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한 번쯤은 도도라는 새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모리셔스에 서식하던 날지 못하던 뚱뚱한 새였던 도도는
17세기 유럽 선원들의 무자비한 남획과 외부 동물들의 유입으로 인해
발견된지 10년만에 멸종되는 비극을 맞이했다.
덕분에 순수하게 인간에 의해 멸종된 대표적인 조류로 기록에 남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현대에도 이 도도와 같은 경험을 한 새가 하나 있다.
오늘은 이 새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레츠고!
<카카포편>
카카포는 오직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대형 앵무새의 한 종류다.
앵무새 중 가장 큰 종은 아니지만 가장 무거운 앵무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데
몸길이는 평균 58~64cm로 대형 앵무새 중에선 작은 편이지만
암컷의 몸무게가 1~2.5kg, 수컷의 몸무게가 2~4kg이나 나가는 대형종이다.
이게 얼마나 뚱뚱한지 모르겠는 사람들을 위해 다른 앵무새와 비교해보자면
현존하는 앵무새 중 가장 큰 앵무새인 푸른마코앵무가 몸길이 1m에 몸무게가 1.1~1.6kg이다.
몸길이는 거의 반토막인 녀석이 몸무게는 2배나 더 나가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BMI 30을 아득히 뚫고 고고당을 달고 살 정도의 초고도비만이지만
놀랍게도 카카포는 그 많은 지방덩어리를 몸에 달고도 멀쩡하게 살아간다.
거기다 수명도 대형 앵무새답게 58~90년으로 매우 장수하는 종이다.
신체에 지방을 저축해놨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형 앵무새들의 몸매가 날씬하고 날렵한 반면에
카카포는 체형도 둥그렇고 비슷한 크기의 앵무새들보다 훨씬 더 무겁다.
카카포가 이런 체형을 지니게 된 이유는 섬 증후군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섬 증후군이란 포식자가 적고 먹이가 풍부한 섬에서 동물이 진화하는 일련의 특성을 뜻하는데
카카포 또한 주위로부터 고립된 뉴질랜드의 섬에서 서식하며
바닥에 떨어지는 열매나 씨앗, 곤충들을 먹어 먹이도 풍부했고
포식자도 하늘에서 덮쳐 공격하는 몇몇 맹금류들을 제외하면 없어서 섬 증후군의 영향을 받게 됐다.
문제는 새들이 섬 증후군에 영향을 받으면 생기는 특성인데
새들이 섬 증후군에 영향을 받으면 몸집은 더 커지고 날개는 퇴화되어 비행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먹이가 풍부하니 영양분을 저장할 덩치는 늘리고 도망칠 일이 없으니
거치적거리는 날개는 퇴화시키는것이다.
이때문에 과거의 도도나 현대의 키위, 화식조처럼 날지 못하는 새로 진화했고,
현존하는 모든 앵무새 중 유일하게 날지 못하는 앵무새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물론 이게 무조건 나쁜 선택만은 아니다.
날지 못하는 대신 다리 근육이 발달했고 커다랗고 튼튼한 발을 얻었기 때문이다.
서식지에 큰 변화만 없다면 나름대로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서식지에 큰 변화만 없다면 말이다...
"어 맞아 또 ㅈ간들이야~"
16세기부터 서양인들은 뉴질랜드에 발을 디디기 시작했다.
이때 귀엽게 생긴데다 겁도 없던 카카포는 몇몇 이들에게 훌륭한 애완동물이 되었다.
그래도 이때까진 카카포의 개체수가 넘쳐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초부터 서양인들이 뉴질랜드에 완전히 정착하자
카카포들에게 비상사태가 터졌다.
서양인들은 주거지 개발을 위해 카카포들의 서식지인 숲을 마구 박살내고
외부에서 들여온 개, 고양이, 쥐들을 풀었다.
카카포는 위에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제대로 된 육상 포식자가 없었기에
처음보는 개나 고양이가 천적이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공격당해도 방어 수단이라고 한다는게 고작 그자리에서 가만히 멈춰있는 것 뿐이었다.
당연히 이딴 방어 수단이 통할리 만무했고, 결국 카카포는 개와 고양이들에게 무참하게 사냥당했다.
여기에 서양인들과 마오리족들까지 고기와 깃털을 얻기 위해 카카포를 마구 남획하며 빠르게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잠깐, 개, 고양이, 인간들은 위협적인거 알겠는데 쥐는 뭐임?
아무리 방어 수단이 없다해도 저 조그만 쥐한테 잡아먹힌단거임?"
쥐는 성체 카카포들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알을 노렸다.
알들을 마구 먹어치워 카카포의 번식을 막았고
이는 짝짓기를 2~6년에 한 번씩 하고 알도 최대 4개밖에 안낳아서
번식력이 극악에 달했던 카카포에겐 치명타였다.
결국 카카포의 개체수는 우리들의 코인시세마냥 쭉쭉 내려갔고,
1990년대에 들어선 개체수가 50여마리 밖에 남지않아 멸종이 거의 확정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도도의 사례에서 뭔가 교훈을 얻었던걸까, 인간들은 카카포의 멸종을 막기위한 보존활동을 시작했다.
최초로 보존활동이 시작된건 1890년대였으나 본격적으로 보존활동이 이루어진건
1980년대 '카카포 회복 계획'이 세워진 시점부터였다.
학자들은 일단 카카포들을 천적이 없는 3개의 안전한 섬들로 옮겼고 모든 카카포들에게 각자 이름을 지어줘 추적관찰했다.
그리고 번식력이 극악이던 카카포의 부화율을 높이기 위해
알을 인공부화실로 옮겨 부화시킨뒤 다시 어미에게 돌려주는등 정말 꾸준히 노력했다.
다행히 학자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고,
죽음의 문턱에서 저울질하던 카카포의 개체수는 빠르진 않지만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5년엔 86마리, 2012년엔 100마리를 돌파하며 126마리까지 늘어나더니
2016년엔 154마리까지 개체수를 회복했다.
이후 2019년,
아스페르길루스증이라는 조류에게 매우 치명적인 진균성 질병이 유행하며 2차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히도 잘버텨내며 오히려 개체수가 200마리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작년인 2024년 기준, 지구상에 남아있는 카카포들은 총 244마리로, 계속해서 개체수를 회복중이다.
부디 카카포를 포함한 모든 멸종위기 동물들이 하루빨리 멸종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
여담으로 2009년, BBC에선 TV 다큐멘터리 마지막 기회라니의 후속작 촬영을 위해
시로코라는 이름의 카카포를 찾아와 촬영했는데
이때 시로코가 초록색 상의를 입은 진행자 마크 카워딘을 커다란 암컷으로 착각해
그의 머리 위에 올라타 짝짓기를 시도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를 본 배우 스티븐 프라이는 말리기는 커녕 최소한 짝짓기 가능한 족종인지는 알아보고 해야지
왜 멸종위기인지 알 거 같다며 나중에 알을 낳으면 날 위해 스티븐이라 이름 붙여달라고 신나게 그를 놀려댔다.
장면은 편집되지 않고 그대로 방송에 송출됐는데 격렬하게 하반신을 흔들며
해맑은 표정을 짓는 시로코의 모습이 서양인들에게 인기를 얻어
후에 Party Parrot이라는 밈으로 재탄생되었다.
그리고 시로코는 조류로서는 최초로 뉴질랜드 환경보존 홍보대사에 임명됐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오늘은 카카포에 대해서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