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처리한 과정은 그야말로 ‘초고속’이었다.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34일 만에,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한 지 9일 만에 판결이 나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신속한 재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재명 판결에서 대법관 5명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신속한 재판의 중요성은 그 자체로는 맞다. 문제는 누구에게나 이재명 사건처럼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을 받기까지 무려 13년 8개월이 걸렸다. 현재도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낸 현금화명령 신청사건을 3년째 심리하고 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법원 판단을 기다리다 생을 마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과 교섭하게 해달라는 사건, 불법 파견과 부당해고로부터 구제해달라는 사건도 판결 하나를 받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법원은 왜 이재명 사건은 통상적 절차를 건너뛰며 신속한 결론을 내고, 왜 어떤 사건은 뭉개고 침묵하는가. 그 이중잣대는 힘없는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게 작동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재판 당사자는 “이재명에게 한 초고속 재판, 우린 왜 안 되나요”라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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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창환씨는 초고속으로 진행된 대법원의 이재명 판결을 보면서 허탈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우리 사건은 10년 넘게 지연을 시키면서도 (이재명 사건은) 이렇게 하니까 이해할 수가 없죠. 형평성에 어긋나고요. 빨리 결정하지 않으니 사법부가 정권 눈치를 보면서 본연의 임무를 못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어요. 이것 때문에 가족 간에 갈등과 불화도 생겼잖아요. 우리 가족은 3 대 3으로 갈려 있는 상황이에요. 사법부가 본연의 임무를 해달라고 강력히 이야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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