻔하다. "부모가 실패한 것처럼 우리도 실패할까 봐 두렵다." 하지만 정작 아이를 가져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어린 시절 상처가 나를 만든 건 사실이지만, 그게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과거에는 이 깨달음이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이어졌다. 부모와 자식의 영원한 갈등을 해소하는 안전장치가 있었으니까. "성인 자녀가 자신의 아이를 갖게 되면 부모를 이해하게 된다" 는 사실 말이다.
 
나는 2000-2010년대를 살아온 텀블러 세대다. 우리 세대는 열정적으로 "모든 고통의 근원은 부모다"는 교리를 퍼뜨렸다. 하지만 나는 정통 유대인 공동체에서 자라 다른 신념을 가졌다. 그중 하나는 "인생엔 당연히 아이가 포함된다" 는 생각이었다. 보수적인 가족 환경 덕분에 나는 당연히 아이를 가질 거라 여겼다.
 
아이를 가질까 망설일 때도 많았다.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육아와 커리어를 견딜 수 있을까" 남편도 고민이 컸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 대부분의 부모들이 해왔던 선택을 했다. "의심을 접어두자. 우리만 고민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닥쳐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이 특권인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내 공동체에서 벗어난 미국에선 아이 가지기가 '기본값'이 아니라 '선택'이 됐다. 아이는 오직 완벽한 조건에서만 고려한다. 많은 저축, 탄탄한 커리어, 완벽한 배우자, 그리고 "자식에게 100%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는 확신" 이 있어야 한다. 물론 그런 보장은 불가능하다. 우리 부모도 그걸 해내지 못했다.
 
*라이보위츠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편집을 담당한다.
목록 스크랩 (3)
댓글 3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프라이메이트> 강심장 극한도전 시사회 초대 이벤트 53 01.08 35,503
공지 서버 작업 공지 1/11(일) 오전 1시 ~ 오전 1시 30분 [완료] 01.10 3,724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25,940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209,96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58,32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517,694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5,95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4,00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4,4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4 20.04.30 8,474,81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15,01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8700 이슈 현재 일본 SNS상에서 공격받고 있는 일본 국회의원. 08:14 71
2958699 유머 영포티들이 참고하기 좋은 2026 유행어 모음 2 08:11 180
2958698 유머 투어스 무대에서 투어스보다 시강이라는 백인 댄서ㅋㅋ 2 07:59 735
2958697 이슈 트위터에서 논란 된 만삭임산부 출산전 남편 식사 프랩 준비 45 07:47 2,970
2958696 이슈 사진과 글에서 푸바오에 대한 애정 넘치는 에버랜드 류정훈 사진작가님 푸스타그램 (어제 선슈핑에서 찍으신 푸야 모습들) 5 07:47 735
2958695 이슈 호그와트 각 기숙사별 반장들의 신입생 환영인사(스압) 3 07:43 440
2958694 정보 같이 여행다녀온 에스파 카리나 있지 류진 배우 한수아 1 07:38 1,280
2958693 이슈 이민자 증가율 2위가 한국 19 07:38 2,127
2958692 이슈 SBS 금토 드라마 모범택시 시청률 추이 9 07:38 1,353
2958691 기사/뉴스 중국의 한한령 해소에 매달릴 필요 없는 이유는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5 07:28 787
2958690 정보 신한플러스/플레이 정답 3 07:01 219
2958689 유머 허경환: 저 어떡할거에요오〜 나 어뜩할건데 나아아 38 06:50 4,229
2958688 이슈 승헌쓰 상상도 못한 근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twt 6 06:47 2,385
2958687 기사/뉴스 (단독)쿠팡이츠 '1위' 비결?…조리시간 초과 땐 점주가 '음식값 부담' 33 06:15 3,028
2958686 이슈 24년 전 오늘 발매된_ "난 사랑에 빠졌죠" 06:14 333
2958685 이슈 지금 한창 상영, 방영 중인 각각 다른 작품 OST 두 곡 연달아 낸 여돌....(만약에 우리, Love Me) 06:04 740
2958684 이슈 방금 처음으로 음방 사녹한 롱샷 역조공품 7 06:01 1,246
2958683 이슈 아스트라 필름 어워즈 호러/스릴러 부문 연기상에서 나온 최초 기록 8 05:02 1,183
2958682 기사/뉴스 션, 정혜영 쏙 빼닮은 미모의 막내딸 공개 "주위에서 배우시키라고 해" [전참시] 4 04:44 7,172
2958681 유머 새벽에 보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괴담 및 소름썰 모음 117편 2 04:44 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