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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역외보조금 규정 관련해 법률 검토 내부 문서 없어
규정 위반 사항 없다고 판단해 '구두'로만 진행
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원 규모 체코 원전 계약과 관련해 유럽연합(EU)의 역외보조금규정에 대한 법률 검토를 '구두'로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전력공사(EDF)의 반발로 본계약 체결이 일시정지되고 EU집행위원회까지 이 사안에 개입하고 나선 가운데 우리측의 사전 대처가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수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와 관련해 EU의 역외보조금 적용여부에 대해 작년 상반기 내·외부 법률 검토를 진행했다.
EU의 역외보조금규정은 지난 2023년 발효된 것으로 EU 역외국가 기업들이 EU 내에서 진행되는 공공발주 참여나 인수합병(M&A)을 규제하는 조항이다.
한국과 경쟁에서 떨어진 프랑스는 이 법을 근거로 현재 EU 집행위에 이번 입찰을 들여다 봐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계약 목적에서 돌발한 EDF측의 이같은 '몽니'로 최종 계약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이미 사전 법률 검토를 통해 이번 수주가 해당 규제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법이 2023년 7월부터 시행됐는데, 이미 발주 공고가 진행돼 요건 자체에 해당하지 않다는 것. 이와 더불어 정부로부터 어떤 보조금도 수령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한수원측의 주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수원의 입장을 법적으로 뒷받침할 공식 문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로펌을 통해 관련 사안을 검토하고 '계약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자문을 받았지만 '구두'로만 진행했다는 얘기다.
현재 EU집행위는 이와 관련해 EDF 측의 공식적인 문제 제기에 일부 공감하며, 해당 사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공식화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이미 두 차례 발주처인 체코 측 뿐만 아니라 한수원에도 관련 내용에 대한 입장을 전달해 달라고 했지만 답변이 없어 기다리고 있다는 상황이라고 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 한수원과 우리 정부가 다소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역외보조금규정이 나왔을 때부터 예외 조항을 비롯한 법적 기준이나 해석이 다를 수 있어 촘촘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해외 원전 수출과 통상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역외보조금규정 발효 당시 국내 기업담당자를 대상으로 법적 사전 검토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EU집행위가 이번 수주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에 들어가게 되면 사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사에만 수 주, 수 개월이 걸릴 뿐만 아니라 이를 근거로 EDF의 발목 잡기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가 문제로 삼고 있는 발주 변경 시기인 작년 초 이후에도 법률 검토가 구두로만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한수원과 체코의 주장이 받아들여 질 가능성이 훨씬 커 보이지만 법률 검토를 조금 더 촘촘히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체코 당국은 현지시간으로 19일 앞서 내려진 현지 지방법원의 계약 가처분 금지 결정에 대해 체코 최고행정법원에 정식으로 항고했다. 이와 별개로 한수원도 사업 지연에 대한 손해를 구제 받기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