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고등법원은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35년여간 복역 중인 라일 메넨데즈(57)와 에릭 메넨데즈(54) 형제 재심을 통해, 이들의 형량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서 ‘50년 이상 종신형’으로 감형했다. 이에 따라 형제는 가석방 자격을 얻게 됐으며, 가석방 여부는 캘리포니아주(州) 가석방위원회가 최종 결정한다.
재판을 진행한 마이클 제시크 판사는 “나는 형제가 석방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내가 결정한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지난 35년간 그들은 충분히 복역했고 가석방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메넨데즈 형제의 친척들도 선처를 호소했다. 사촌인 애너마리아 바랄트는 “양쪽 가족 모두가 35년의 시간이 충분했다고 믿는다”며 “우리 가족은 그들을 용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촌 타마라 구델도 “그들이 석방된다면 우리 모두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메넨데즈 형제는 각각 21세와 18세였던 1989년 함께 산탄총을 산 뒤 LA 베벌리힐스 자택에서 아버지 호세 메넨데즈와 어머니 키티 메넨데즈를 쏴 살해했다. 이후 배심원단 재판에서 유죄 평결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지금까지 복역해 왔다.
형제는 범행 자체는 인정했지만, 아버지에게 수년간 성적으로 학대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한 부모가 자기들을 살해할까 봐 두려워 범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아버지의 성범죄 증거가 없다며, 형제가 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저지른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사건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아버지 호세가 RCA 레코드사 등의 고위 임원을 지낸 엔터테인먼트 업계 거물인 데다, 형제가 함께 친부모 모두를 살해했다는 기소 내용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1996년 관련 재판이 모두 마무리된 뒤에도 여러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등으로 다뤄졌다.
그러다 작년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괴물: 메넨데즈 형제 이야기’가 인기를 끌며 다시 한번 조명됐다. 또 앞서 한 다큐멘터리에서 라틴계 보이그룹 ‘메누도’ 전 멤버 로이 로셀로가 10대 시절 레코드사 임원이던 호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해, 메넨데즈 형제 주장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형제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작년 10월 LA 지방검사장이던 조지 개스콘이 사건 재심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후 지방검사장 선거에서 개스콘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검찰은 재심 청구 철회를 두 차례나 시도했으나, 판사는 검찰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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