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의 판단이 무겁거나 가볍지 않고 적정하게 판단했다.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1심과 동일한 징역 12년은 엄벌이라 할 수 없다. 일반적인 상해치사가 아니라 가중처벌 됐어야 할 악질 범죄다."
2024년 발생한 거제 교제폭력 사망사건의 가해 남성에 대해 21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제1형사부(재판장 민달기·박지연·박건희 판사)는 1심과 같은 12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유족과 여성단체는 "가중처벌 돼야 한다"라고 반발했다.
피고인은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고, 검사와 피고인 모두 항소한 바 있다. 피고인이 전 여자친구였던 피해자의 주거지에 찾아가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유족과 여성단체들은 상해치사가 아니라 살인죄로 기소할 것을 요구했지만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성을 비롯한 시민 3만 5245명이 엄철 촉구 탄원서를 법원에 내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는지 의문"
가해 남성 측은 항소심에서 스토킹범죄처벌법에 해당하지 않고 형량이 무겁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달기 재판장은 가해자가 피해자한테 반복적으로 전화를 하고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사실을 열거하면서 "피해자는 객관적이고 일반적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고 평가된다"라고 판단했다.
상해치사 혐의에 대해, 민 재판장은 가해자가 누워 있던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행위를 열거하면서 "건장한 체구의 성인 남성이 체격 차이가 현저한 피해여성한테 폭력을 행사했다"라고 설명했다.
민 재판장은 '무차별 폭행' 등의 표현을 하면서 "사람의 신체 중 머리와 목 부분은 생명에 주요한 부분이고, 강하게 가격할 경우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될 수 있다"라며 "상해 행위가 일반적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객관적인 예견을 할 수 있음이 상당하다"라고 판단했다.
민 재판장은 가해남성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온전하게 인정하지 않고 유족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법정 태도를 보면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는지 의문이 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 재판장은 "우발적 범행에 이르게 되었고, 얼굴이 부어 오르는 외상이 나타나자 범행을 중단하고 병원에 가도록 한 것으로 볼 때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보여지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여지지 않는다"라며 "연령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라고 판결했다.
피해여성 아버지 "가해자는 징역 12년 살고 나와도 서른살, 우리 딸은..."
유족과 여성단체들은 항소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했다. 이들은 창원지법 법정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여성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피해여성의 아버지는 "딸이 사망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진짜 힘없이 달려왔다. 항소심 판결에 만족스럽지 않다. 무기징역이나 살인죄에 준하는 판결을 기대했다"라며 "사람의 목숨은 하나다. 판사가 말했듯이 초범은 사람을 죽여도 괜찮나. 가해자는 징역 12년을 살고 나와도 서른 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살아 있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제 딸은 돌아올 수가 없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지금도 제 딸이 아빠 하면서 들어올 것 같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들께 감사드리고 지지하고 엄호해준 여성단체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