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 한 대학병원 병실에서 80대 모친을 간병하던 딸 박모(63)씨가 같은 병실에 입원한 어머니를 돌보던 30대 후반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5일 남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의 어머니 오모(88)씨는 지난 11일 요관 수술을 위해 전남대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13일 오후 수술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와 회복 중이었으며, 평소 간병을 맡아온 박씨는 병실에서 어머니를 돌보고 있었다.
사건은 이날 오후 8시 30분께 병실 안에서 발생했다. 같은 병실에 입원 중이던 또 다른 환자의 남성 보호자가 아무 말 없이 돌연 박씨에게 달려들어 일방적인 폭행을 가하기 시작한 것.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환자 오씨는 직접 상황을 말리려 했지만, 해당 남성은 오씨에게도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씨는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재차 제지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계속된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박씨는 "사람 살려"라고 소리치며 도움을 요청했고, 병동 간호사들이 급히 병실로 들어오면서 상황은 가까스로 종료됐다. 이후 병원 측은 오씨와 박씨를 다른 층 병실로 옮겨줬다.
이후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으며, 피해자 측은 해당 남성 보호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오씨는 수술 직후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상태였음에도 몸싸움 중 밀침과 흔들림을 당한 뒤 침대에서 떨어졌고, 이로 인해 어깨와 머리 부위에 타박상을 입었다. 무차별 폭행을 당한 박씨는 현재 다른 종합병원에 입원 중이며 안면에 심한 타박상과 함께 갈비뼈에 금이 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모녀는 또한 심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 측 가족은 "가해자 측 환자는 사건 다음날 바로 퇴원해버렸으며,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나 용서도 구하지 않고 있다"며 "고령의 환자가 수술 직후 병실에서 낙상한 일은 단순 사고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은 단순한 일반인 간의 다툼이 아니다. 수술 직후의 고령 환자와 간병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으로, 사실상 장애인을 폭행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담당 경찰서에서 철저하게 수사해 억울함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
https://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2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