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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노동자 사망 사고에
"1년에 1천명 죽는 현실 안 바꿀거냐"
"국민 다수 입장에서 냉정하게 중립적으로 보도하라"
김문수 '악법' 주장에 "여야가 합의한 법이 악법이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악법 취급하는 일부 언론을 향해 '사업 망한다' 선동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1년에 산업재해로 노동자 1천 명이 사망하는 나라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법이냐며 노동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돈을 번 사람에게 명확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20일 이 후보는 경기 의정부시 태조이성계상 앞 유세 현장에서 "어제 어떤 보도를 보니 또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 나왔다. 먹고 살자고 일하러 갔는데 되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10대 경제 강국이 됐다는데, 세계인이 배우고 싶은 문화강국이 됐다는데, 5대 군사 강국이 됐다는데 우리 국민들의 삶은 더 팍팍하고 일터로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일하던 50대 여성 노동자는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 도중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어 사망했다. 최근 3년 간 SPC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사망 3건, 부상 5건이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0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후보는 "지금 중대재해처벌법 가지고 폐지를 하라느니, 악법이라느니 이런 얘기하는 분들이 있다"며 "일부 언론들도 똑같다. 국민 입장에서 다수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중립적으로 (보도)해야지, '이거 해서 사업 망한다' '이거 해서 사업 못 한다'고 선동하면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1년에 1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먹고 살자고 일터로 갔다가 되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살자고 하는 일이 죽자고 하는 일이 된 이 암울한 현실을 바꿔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악법으로 규정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 만든 법"이라며 "국민의힘이 합의해 사인해놓고 그것을 악법이라고 국민의힘 후보가 주장하면 되겠나"라고 했다. 김 후보는 지난 15일 중소기업중앙회 조찬 강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소규모 중소기업까지 적용하는 게 맞냐"며 "제가 결정권자가 될 때 반드시 이런 악법이 여러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고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지난 18일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법이라고 했는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가'라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질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위주의 법"이라며 "예방을 해야지 사람이 죽고난 다음 사업주를 처벌한다고 재해가 줄어드냐"고 했다.
이 후보는 "국민 대다수가 노동을 통해서 먹고 살고 있는데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안전시설 미비로, 과로로 목숨을 잃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라며 "안전시설, 안전조치 안 해서 돈은 누가 벌었나. 회사가 안전조치 안 한 과실이 있어서 누군가 많이 다치고 죽었다, 그러면 안전조치 안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 형사처벌하자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라고 했다.
이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산업재해 예방 효과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김 모 후보가 토론회에서 '사고 난 다음에 처벌해봐야 뭐 하나? 미리 막아야지' 이런 말 하던데 틀린 말이다. 저지른 일에 대한 응보 측면에서는 처벌이 예방효과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이것은 정말 한 개만 아는 것"이라며 "형사처벌하는 본질적 이유는 일반 예방효과와 특별 예방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죄를 저지는 사람이 처벌 받고 나서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게 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처벌받은 것을 보고 '조심해야지'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몇 년 시행해보니까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많이 줄었다, 당연한 말 아닌가. 이것을 폐지해야 하나"라며 "사장들, 사업자들 몇 사람들이 자기들 편할 것 같으니까 폐지해 달란다고 그쪽 편들면 되겠나.(중략)특정 소수만 혜택보는 이상한 나라, 이제 그런 것 그만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근로감독관'의 명칭을 '노동 보호관' '노동 경찰'로 변경하고 인력 수를 늘리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우리는 노동 현장을 관리하는 감독관을 근로감독관이라고 부르는데 일 잘하나 안 하나 감독하는 사람인가. 노동 현장에서 안전기준 잘 지키고 있나, 노동자들 임금 떼어 먹히지 않았나 이런 것 지켜주는 사람"이라며 "이름 좀 바꿔야 되는 것 아닌가. 노동보호관이라든지, 산업 안전 관리관이라든지, 그냥 줄여서 노동 경찰 이렇게 바꿔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후보는 "대한만국 노동자가 수천수백만 명 아닌가. 그런데 노동현장을 관리·감독하는 인력이 대충 3천 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3천 명가지고는 임금 떼어먹힌 사람들 임금 받아주는 일도 하기 어렵다. 어느 산업 현장에서 법이 정한 안전조치를 다 하고 있는지, 안전대를 갖고 있는지, 추락 방지망을 설치했는지, 감독관은 제대로 배치돼 있는지, 이런 것들 관리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