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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경찰에 의한 용변과 탈의 감시’ 진정인에게
정의기억연대와의 행정소송에서 “소위원회 의결방식을 변경해 사건을 기각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안창호 위원장 취임 이후 똑같은 내용의 별개 소송을 진행했다가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소송 판결이 나온 뒤에도 그 취지를 거스르며 소위원회 의결 방식 변경을 의결했던 인권위가, 관련된 판결 내용까지 뒤집기 위해 무리한 소송을 이어갔지만 또 한 번 실패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양순주)는 14일 진정 기각 결정을 받은 진정인 이아무개씨 부부가 지난해 5월 인권위를 상대로 낸 진정 기각 결정 처분취소 소송에서 기각 처분이 위법하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이씨 부부는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침해1소위, 소위원장 김용원 상임위원)에서 인용에 필요한 의결정족수(위원 3인 찬성)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유로 기각 결정을 받았고, 지난해 5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 의결'은 '인용의 가결'만을 의미하므로, 진정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의결(가결) 정족수에 이르지 못하면 자동으로 ‘부결’에 해당하는 진정의 기각 또는 각하를 해야 한다”는 인권위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진정에 대한 처리는 진정의 각하·이송·기각, 합의 권고, 구제조치 등의 권고, 수사의뢰, 고발 및 징계 권고 등 여러가지가 가능하여 단순히 가부만으로 의결할 수는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 또한 진정의 인용 결정을 하는 경우에만 위원 3명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규정한 것이 아니라 소위원회 안건 전반에 걸쳐 위원 3명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 조항을 법률의 위헌 결정이나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 결정, 국민권익위원회의 종전 의결례 변경 등의 경우 가중된 의결정족수를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조항들과 같이 해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앞서 정의기억연대가 제기한 수요집회 보호 진정 관련 소위원회 기각결정 취소소송과 쟁점이 똑같다.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는 “(정의기억연대 보호 진정 관련 기각) 처분은 법률조항에서 정한 의결정족수인 위원 3명의 찬성 없이 이루어져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당초 재판부는 앞선 정의연 판결을 참고하여 지난해 9월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후 전원위에서 의결정족수 안건이 의결되었으므로 변론을 다시 열어달라는 변론 재개 신청서를 지난해 11월18일 제출했다. 이에 올해 3월로 변론기일이 추가 지정되면서 재판이 이어져 왔다.
인권위는 정의기억연대 관련 행정소송에서 패소하고도 이를 무시하고 지난해 10월28일 전원위에서 인권위원 중 1명만 반대해도 기각·각하가 가능한 거로 인권위법을 해석하는 ‘소위원회에서 의견불일치때의 처리’건 의결을 강행한 바 있다. 이어 또 다른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전원위에서의 ‘자동기각’이 위법이라는 게 법원 판결을 통해 재차 확인된 셈이다.
인권위를 상대로 취소소송을 낸 이씨 부부는 2022년 12월 “20여명의 국정원과 경찰 수사관들로부터 주거지 압수수색을 당하는 과정에서 용변과 탈의 감시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무려 1년 만인 2023년 12월 침해1소위에 진정 건이 상정됐으나 3인 위원 간 인용1, 기각1, 기권1로 의견이 갈리면서 기각됐다. 소위원장인 김용원 위원의 개최 거부로 한동안 열리지 못하던 소위가 4개월 만에 열려 안건이 무더기로 기각되던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