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끝난 영화진흥위원회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 지원 예비 심사'를 통과한 작품이다. 최측근만 내용을 알 정도로 극비리에 촬영이 준비되고 있다. 이날 마무리되는 제작 지원 결정 심사의 결과는 다음 달 초 발표된다.
영진위가 공개한 예비 심사 통과작 목록에서 이 영화는 '국제 공동제작'으로 분류돼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프랑스의 배급·제작사에서 내년 칸국제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제작비의 일정 부분을 조달한다"고 전했다. 이 감독의 친동생이기도 한 이준동 파인하우스필름 대표는 "아직 제작 초기 단계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주연으로 배우 전도연과 설경구, 조인성을 캐스팅했다. 전도연은 이 감독의 '밀양(2007)'에서 고통에 짓눌린 나약한 영혼을 묘사해 2007년 한국인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당시 이 감독은 "어떻다고 말하기 힘든, 정해진 그릇에 담기 어려운 배우다. 진폭이 큰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기 때문에 뭐라고 규정하기 어렵다"고 극찬했다.
설경구는 이 감독이 영화 인생을 열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하사탕(2000)'과 '오아시스(2002)'에서 사실적 연기를 선보여 일약 스타로 뛰어올랐다. 이 감독은 2018년 '박하사탕' 재개봉 기념행사에서 "(촬영하면서) 잘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항상 믿고 의지했다. 설경구라는 배우를 만난 것은 내게 큰 행운이다"라고 밝혔다.
조인성은 '더 킹(2017)', '모가디슈(2021)', '무빙(2023)' 등에서 폭넓은 연기를 뽐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 감독과는 영화로 처음 인연을 맺는다. '오아시스' 조감독 출신인 김광식 감독의 '안시성(2018)'에서 주연해 간접 경험한 적은 있다. 개봉 당시 그는 "이창동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봐주셔서 그런지, 멋진 대사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다채로운 걸작을 남겨온 세계적 거장이다. 최근 미국 아카데미상 5관왕에 오른 '아노라'의 숀 베이커 감독이 최고의 감독으로 꼽을 정도다. 매번 군더더기를 덜어낸 리얼리즘을 추구하며 세상과 인생에 대해 질문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