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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시끄러운 부산 여자’가 100만 유튜버 꿈꾸는 이유 [은유의 ‘먹고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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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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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 삭발할 결심을 하고 학교 두발 규정을 찾아봤다. 오호라! 귀밑 3㎝라고만 명시돼 있지 ‘귀 위’로는 제한이 없었다. 선도부장 선생님을 찾아갔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아토피가 심한데 두피에 약을 바르는 게 너무 아프다며 “입을 털고” 허락을 얻어냈다. 별명이 ‘빡빡이’가 되었다. 삭발의 홀가분함도 잠시뿐, 머리카락은 쑥쑥 자랐다. 그게 몸이 하는 일이었다. 헤어커트 비용 지출이 감당이 안 되어 바리캉을 구매해 학교로 받아두고는 석식을 먹은 아이들이 “회전초밥 돌듯 운동장을 돌 때” 그 앞에 앉아 머리카락을 밀곤 했다.

 

“머리를 미는 게 저한테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머리를 안 감는 게 좋았거든요.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대걸레 빠는 수도에 머리를 넣어 감고 나서 수건도 필요 없이 머리를 탁탁탁, 세 번 털면 깔끔해져요. 좀 더 많이 자도 되니까 그게 편했어요.”

 

헤어스타일만 튀었지 “조용한 아이”였다는 그는 1995년생 김가인이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쓰기보다 내 좋음, 내 욕망, 내 편의에 집중하는 재능이 남달랐다. 미술 시간에 자화상 그리기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부정적으로 닮게 잘 그렸다’는 칭찬을 받았다. 고2 말 즈음 미대 입시학원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훗날 인생 친구이자 업무 파트너가 될 동갑내기 방예린과 마주쳤다. 처음엔 데면데면했다. 교복 치마를 입었음에도 빡빡머리를 한 걸 보니 ‘쟤는 남자’라고 예린은 생각했고, 화장을 하고 다니는 걸 보니 ‘쟤는 일진’이라고 가인은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인이 먼저 부산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에 입학했다. 개강 날 교수님이 애니과에는 이상한 애들만 들어온다고 말했을 때 빡빡이 새내기는 “난가? 했는데 나였다.” 2년이 흘러 같은 대학 같은 과에 합격한 예린이와 수업을 듣기 위해 일부러 휴학했던 가인도 복학했다. 두 사람의 준비된 결합은 뜻밖에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어느 날 가인이 특이하게 말하는 교수의 성대모사를 노래로 불러주자 예린은 웃음을 참지 못한 채 영상을 찍었고 트위터에 올렸다. 소위 대박이 났다. ‘발표를 하지 않은 방예린 학생’이란 제목을 단 이 데뷔 영상은 명작으로 남았다(4월 말 현재 유튜브 영상 조회수 787만 회).

 

“예린이가 예전 영상을 다시 보려면 트위터에선 찾기 힘들어 자기 유튜브 계정에 모아서 올려놨대요. ‘그래, 잘했다.’ 그러고 끝이었죠. 근데 사람들이 다음 영상도 보고 싶다고 한다며 ‘가인아, 브이로그 찍어보자. 사람들이 원한다’ 해서 그게 도대체 뭔데? 하니까 일상을 담으면 된대요. 일상을 왜? 재미도 없는데?”


(중략)

 

가인은 네이버 팬카페 ‘예랑가랑너랑’에 기부 사실을 알렸다. 그걸 본 예린이 와서 “이 여자가 아주 큰일을 했다”라며 엉덩이를 몇 번 두드리고 갔다. 팬카페 회원들은 “본인은 짠순이 절약왕이면서 기부는 통 크게 하는 진정한 상여자 힘내맨”이라고 감탄하며 기부 릴레이에 동참하고, 예린도 참여했다. 영남 지역에 산불이 났을 땐 ‘예랑가랑’ 이름으로 500만원을 기부했다.

 

이렇게 따로 또 같이 활동하는 두 사람은 10년째 우정의 금자탑을 쌓아가는 중이다. ‘연인 아니고 친구입니다’라고 유튜브 계정 소개글에 밝혀두었는데도 레즈비언 커플로 곧잘 오해받는다. 사랑만큼 우정도 복잡한 감정이므로 친구 관계라고 해서 더 쉬운 건 없다. 그럼에도 동업자이자 동거인으로 겹겹의 인연을 오래 가꿔가는 비결은 “서로 사생활에 터치를 안 하고 서로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싸운 적은 진짜 없어요. 내 말이 맞다 언쟁이 세지는 정도죠. 예린이한테 서운할 때는 티를 내요. 엉덩이를 일부러 더 세게 찌르거나 때리거나, 예린이가 문 닫고 뭐 하고 있으면 일부러 방문 열고 들어가서 한 바퀴 돌고 나온다든지 침대에 다이빙해서 갑자기 한숨을 크게 쉬고 있으면 ‘왜 뭔데?’ 하고, ‘됐어···’ 하고 나오면 예린이가 눈치를 채죠. 그럼 얘기해요. 오늘 나랑 이거 먹을 거야? ‘뭔데?’ 서로 맛있는 거 먹으면서 폰 봐요(웃음).”

 

아울러 둘의 공존은 적절한 의존으로 가능하다. 예린은 가인에게 살림을 의존한다. 가인은 예린에게 딱 두 가지만 당부했다. 거실 책상 위는 깔끔하게 정리할 것, 음식물을 알아서 처리할 것. 가인은 예린에게 방송 리드를 의존한다. 구독자 38만명을 보유한 ‘예랑가랑’의 청정한 채팅창 관리는 물론이고 “개인 방송을 할 때 어그로가 와도 예린이가 매니저로 와서 썰고 ‘꺼지세요’라며 정리한다.” 댓글이나 실시간 채팅에는 좋은 글과 응원하는 글만큼이나 악플과 비난하는 글도 많은데, 가인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슬프게도 후자다.

 

“저는 평소 상상을 많이 하는데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상상해서 사서 걱정을 해요. 그중 하나가 ‘혹시나 뇌에 기억된 안 좋은 단어들이 컨디션이 안 좋은 날 실수로 흘러나오지는 않을까?’예요. 그래서 즐겨 보는 인스타 릴스도 댓글창은 거의 안 열어요. 커뮤니티를 하다 보면 다들 쓰니까 재미있는 밈이구나 싶어 썼는데, 숨은 뜻이 안 좋은 경우일 수도 있거든요. 혹시 모를 나쁜 단어들에서 제 뇌를 아예 차단시키려고 커뮤니티를 하지 않죠. 뇌는 안 좋은 기억을 더 오래 저장하니까요.”

 

가인이 생각할 때 유튜버는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빻은 말”을 하지 않는 윤리 감각이 중요하다. 일상을 꾸밈없이 담아내는 채널이므로 방송에서도 그냥 평소처럼 한다지만, 그가 말하는 ‘그냥’과 ‘평소’는 직업인으로서 세심한 자기통제와 관리 그리고 든든한 조력자 예린과의 협업에 따른 결과다.

 

“여러분은 ‘예랑가랑’을 어떤 유튜버로 소개하시나요?” “시끄러운 부산 여자 둘이요.” 팬카페에 올라온 글대로 두 사람은 찰진 사투리를 구사하는 부산 토박이다. 친구들이 거의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났지만 가인이 만약 뜬다면 거점은 서울이 아니라 대전일 것이다. “성심당이 있는 도시니까.” 요리 과정이 귀찮아서 최대한 안 먹고 잘 살기가 목표인 가인은 과일과 샐러드를 즐겨 먹고 특히 성심당 빵을 좋아한다. 예린과 부산대 앞에 크레페나 장봉뵈르를 먹으러 가면 가게의 모든 이들이 알아본다. 한번은 사장님이 말을 걸었다. ‘유튜버 맞으시죠?’

 

“원래는 코로나19 시즌에 그 가게가 문을 닫으려고 했대요. 몸도 안 좋고 장사도 안돼서. 근데 저희가 오고 나서 사람이 계속 왔대요. 서울에서도 예랑가랑 보고 왔다고 하고. 그래서 가게 닫지 말고 해볼까 했다는 거예요. 저희가 그 집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우리가 맛집을 살렸다(웃음).” 좋은 곳을 찾아가기보다 사는 곳을 좋게 만드는 사람. 모처럼 정장을 빼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온 ‘지구 시민’ 가인은 킥보드를 타고 집으로 사라졌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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