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v.daum.net/v/20120221114523532
강남 룸살롱 '블루피쉬' 범행 모의 아지트였다
주가조작범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작전> 속 애널리스트와 조직폭력배들은 여의도와 강남일대의 잘나가는 룸살롱에서 비싼 양주를 시켜놓고 주가조작 범행을 모의한다. 자신들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떨까. 최근 실패로 돌아간 한 주가조작 작전모의 역시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의 한 룸살롱에서 이뤄졌다. 간판은 '블루피쉬'였다. 이 룸살롱은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사전 모의했던 박희태 국회의장실 수행비서 김모씨(31)와 최구식 전 한나라당 의원비서였던 공모씨(28)가 찾았던 곳이다.
이 룸살롱은 업계에서 '텐프로급'으로 불리는 곳이다. 30~40대 젊은 남성들이 주 고객층이며,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각 룸을 담당하는 일명 '새끼마담'이나 가장 많은 수의 룸을 담당하는 '대마담'의 소개 없이는 입장이 불가능하다. 한때 이 업소에서 마담으로 일했던 한 여성은 "이 정도 급의 룸살롱을 이용할 정도면 웬만큼 잘나가서는 어렵다"며 "굳이 손님 관리를 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이 최고 엘리트에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양주는 기본이 17년산 이상이다. 블루피쉬 관계자는 "12년산 양주를 구비해놓기는 하지만 체면상 12년산을 찾는 사람은 없다"며 "성인 남성 3~4명이 이곳에서 술을 마실 경우 최소 300만~400만원 이상이 든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0일 삼성SDS 소속 송모씨(35) 등 일당 6명이 블루피쉬에 집결했다. 이들은 술을 마시며 작전자금 투자책과 자금 투자자 모집책, 유언비어 제작·유포책 등으로 역할을 나눈 뒤 주가조작을 모의했다. 작전 개시일은 지난 1월 6일로 정했다.
이들이 주가조작을 약속한 1월 6일 오후 1시56분. 증권가가 잠시 웅성거렸다. 증권가 사람들이 정보 교환을 위해 주로 사용하고 있는 '미쓰리 메신저'를 통해 '북한 경수로 폭발, 방사능 유출, 북서풍 타고 서울로 유입 중'이라는 내용의 찌라시가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허위 정보 유포는 대학생 김모군(19)과 우모씨(27·무직) 등 3명이 맡았다. 이들은 송씨의 지시에 따라 부산의 한 PC방에서 증권사 관계자 및 애널리스트 등 203명에게 이같은 내용의 쪽지를 일제히 보냈다.
그러자 범행 개시 당시 1833.36포인트를 기록하던 코스피 지수가 불과 20여분만에 1824.29포인트로 떨어졌다. 다른 주가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519.05포인트를 기록한 코스닥 지수는 515.09포인트로, 코스피200은 239.18포인트에서 237.88포인트로 떨어졌다.
주가지수가 하락세를 기록하자 송씨는 작전에 가담한 표모씨(48)와 이모씨(29) 등과 함께 미리 사둔 풋옵션을 일제히 내다 팔았다. 이들이 이날 주가조작으로 얻은 수익은 2900만원. 이들은 2월에는 "모 제약회사에서 백신을 개발했다"는 내용의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
이들이 2차례에 걸쳐 얻은 시세차익은 6100만원. 위험을 무릅쓰고 벌인 주가조작의 대가치고는 지나치게 소액이었다. 처음 2900만원의 수익을 얻기 위해 송씨가 횡령해 투자한 회사자금은 1억3000만원이었다. 사실상 실패한 작전인 셈이다.
범행의 대가는 경찰수사였다. 이들은 작전을 실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다. 대북관련 허위사실 유포자를 수사하던 경찰이 이들의 범행을 발견한 것이다. 주동자였던 송씨는 동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청 사이버센터 관계자는 "현재까지 검거된 피의자들 외에도 주가조작에 직접 가담하거나 자금을 투자해 수익을 얻은 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 활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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