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제' 공약
이 후보는 "지역의 경제 현실에 맞게 최저임금을 자율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해외 현지 노동조건을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지역마다 최저임금이 달라지면 지방소멸 대응에 유효할까.
이 공약의 핵심 쟁점은 지자체에 '감액' 권한을 준다는 데 있다.
이 후보는 "중앙정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기본 최저임금을 결정한 뒤, 각 지자체가 이를 기준으로 30% 범위 내에서 가감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구상대로라면 올해 기준 시급 1만30원이 최소 7020원까지 허용된다.
물론 '가감' 조정이기에 인상도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감액 쪽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또한 나온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CBS노컷뉴스에 "증액을 하려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고부가가치 산업인데 지역에 있는 산업군들이 부가가치가 높다고 보이지는 않다"며 "감액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후보는 감액을 통해 기업의 지방 이전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구상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지난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에서, 한 학생이 "(이 공약이 시행되면) 고부가가치 산업은 수도권으로, 저부가가치 산업은 지방으로 몰려 양극화가 심해지지 않을까"하고 우려하자 이 후보는 "노동집약 산업이 지방으로 가면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고, 최저임금은 하한선이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이 굳이 수도권에 있을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사무총장은 "게다가 노동 집약형 산업은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돼 앞으로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면서 "지금처럼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상황에선 (기업 입지 결정에) 더 이상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다지 크지 않다. 과거의 논리로 현재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OECD 주요국, 국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사례 없어…남아공 견습생은 해당
최임위가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주요 41개국을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국가는 19개국이었으나, 국가 최저임금보다 '낮게' 적용하는 사례는 OECD 주요 26개국 중 단 한 곳도 없었다.
필리핀, 베트남, 남아공, 칠레 등에서 최저임금의 감액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마저도 견습생·미성년자·고령자 등 특정 조건을 가진 노동자에게만 적용됐다.
한국의 경제 수준과 노동환경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깎을 수 있는' 지역별 차등제 도입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후보는 해외 사례를 반복적으로 언급하지만, 실제 인용한 사례들은 사실과 다르거나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더욱이 국제적 흐름 역시 차등 완화 쪽에 가깝다.
앞서 권 후보가 지적했듯 일본은 그동안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왔지만, 지난 2023년 45년 만에 등급 구간을 4개에서 3개로 줄였다.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를 보도하며 "임금 격차가 커지면 지방에서 인력이 빠져나가게 된다"면서 "등급 구분을 줄여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고, 일본 전체 임금 상승을 유도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최저임금 차등화, 지방의 저임금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어"
한국이 당면한 지방소멸 문제는 '고용의 질'까지 함께 개선하는 접근이 필요한데,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제는 이런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현재 지역은 기업의 낮은 임금, 열악한 근로 환경 등 일종의 저숙련 함정에 빠져있는 상태"라면서 "수도권은 양질의 인력이 모여 더 좋은 일자리를 양산하는데, 지역이 일자리의 질을 높이지 못하고 외국인 노동자로 채우는 실정에서 국내 내국인들까지 최저임금을 더 낮게 주자는 건 도시-지역간 양극화를 더 확대시키자는 이야기"라고 우려했다.
이어 "더욱이 최저임금이란 우리가 어느 지역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관계없이 '한국에서 살려면 이 정도는 줘야 된다'는 뜻인데, '더 주자'는 의도가 아니라 '우리는 힘드니까 더 내려주세요'로 가는 방향이 우리가 나가야 할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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