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황교익이 딱 10년 전에 썼던 백종원에 대한 칼럼
49,778 176
2025.05.12 06:26
49,778 176

<뒤집어보기> 백종원이 '집밥 선생'? 무슨 그런 농담을

기사입력 2015-07-08 20:36 | 최종수정 2015-07-09 09:21 


요즘 ‘최고의 대세남’은 유승민도 김무성도 아닌 백종원(49)이다. TV에서 칼질하는 서글서글한 남자의 모습을 보고 있다면 백발백중 백종원일 것이다. 주말이면 각종 케이블에서 재방송을 하는 바람에 그가 떡볶이 만드는 프로그램은 서너번쯤 본 것 같다. 그는 타고난 방송쟁이다. 김구라의 ‘이빨’과 유재석의 ‘호감 이미지’을 남자 몸 하나로 구현하면, 그게 백종원이다.


그런데 이 대세남 백종원에게서 이상하게 ‘돈냄새’가 난다. 그는 ‘집밥 선생’ 백종원 이전에 ‘사업가 백종원’이다. 그는 ‘만들어진 추억’ ‘가공된 빈티지’ 컨셉의 ‘새마을 식당’으로 열집 중 한집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외식업계에서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앞서 보쌈체인을 했다가 실패했다는데, 대체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요즘 하는 사업은 대단한 기세다. 비빔밥 체인, 국수 체인, 이어서 커피체인까지. 그는 그런대로 돈 들인 인테리어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외식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그의 저가 음식체인이 변두리에만 있으냐 그렇지도 않다. 가로수길 근처 신사동에 그의 식당과 카페가 서너개가 주루룩 들어섰으니 좀 산다는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에서도 그는 막강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의 사업 얘기를 왜 하는가 하면, 그가 TV를 통해 선보이는 요리들은 우연인지, 계획적인지 모르겠으나 다 그의 식당 메뉴라는 점이다. 하긴 김치찌개, 비빔국수, 비빔밥, 된장찌개, 삼겹살 같은 음식은 ‘불패’의 아이템이기는 하다(수준높은 음식비평가가 나오는 ‘수요미식회’ 역시 단가 1만원을 넘는 음식은 주제로 삼지 않는다. ‘그렇게 돈 많냐’는 시청자들 항의가 두렵기 때문일 것).

메뉴 만의 문제는 아니다. 백종원 식당을 다녀본 사람들의 평은 ‘식당 음식이 전반적으로 달고, 가벼워 딱 ‘식당 음식’같다’는 것이다. 저가를 표방하는 식당이 뭉근한 어머니 손맛을 내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도둑 심보일 수도 있겠다.


그가 자기 식당에서 그런 음식을 파는 건 자기 철학에 관한 일이다. 그러나 셀 수도 없는 여러 프로그램에 나와 자기 식당의 ‘입맛에 관한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는 건 어째 ‘계산 속’이 보이는 일 같다. 건강프로그램에서 의사들이 이상한 건강식품을 들고나와 ‘관절염에 특효’라고 주장하는 것을 볼 때의 침침함, 찝찝함이 그의 레시피에서 느껴진다.


그는 ‘웰빙’음식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 속을 정확히 파고 든다. ‘슈가 보이’라는 별명이 싫다면서도 그는 여전히 설탕을 들이 붓는다. 불린 콩이 들어가지 않는 콩국수처럼 ‘게으르고 싶은 욕망’에 호소하는 음식을 그는 척척 대령해낸다.


그는 자기 식당 상호를 은근히 드러내는 PPL(간접광고)을 하는 ‘하수’가 아니다. 대신 자기 식당이 만들어내는 가벼운 음식에 대해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듯 보인다. ‘프로’다. “이건 너무 달아” “이건 맛이 너무 가벼워” 같은 비평 대신 “뭘 그리 까탈스럽게 굴어” “요즘 설탕이 대세잖아” 같은 평가 말이다.


대기업 오너들이 ‘3세 도련님’ ‘2세 따님들’의 여가선용을 걱정하기 때문인지 유난히 대기업 식당체인이 많은 게 우리 외식업계다. 거기서 ‘홀몸’으로 이렇게 살아남았다는 건 대단한 능력자란 뜻이다. 셰프 출신이 아니지만, 그가 음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심지어 내공 대단한 이들이 맡는 전국 음식경연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 된다는 것도 용인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집밥 선생’ 컨셉으로 지나치게 많은 방송에서 ‘유일한 음식 훈장님’처럼 대접받는 건, 좀 부당한 일이다. 그 와중에 ‘백종원식 음식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는 일도 개운치 않다. “백종원 잡으면 시청률은 끝”이라는 방송사의 게으른 선택의 결과다.

‘식당밥 백선생’도 아니고 ‘집밥 백선생’이라니, 어머니들이 펄쩍 뛸 일이다. “나 우리 애들 그렇게 안해멕였다!”

목록 스크랩 (1)
댓글 17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라카 X 더쿠💗 립밤+틴트+립글로스가 하나로?! 컬러 장인 라카의 프루티 립 글로셔너 체험단 모집! 914 12.19 71,79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64,50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76,471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05,67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392,884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1,013,08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1 21.08.23 8,454,38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6 20.09.29 7,382,36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0 20.05.17 8,579,0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69,41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92,21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43293 이슈 해외나가서 한국말 조심 또 조심해야하긴 함 ㄷㄷ 17:46 190
2943292 유머 직장에서 일할 때 유용한 집게핀.X 17:45 241
2943291 이슈 2025 가요대전 영케이 - Bring Me Love 3 17:45 102
2943290 이슈 우리나라의 군사분계선이 남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국민의힘과 조선일보가 맹비난을 퍼부었는데요. 알고보니 윤석열 정부가.x 1 17:45 180
2943289 유머 난 게으른 사람들이 싫어 1 17:45 138
2943288 이슈 ✨2025 가요대전 귀공자즈 (투어스 신유 × 투바투 휴닝카이 × 제베원 장하오 × 라이즈 소희) - 예뻤어 (원곡: DAY6)✨ 1 17:44 203
2943287 이슈 [SBS 가요대전] 코르티스 - Jingle Bell Rock 무대 17:44 110
2943286 기사/뉴스 K-뷰티 세계화 이끈 1세대 크리에이터 다또아 별세 4 17:43 551
2943285 이슈 변우석 인스타 업뎃 (메리 크리스마스 🎄☺️ ㅂ첸시오) 5 17:41 385
2943284 이슈 초등학생 쌍둥이가 꽃 사면서 엄마께 같이 드릴 편지 쓰고 있는데 옆에 있는 친구가 계속 까불며 방해함.x 6 17:39 556
2943283 이슈 눈 지긋이 감고 뽀갈 허락한 루이바오 🐼💜 12 17:38 895
2943282 이슈 [2025 가요대전] SKINZ(스킨즈) - WHY U MAD 17:37 184
2943281 이슈 몇몇사람들이 진정한 뮬란의 주제곡이라 꼽는 노래 2 17:36 270
2943280 이슈 가요대전 아홉 (AHOF) -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싫어해 1 17:36 67
2943279 기사/뉴스 한은 “환율·물가 고려 금리 인하 여부 결정” 64 17:35 1,554
2943278 이슈 ✨가 요 대 전✨ red carpet 태용🌹 4 17:35 404
2943277 이슈 환승연애4에서 재회 의지 있는 남출이 여출에게 한 멘트.twt 2 17:34 1,011
2943276 이슈 유출 영상 피해잔데 남친 컴퓨터 방문기록에 내 영상 검색 기록이 있는걸 알게됐어 33 17:32 3,653
2943275 이슈 @아빠 에드워드리 비빔밥은 왜 비빔밥이 아니라 했어요 7 17:32 867
2943274 정보 전 세계 AI 시스템의 물 소비량이 생수 소비량을 넘어섰다고 한다.X 3 17:32 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