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소도시 모리오카에 냉면집만 400곳
1954년 함흥 출신 한국인이 처음 선보여
모리오카는 인구 13만의 작은 도시다. 조용하고 아담하다. 우리와 인연도 깊다. 45년 해방 당시 모리오카가 소속된 이와테현에 살던 조선인이 1만 명이 넘었다. 철광석과 유황광산에 징용온 사람들이었다. 이때 한 조선인이 도쿄로부터 이곳에 온다. 1954년의 일이다. 함흥 출신의 양용철 씨(20년 전 타계)였다. 그는 일본인 아내와 함께 이 도시로 이주했다. 한 지인이 ‘모리오카라는 도시에 오면 먹고 살길이 있다’는 조언을 해줬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90년 전에 일본으로 건너왔어요. 17세 때였죠. 부산~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연락선을 탔습니다. 도쿄로 가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거기서 어머니를 만났고, 나중에 모리오카로 오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냉면이 잘 팔린 건 아니었어요. 냉면 맛을 일본인 손님들이 낯설어하고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로 라멘과 불고기를 팔았습니다.”
1960년대로 접어들자 일본은 경제성장이 크게 일어났고 외식이 하나의 흐름이 됐다. 이때 손님이 크게 늘었고, 냉면도 바뀌기 시작했다. 메밀 면 대신 전분과 밀가루로 뽑고, 육수도 단맛이 돌고 묵직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이 새로운 맛의 냉면에 모리오카 시민들이 반응했다. 불고기를 먹고 냉면으로 마무리하는 방법이 유행했다. 나중에는 그저 냉면만 먹으러 오는 손님도 생겼다.

평양냉면이 아니라 함흥식 냉면이다보니 면이 쫄깃쫄깃한 편인데
함흥냉면 특유의 매운맛은 거의 다 없애고 일본식 라멘느낌의 육수로 현지화됨
그리고 수박이랑 김치를 냉면육수에 넣어먹는게 특징
모리오카라는 저 도시 자체가 일본에서도 거의 북쪽끝에 붙어있는 시골 촌동네인데
이 냉면 하나로 지역경기가 엄청 살아나고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게 됨
그래서 이젠 아예 시 대표 음식이자 마스코트로 냉면을 미는 중

실제로 모리오카 역에서 볼 수 있는 냉면자판기
(일본은 그 지역 특산품으로 정해졌다 싶으면 엄청 밀어줌
우동이 특산품이면 공항에까지 우동국물 수도꼭지를 설치한다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