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우리가 부끄러울 일이 있는가, 일본이 부끄럽지” 이옥선 할머니의 삶
16,581 15
2025.05.13 09:33
16,581 15

CFoJfh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활동가인 이옥선 할머니 빈소가 12일 오후 경기 용인시 쉴낙원경기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다. 김혜윤 기자 





“우리는 해방 못 받았어요. 전쟁도 끝이 안 나. 이게 우리 전쟁하는 거예요.”

11일 별세한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활동가 이옥선(98) 할머니가 2013년 독일의 한 대학에서 자신이 겪은 참상을 증언하며 한 말이다. 


1941년 부산에 살던 열네살 소녀 옥선은 해마다 학교 입학철에 그랬듯 엄마를 붙들고 ‘학교에 보내달라’ 조르며 울었다. 가난한 집에서 입 하나라도 덜고자 학교 대신 다른 집 식모로 보내졌다. 이집 저집 옮겨 다니던 옥선은 울산에서 주인집 심부름을 다녀오는 길에 낯선 남자들에게 붙잡혀 ‘위안소’로 끌려갔다. 가족은 그의 생사를 알 길이 없자 사망 신고를 했다.


“그 역사를 첫감(처음)엔 부끄러워” 꺼내놓지 못하던 그는 2002년 미국 브라운대 강연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을 다니며 증언에 앞장섰다. 일본군 도검에 찔려 손·발 등에 흉터가 남았고 구타 후유증 등으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일본과 한국, 양국 정부를 움직이고자 단호한 대응에 나섰다. 2006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관련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2013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조정 신청 등 각종 소송에서 다른 할머니들과 함께 당사자로 참여하며 수차례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두고 일본 정부와 협상에 나선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5년 12월28일 피해 당사자들을 배제한 합의를 하자, 이 할머니는 칼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에도 수요시위에 참석해 “일본에 돈 받고 우리를 도로 팔아먹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쟁 성폭력 피해자면서 인권 활동에 앞장선 이 할머니의 삶은 만화 ‘풀’, 영화 ‘에움길’ ‘귀향’ 등으로 기록됐다. 만화가 김금숙은 지난해 ‘풀’ 개정판(2024년) 서문에서 “주인공 이옥선 할머니와 친구 미자를 통해 여성이 겪었을 폭력에 대해 보편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면서 “서사의 마지막을 절망과 분노, 혐오와 미움이 아닌 짓밟혀도 다시 일어서고자,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바람에 스러지고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풀”은 이 할머니의 삶을 상징한다.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들머리에는 이이남 작가가 이 할머니를 모델로 만든 ‘평화의 소녀상’도 있다. 이 작가는 이 할머니의 16살 소녀시절 모습과 92살 모습을 나란히 제작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활동가로 2000년대 초반 이 할머니와 연을 맺어온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장은 “나눔의집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까지 왕복 3~4시간 거리임에도 참석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셨다”고 말했다. 특히 “수요시위에서 젊은 세대와 함께 구호를 외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셨다”고 덧붙였다. 김 관장은 이 할머니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실을 기억하기 위한 평화박물관 건립운동에 후원을 하는 등 다른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에도 힘을 보탰다고도 전했다.

나눔의집과 요양병원에서 이 할머니를 번갈아 돌본 요양보호사 김보미·김정열씨는 “겉은 약해보여도 강단이 있는 분”이라며 “신장 투석을 받느라 고생 많으시면서도 주변에 늘 ‘사랑해’라고 마음을 잘 표현하셨고, 기억력도 좋으셔서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도 종종 들려주셨다”고 기억했다.

나눔의집에서 20여년 간 자원봉사를 해온 고명길(53)씨는 “외국가서 (피해를) 증언하는 게 쉽지 않으셨을텐데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회고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19년 1400번째 수요시위를 앞두고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청년세대를 향해 “역사를 많이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 다 죽기를 기다리지만 우리가 죽고 없어도 후대와 역사를 위해 일본이 이 문제에 대해서 사죄하도록 (후속세대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6명으로 줄었다. 생존자 평균연령은 95.6살에 달한다.

이용수 할머니는 12일 오후 빈소를 찾아 “언니”이자 활동가 동료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영정사진 앞에서 묵념한 뒤 “언니, 편안한 마음으로 가세요. 못다한 건 용수가 다 할게요”라고 말을 건넸다.


전국 대학생 연합동아리 ‘평화나비네트워크’는 11일 낸 추모 성명에서 “우리가 부끄러울 일이 있는가. 일본이 부끄럽지”라는 생전 이 할머니의 말을 인용하며 “이옥선 할머니의 발자취와 목소리를 대학생들이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의 기억투쟁 속에서 이 할머니의 삶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며 이는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반드시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실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745494?s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1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시스터> 무대인사 시사회 초대 이벤트 188 01.04 29,52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09,807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178,49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49,32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84,663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4,07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0,52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2,97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3 20.04.30 8,473,52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09,66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5589 유머 안성재 셰프가 뜨거운 음식 췍췍 만지는게 너무 신기한 대니구 17:33 49
2955588 정치 참 재밌다고 생각되는 정청래 행적 6 17:31 292
2955587 이슈 사이 좋았던 뉴진스, 르세라핌 팬덤 17:31 386
2955586 기사/뉴스 [일본 뉴스] 고양이 신장병 신약, 빠르면 올해 안에 실용화 4 17:29 261
2955585 이슈 [지진정보] 01-07 17:00 북한 황해북도 송림 북북동쪽 15km 지역 규모2.2 계기진도 : 최대진도 Ⅰ 3 17:28 238
2955584 이슈 색칠공부 책 가져온 아들 3 17:26 643
2955583 기사/뉴스 [단독]SKT, 유심 확보 시간 벌려 '과장 광고'…과기정통부 검증도 안해 3 17:26 253
2955582 이슈 파채 써는 최강록 심사하는 강레오 셰프ㅋㅋㅋㅋㅋㅋㅋ 17 17:25 1,515
2955581 이슈 [환승연애4] 민경이가 재회하려면 지금처럼 부담 주면 안될거같다는 환승연애 2 해은.jpg 2 17:24 759
2955580 이슈 오늘 11년 만에 정규 앨범 발매한다는 밴드 4 17:21 876
2955579 이슈 내 동생은 제 2의 강형욱임 7 17:18 1,414
2955578 이슈 멜론 일간 탑텐 근황 13 17:17 1,421
2955577 정치 [속보] 국회, 내일 본회의 열지 않기로...오는 15일 개최 예정 17 17:16 979
2955576 이슈 컴백 앨범 안무 스포 해주는 영상인데도 사랑스러움 MAX 찍은 츄ㅋㅋㅋ 2 17:15 215
2955575 이슈 새로운 볼쨜 애교 선보이는 푸바오 11 17:13 1,021
2955574 이슈 [촌장전] 나솔이 엄마아빠 28기 정숙&상철 결혼식! 17:12 897
2955573 기사/뉴스 남매에 흉기 휘두르고 둔기 폭행.. 범인은 '오빠의 친구'였다 7 17:04 2,368
2955572 유머 유모차에 인형 태우고 다니는 사연많은 엄마 16 17:03 3,583
2955571 이슈 실시간 부산에서 목격되고 있는 중인 김재중 남돌.jpg 13 17:03 2,828
2955570 유머 줄 서라구요 어딜 새치기하려고 해요 32 17:02 3,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