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3일 자행된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심판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되면서 선거법에 의해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계엄령 사태에서 시작한 한 편의 정치 드라마는 이제 대선이라는 마지막 종편을 앞두고 있지만, 일부 유권자들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어려운 고민의 늪에 빠져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들 유권자들의 고민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몇 가지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 본다.
무엇보다 헌정을 위태롭게 할 후보가 아닌 헌정 수호 의지를 지닌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이런 선택의 원칙은 예기치 않은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 배경에서 비롯된다. 국회가 의결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하여 헌법재판소 8명의 재판관 전원일치로 심판한 대통령 파면 결정은 이제 확고부동한 헌법적 의의와 정치적 정당성을 지닌다. 위헌적 계엄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거나 그의 탄핵 반대에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동조하는 후보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또 다시 섬뜩한 공포가 엄습하는 계엄의 밤을 맞이하고 싶은가.
둘째, 똑똑한 후보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로운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 말 잘한다고 우쭐대는 헛똑똑이는 사리분별이 명확한 지혜로움을 이기지 못한다. 지혜로움은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나와 의견이 다른 이들을 포용하는 관대함을 함축한다. 역작 ‘로마인 이야기’를 쓴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아주 이상적인 지도자는 국민 스스로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면서 사실상 자신이 이끌어나가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훌륭한 지도자란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미래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혜안과 그 대안을 미리 마련하는 인물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고 공정과 사회적 정의가 뒷전인 후보를 우리 지도자로 뽑을 순 없다.
셋째, 비판에 능한 후보보다 탁월한 문제해결형 후보를 우리는 바란다. 상대방을 비방하고 비판하기 쉽지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하는 데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기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 지사라는 경력을 공유하고 있다. 단순한 과거의 실적보다는 도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고민을 거쳤으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적합한 수단을 찾았는가 하는 과정을 잘 살펴야 한다. 결과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한 과정에서 민주적이며 실용적인 지도자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수도권만 바라보는 후보보다 나라 전체를 아우르는 후보를 원한다. 이미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확대일로에 있으며 삶의 기회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벌어졌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동성과 초집중 현상은 국가 경쟁력을 좀 먹는 최고의 악재가 되고 있으며, 높은 집값과 거침없는 물가의 상승, 일자리의 차별화는 젊은층의 저출산과 비혼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수도권의 유권자 수도 이미 비수도권의 유권자 수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니 수도권 유권자들 입맛에 맞는 선거 공약과 정책에 집중할 경우 심각한 지역 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전국의 균형발전을 기약하고 지역소멸을 극복할 의지와 대안을 지닌 후보를 고르는 건 수도권 초집중으로 밀어닥칠 망국적 종말을 막아내는 선택이 되겠다.
다섯째, 명분만을 내세우는 후보보다 유연하고 실리 위주의 협상력을 갖춘 후보가 바람직하다. 전 정부에서 묵혀두었던 교육혁신, 의료분쟁 등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역량과 자질을 지닌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들 사안은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히고설킨 난제들이다. 어떤 해결책이 제시되더라도 불만과 불평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난제 중의 난제들이다. 그뿐인가. 국가 성장동력이 작동을 멈추고 올해 성장률이 0%대 전망에 이를 정도로 파멸적인 경제 위기가 목전에 와 있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불러일으킨 관세전쟁을 통한 세계 통상위기는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 난제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형식적 명분이나 원리원칙만으로 불가능하다.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이끌고 미 대통령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풀어나갈 고단수의 협상능력이 필요하다.
문학은 세상의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하게 만들며, 경제는 우리의 물질적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고, 종교는 세속의 고난에 위안을 주지만 세상을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빠르게 바꾸지는 못한다. 세상을 진정 바꾸고 싶은가. 그러면 가장 손쉬운 기회는 정치를 바꾸면 된다. 그리고 정치를 바꾸고 싶은가. 그러면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를 올바르게 선택하면 된다.
박재욱 신라대 행정학과 교수
https://www.kookje.co.kr/mobile/view.asp?gbn=v&key=20250523.22019006109
헌정을 위태롭게 할 후보가 아닌 헌정 수호 의지를 지닌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둘째, 똑똑한 후보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로운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
셋째, 비판에 능한 후보보다 탁월한 문제해결형 후보를 우리는 바란다.
넷째, 수도권만 바라보는 후보보다 나라 전체를 아우르는 후보를 원한다.
다섯째, 명분만을 내세우는 후보보다 유연하고 실리 위주의 협상력을 갖춘 후보가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