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프로야구 NC 홈구장 창원NC파크에서 외벽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야구를 보러 온 20대 여자 관중이 숨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무게가 60㎏이나 나가는 철제 구조물이었다. 지은 지 6년밖에 되지 않은 거의 새 야구장에서 벌어진 황망한 사고였다.
여파는 예상보다 더 커졌다. NC파크 주인(소유권·시설 관리 책임)인 창원시와 창원시설공단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화근이었다. 사고 후 NC 구단은 공단에 야구장 전반을 긴급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공단은 ‘NC가 직접 점검해 결과를 통보하라’며 발을 뺐다. 급해진 NC가 사설 업체를 찾아 1차 점검을 마쳤다. 당시 공단은 ‘사고가 난 구조물의 관리 책임은 구장 운영권을 가진 NC에 있다’고도 했다.
사실이 아니었다. 구조물 추락과 야구장 안전 책임은 법적으로 공단에 있었다. 비난이 쏟아지자 국토교통부가 나서 조치를 촉구했다. 그제야 시와 공단은 문제의 구조물 수백 개를 떼내고 추가 점검도 벌였다.
그런데 이마저도 부실했다. 점검 후 국토부가 현장에 가보니 나사 풀린 구조물이나 헐거운 게 많았다고 한다. 결국 재보완이 권고되면서 재개장은 무기 연기되는 듯했다.
그새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구장 내 상점(36개)은 물론 인근 상권이 개점휴업 중이다. NC 선수들은 한 달 넘게 홈구장에 돌아오지 못했고 프로야구 일정도 뒤죽박죽이 됐다. NC 구단은 이번 사고로 최소 100억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인근 상권 피해를 합치면 피해 규모는 수백 억원대로 추산된다. 시와 공단이 사고 초기부터 적극 수습했다면 없었을 일이다.
기다리다 지친 NC가 임시로 울산 문수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기로 하자 창원시가 부랴부랴 “18일까지 재개장 준비를 마치겠다”고 발표했다. 참고 있던 지역 민심이 폭발하자 등 떠밀려 재개장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당할 만큼 당한 NC는 당분간 울산 야구장을 쓰며 창원시의 후속 대응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그러자 지역 체육회와 시의회가 나서 “NC는 조속히 NC파크로 돌아오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지역 상권이 죽을 지경인데 울산으로 간다니 실망이 크단다. 현 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은 놔두고 NC에 엄한 책임을 돌리는 꼴이다.
창원시와 지역 정치권은 NC 야구단을 유치할 때 ‘야구장을 지어주겠다’면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정작 야구단이 생기자 말을 바꿔 수백억 원대의 신축 야구장 사용료를 받기로 했다. 시의회에선 “야구단이 지역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됐냐”고 NC를 압박하면서 추가 투자를 종용했다.
중대 사고 이후 이들의 행보를 보면 스포츠와 야구단을 어떻게 여기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NC가 연고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인데 이제는 “빨리 돌아오라”고 역정을 낸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https://v.daum.net/v/20250515001652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