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2>와 <또 오해영>, 현재 방영 중인 <낭만닥터 김사부>까지. 서현진은 그간 드라마에서 솔직하고 평범한 인물을 맡아왔다. 특별히 행복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이지도 않을 만큼 평범한 일상의 인물. 눈에 띄게 예쁘지는 않지만 자꾸 눈길이 가는 그녀의 얼굴은 평범한 외모를 가진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순도 높은 감정 연기는 겨우내 입은 수면 바지처럼 편하게 와 닿는다. 이렇듯 그녀는 매우 특별한 ‘보통’의 배우다. 그런 그녀가 에스티 로더의 모델로서 ‘보통의 예쁨’을 전면에 내세운다.
투명한 피부야 일찍부터 소문이 자자했지만,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의사 가운과 마스크 덕분인지 깨끗한 눈망울과 차분한 입매가 더욱 돋보인다. 그런 그녀가 인터뷰 중 사람들이 자신에게 오래 애정을 갖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녀가 좋아한다는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아래와 같은 문장이 떠올랐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살고 있다. 다른 장소에 있거나 이전에 일어난 일들은 과거다. 그리고 그 일들은 대부분 잊혀진다.’
에디터는 왠지 모르게 애틋한 그녀가 앞으로 더 괜찮은 배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친구 같고 때론 언니 같은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더 예뻐 보이면 질투가 나는 대신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아마 수많은 ‘보통’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오늘은 서현진이 평범하면서도 예쁜, 그래서 따라 해보고 싶은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서현진의 강점이기도 하다. 늘 촬영장에만 있어 꾸밀 일이 별로 없었는데 기분 전환도 되고 즐거웠다. 사진가가 예쁜 모습만 잘 포착한 것 같다.
<낭만닥터 김사부> 촬영이 한창일 텐데도 피부가 유리구슬 같다. 최소한의 수면 시간은 보장해주는 편이라 고맙게 생각한다. 다른 드라마를 촬영할 때는 아예 못 자는 경우도 많다. 피부는 아마 피부과에 다녀와서 좋아 보일 거다. 그래도 널리 알려주면 좋겠다.(웃음)
‘윤서정’이라는 배역은 상처가 꽤 깊은 인물이다. 발작을 일으키는 연기를 보고 놀랐다. 그런데 아무리 상처를 받아도 일상의 우리는 사실 의연하다. 작가는 큰 상처를 입고도 다음 날 툭 털고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척 응급실에서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오해영’과 ‘윤서정’, 실제의 서현진은 어느 쪽에 가깝나? 둘 다 가깝고도 먼 것 같다. 어떤 역이든 내 안의 작은 부분을 증폭시켜 연기하지만, 또 그게 내전부는 아니니까.
의학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나? 처음 듣는 의학 용어를 달달 외워 입에 붙게 만드는 게 특히 어렵다. 대사도 일반 드라마의 3배는 되고. 수술 장면에서는 얼마큼 긴박해야 하는지 또 얼마나 심각해야 하는지 몰라 자문 의사 분께 늘 물어본다.
실제 연애할 땐 오해영처럼 모든 걸 주고 드러내는지 궁금하다. 상대에 따라 바뀐다. 생각해보면 희생적일 때도, 주도적일 때도 있었다. 그래도 오해영 처럼은 못 해봤다. 나 또한 오해영이 굉장히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마음보다는 상대가 나를 얼마나 좋아해주느냐에 따라 바뀌지 않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늘 믿는 편인가? 아유, 대답하기 어렵다. 그런데 남녀 간의 사랑만 사랑은 아니니까. 나는 솔직히 남녀 간의 사랑이 가장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타적인 사랑을 좋아한다. 이렇게 말하면 결혼이 더 늦어질 거 같은데… 어떡하지?(웃음)
극 중 ‘강동주’처럼 박력 있는 연하남은 어떤가? 콜. 완전 환영! 딱히 나이차를 따지지는 않는다. 다만 강동주처럼 밀어붙이지 않으면 연애로 쉽게 이어지지 않는 타입이다. 시작할 때는 소극적이어서.
이제 뷰티에 관해 얘기해보자. 20대 때부터 에스티 로더를 좋아했고 그 인연으로 모델이 됐다고 들었다. 기본적으로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나? 특별한 건 아니지만, 피부가 건조해서 늘 가습기를 틀어둔다. 아침저녁으로 시트 마스크도 수시로 붙이고. 에스티 로더의 호일 마스크를 좋아하는데 사용한 날과 안 한 날의 차이가 확실히 크다.
30대에 접어들었으니 아무래도 피부에 더 신경이 쓰일 것 같다. 피부가 많이 건조하고 재생 능력이 현격히 떨어졌다. 아이러니한 건 피부가 좋았던 20대 때는 여러 제품을 발랐는데, 지금은 그게 다 귀찮다는 거다. 그래도 촬영기간에는 관리에 공을 들인다. 평소에는 갈색병 세럼과 앰플을 레이어드해서 바르고, 심하게 건조한 날에는 세럼과 오일을 섞어 바른다. 그런 다음 크림을 도톰하게 발라 코팅하고.
자신의 얼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고맙게도 어머니가 숱 많은 눈썹을 물려주셨다. 그래서 화장할 때 아주 편하다. 살짝 빗어 결만 정돈하고 잔털만 다듬으면 되니까.
뷰티 워너비가 있나? 에바 그린의 얼굴을 좋아한다. 그녀 특유의 분위기 가 있지 않나. 레아 세이두도 무척 매력적인 페이스를 갖고 있다.
수고한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을 때는? 예전에 이휘향 선생님이 “속옷은 레이스지” 하셨는데 그때는 이해를 못 했다. 스포티한 면 속옷만 입던 때라. 그런데 서른을 기점으로 그렇게 이탈리아 속옷에 손이 간다. 비싸지만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을 때 속옷을 산다. 혼자 보며 만족하는 거라도 뭐 어떤가, 내가 기분 좋으려고 입는 건데.
‘솔직하고 평범한 여자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어느 정도 각인된 것 같다.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기를 바라나?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지 않다. 남을 수도 없을 테고. 그냥 내 작품을 편하고 재미있게 봐줬으면 한다. 사람들이 자신 외에 누군가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안다. 연기자가 특별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에디터가 인터뷰를 진행하듯, 나 역시 직업인으로서 연기할 뿐이다. 누구나 자기 분야에서 성취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나.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어 연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
현실적이지만 조금 서글프게 들린다. 그렇지 않다. 어머니가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당신은 학생들에게 기억에 남고 싶지 않다고 하신 적이 있다. 너무 나빠도 너무 좋아도 기억에 남겠지만, 잘 잊혀져야 진짜 좋은 선생님이라고. 사고 없이 무사히 그 해를 넘기게 도와주어 잘 잊혀지고 싶다고 하셨다.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또래의 <마리끌레르> 여성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요즘 필드에서 30대 여자들을 참 많이 만난다. 나도 그렇지만, 30대가 가장 활발하게 일하는 시기인가보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 잘하는 여자는 참 멋있는 것 같다. 최근 한석규 선배님이 내게 지치지 않고 연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셨는데, 정말 맞는 말 같아 무릎을 탁 쳤다. 나도 내 또래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 지칠 일이 많지 않나. 그래서 그 고되거나 지루한 삶을 탈피하기 위해 결혼을 택하는 친구도 많고. 아, 절대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 모두 지치지 말고 열심히 일합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