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뉴스에서는 기후변화와 양극화에 대한 소식이 연일 흘러나온다. 세계는 전쟁으로 불안해지고 기후는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날뛰고 있다. 각 국가에서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혐오와 불신으로 인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세상을 보고 있으면 우리의 미래에 희망을 갖는 게 어려워진다. 미래에도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온전히 영위하며 살 수 있을까?
넷플릭스의 첫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은 이런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영화가 소개하는 2050년의 서울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도시의 네온사인이 홀로그램으로 바뀌긴 했지만, 세운상가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이고 서울로7017은 서울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노들섬은 새로운 공연장으로 자리잡았고 종로도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2050년이면 지금으로부터 25년 뒤다. 지금으로부터 25년전인 2000년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달라질 것은 엄청나게 달라졌지만, 그대로인 것들은 또 그대로다. 예를 들어 25년전의 63빌딩은 현재에도 여전히 그대로이고 부산 광안대교 역시 25년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불안해하는 것과 달리 평온하고 별일이 없을 수도 있다. '이 별의 필요한'은 이를 전제로 하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별에 필요한'은 어릴 떄 화성탐사대원이었던 엄마를 잃은 난영(김태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성인이 된 난영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연구원이 됐고 4차 화성탐사에 참여할 수 있기를 원한다. 어느날 난영은 엄마가 남기고 간 LP플레이어를 수리하기 위해 세운상가를 찾았고 거기서 전자제품 수리를 하는 제이(홍경)를 만난다.
제이는 한때 밴드에 소속돼있었지만, 현재는 음악을 하지 않고 있다. 제이와 난영은 LP플레이어를 수리하다가 가까워졌고 그렇게 연인으로 발전된다. 그러나 난영은 화성탐사대에 참여하게 됐고 그렇게 연인의 갈등은 시작된다.

'이 별에 필요한'은 2050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의 멜로영화 같은 감성을 선사한다. 디지털 시대의 끝에서 아날로그의 멜로를 표현하는 색다른 시도를 한 것이다. 현재 한국영화에서는 멜로를 온전히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연인간의 사랑 자체가 아날로그의 애틋함을 타고 커져가는 것인 만큼 모든 것이 빨라진 사회에서는 아날로그의 애틋함이 자칫 구태해 보일 수 있다.
'이 별에 필요한'은 미래사회에서 아날로그의 멜로를 표현하기 위해 지구와 화성의 거리를 적절하게 사용한다. 제 아무리 미래사회라도 지구와 화성의 머나먼 거리는 상쇄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이 별에 필요한'은 이 머나먼 거리를 통해 '롱디커플'(장거리연애 커플)의 애틋함을 표현한다. 디지털 사회에서 '롱디'의 애틋함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지구와 화성 정도의 거리는 돼야 하는 모양이다.
'이 별에 필요한'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수준급 배경 작화에 있다. 사이버펑크 장르의 상상력을 가지고 있지만, 어둡거나 우울하진 않고 서울의 익숙함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NASA나 화성, 혹은 난영의 내면을 보여주는 작화 역시 대단히 창의적이고 웅장하다.
'이 별에 필요한'은 지난 27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기자시사를 진행했다. 극장의 대화면으로는 작화의 웅장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영화의 웅장한 작화를 느끼고 싶다면 대화면 TV가 필요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이 영화의 배경 작화는 수준급이다.
아쉬운 지점도 있다.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지구와 화성의 '롱디'가 좀 더 아득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난영과 제이의 관계가 더 애틋해지기는 하지만, 우주를 사이에 두고 떨어진 연인이라면 시간을 초월하는 아득함을 표현할 필요는 있었다. 다시 말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지구와 화성의 거리감은 마치 '패스트 라이브스'의 서울과 뉴욕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 같은 거리감은 과학 유튜버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지구와 화성의 통신체감이나 화성의 환경 등에 대해 과학 인플루언서들의 활발한 토론이 일어날 수 있다. 나는 과학 인플루언서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해석할지 무척 궁금하다.
http://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558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