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유의 ‘꽃갈피’는 2014년 처음 나왔을 당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이어준 기발한 발상의 앨범이었다”며 “게다가 댄스와 일렉트로릭 음악이 주류를 이룰 때 가요 감성의 어쿠스틱 장르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의의를 부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첫 ‘꽃갈피’가 1980년대, ‘꽃갈피 둘’이 1990년대의 소환이었다면, 이번 ‘꽃갈피 셋’은 보다 가까운 과거로의 여행이다. 앨범에선 밴드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를 비롯해 박혜경의 ‘빨간 운동화’, 서태지의 ‘10월 4일’ 등 2000년대 음악의 선곡 비중이 높았다. 1974년 발표한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 1996년 곡인 화이트의 ‘네모의 꿈’이 조금 더 시간을 쌓은 곡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선곡에 있어 재밌는 선택이 있었지만 지극히 대중적 선곡과 해석이 담긴 앨범”이라고 평가한다.
사실 ‘꽃갈피’는 리메이크 계의 ‘절대 강자’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리메이크 곡이 쏟아지나 모두가 성공가도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최근엔 2AM이 장혜진의 ‘아름다운 날들’을, 밴드 루시가 나비효과의 ‘첫사랑’을, 범진이 드라마 ‘풀하우스’ OST ‘처음 그 자리에’의 리메이크 버전을 발표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100위권 내 차트 진입이 나날이 어려워진 시대에 신곡을 가지고 나온다 해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없게 됐다”며 “기획사 입장에선 이미 20~30년 전 대박이 난 검증된 곡이라면 위험 부담을 최소화해 어느 정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리메이크 싱글이 범람하게 됐다”고 봤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리메이크는 안전이 보장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이유처럼 리메이크 앨범을 내는 사례는 흔치 않다. 노래 한 곡과 앨범 한 장의 무게는 완전히 다른 데다, 리메이크 앨범의 경우 성공보단 실패 사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임 평론가는 “아이유라는 브랜드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는 유일하게 성공이 보장된 공식”이라고 했다.
2000년대 곡으로 앨범을 채운 것도 영리한 전략이었다. ‘꽃갈피 셋’은 1990년대 대중음악 황금기를 보냈고, K-팝 그룹 1~2세대의 음악을 향유했던 1980~90년대생을 겨냥했다. 정민재 평론가는 “지금의 주류 음악에서 멀어졌다고 볼 수 있는 40대에 접어든 1980년대 중후반 생까지 청자로 가져오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꽃갈피 셋’의 특징은 모든 곡에서 아이유의 서정적 목소리를 생생하기 살리기 위해 보컬을 ‘전진 배치’했다는 데에 있다. 오로지 목소리와 노랫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데다, 보컬리스트 아이유에게 전적으로 기댄 앨범이라는 의미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꽂고 음악을 들을 땐 아이유가 내뱉은 숨소리와 음절 사이의 휴지(休止)까지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방식은 촌스럽다. 전문가들은 그간 싱어송라이터 아이유가 지향했던 새로운 시도와 해석보다는 지극히 안정적이고 뻔한 편곡, 대중성을 택했다고 의견을 모은다. 얼터너티브 그룹 바밍 타이거와 함께 작업한 ‘미인’의 경우에만 실험성이 눈에 띈다.
임희윤 평론가는 “리메이크 앨범은 워낙 좋은 원곡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한계도 존재해 그것 자체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아이유라는 출중한 보컬리스트이자 신선한 음악을 들려준 싱어송라이터가 빈곤한 상상력에 기반한 편곡, 프랜차이즈 매장의 커피처럼 얄팍한 수법의 보컬 배치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정민재 평론가도 “앨범에 참여한 화려한 음악가 라인업에 비해 평이한 편곡, 원곡의 존재감을 지우지 못한 리메이크라는 인상이 짙다. 기존 곡을 아이유의 목소리에 잘 어울리게 만든 앨범”이라며 “매번 실험과 도전을 기대할 순 없지만, 이 음반에서 아이유의 역량이 발휘됐다고 볼 수는 없다. 대중이 좋아하는 안전 지향 선택을 한 앨범”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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