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올해 10월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된 건 지난 해 6월입니다.
[이철우/경북지사 (2024년 6월) : 경주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가장 빼어나게 보여줄 수 있으며…]
하지만 정상회의의 하이라이트, 만찬과 공연이 진행될 만찬장은 아직 공사의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당초 정부는 올 2월까지 설계용역을 마치고 3월엔 공사를 시작한단 계획이었지만 실제론 5월인 지금도 설계 단계인 겁니다.
APEC 만찬장이 지어질 국립 경주박물관 앞 마당입니다. 계획대로라면 벌써 2개월 전 공사가 시작돼 한창 공사중이어야 하지만 매장 유산 발굴 조사만 끝낸 채 평일 낮인데 공사가 진행되는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공사가 미뤄진 건 만찬장 장소 선정이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경주시는 월정교와 황룡원, 또 이곳 동궁과 월지 등을 만찬장 후보지로 제안했지만 안전성과 문화재 훼손 우려 등의 이유로 최종 선정에서 제외됐습니다.
만찬은 각국 정상 뿐 아니라 정상들의 배우자까지 참석하는 'APEC의 꽃'으로 불립니다.
그러나 공사가 늦어지면서 결과적으론 60억원을 들여 '가건물' 행사장을 짓게 됐습니다.
설계 공모 과정에서도 안전이나 보안 문제보단 '공사기간' 단축이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APEC 만찬장 설계 공모 심사위원/화면출처: 유튜브 '마실와이드' : 이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지금 공기(공사 기간)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잖아요. {공기 단축이나 공사비 단축에 관한 특별한 제안을…}]
만찬과 함께 진행될 공연도 여전히 기획조차 안돼있는 상탭니다.
[김재원/조국혁신당 의원 : 보통 한 6개월 전에는 (공연장) 대관이 끝나야 합니다. 건물조차도 지어져 있지 않으니까 어떠한 상상을 해보기조차도 힘든 상황이죠.]
[앵커]
APEC 준비가 이렇게 늦어진 건 계엄 사태 이후 혼란이 계속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행사 준비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는데, 한덕수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해 버렸습니다.
계속해서 류정화 기자입니다.
[기자]
문화유산이 풍부한 경주지만, 각국 정상과 사절단을 맞이하기 위한 숙소나 공항 인프라 구축은 필수입니다.
이를 지원할 근거를 마련할 APEC 특별법은 지난해 11월 28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5일 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정부는 사실상 마비 상태가 됐습니다.
특별법은 준비위원장을 국무총리가 맡도록 급을 격상했는데, 한덕수 전 총리는 단 두 차례 회의를 주재했고, 지난 4월 이후엔 회의가 중단됐습니다.
[한덕수/전 국무총리 (지난 4월 17일) : 이제 정상회의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구체적인 계획들을 확정하고 신속하게 집행해야 할 때입니다.]
한 전 총리가 직무 정지와 복귀에 이어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오세희/더불어민주당 의원 :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될 한덕수 총리마저 사퇴하는 바람에 제2의 잼버리 행사가 되진 않을까.]
특별법까지 만들고 신속 집행을 운운했지만, 정작 정상회의장은 APEC이 열리는 당월인 10월에야 완공한단 계획입니다.
APEC 정상회의장으로 예정된 경주 화백 컨벤션 센터입니다.
회의실을 리모델링해서 정상회의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인데, 현재는 시공업체만 선정된 단계입니다.
현장에선 조기대선을 앞두고 인수인계와 업무 공백 우려도 큽니다.
[APEC 준비지원단 관계자 : 솔직히 말씀드리면 장·차관 바뀔 거잖아요. 정권이 누가 돼도 새 대통령이 되면 거의 바뀐다고 보거든요.]
20년 만에 유치한 APEC의 성공적 개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입니다.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김영배·오세희 의원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
[영상취재 이완근 신승규 / 영상편집 류효정 / 영상디자인 한영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37/0000440945?sid=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