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3차 골목골목 경청투어로 경북지역 방문에 나선 9일 경북 경주시의 한 문방구를 방문해 가게 상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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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대선 후보 등록(10~11일)을 하루 앞둔 9일 경청 투어의 일환으로 경북 경주·칠곡 지역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따라가며 시민 10여 명을 만났다. 두 곳은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과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할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이들이 많았고, 그럼에도 김문수와 한덕수는 선택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등 보수 표심이 다소 흔들리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날 오전 10시께 굵은 빗방울(강수 1.0㎜)이 떨어지던 경주 황남초 인근 상가를 찾은 이 후보를 멀찍이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이 후보에 대한 평가를 슬며시 물었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정아무개(50·여)씨가 연신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저는 원래 민주당을 별로 안 좋아해요. 지역 감정이라는 게 좀 있죠."
정씨는 "재판받을 건 받아야 한다"라며 이 후보의 사법 위험을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이라고 특별히 지지한 적도 없다. (보수정당이 경제성장을 강조하지만) 옛날에 비해 경제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를 업고 나와 이 후보를 멀리서 지켜보던 여아무개(39·여)씨도 이 후보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여씨는 "의혹이나 범죄에 관련된 것 때문에 이 후보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게 좋진 않다"라면서도 "그래도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위해서 잘할 것 같긴 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북 민심엔 '반명(반이재명) 정서'가 깔려 있었다. 청년층에 비해 노년층 대다수가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여전히 지지하고,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이기만 하면 의원 배지를 달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익숙하게 들려왔다.
이날 이 후보가 들렀던 한 문구점에서 만난 경주 토박이 최수훈(47·남)씨는 "여기 나이 드신 분들의 80~90% 이상은 무조건 국민의힘"이라며 "빨간 명찰만 달고 나오면 시의원이고 뭐고 다 된다. 오늘 이재명이 동네에 온다고 친구들한테 말했는데 아무 이유 없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경주 토박이 안성진(40·남)씨도 "TK는 안 바뀔 것 같다"라며 "지역 이미지가 그대로인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를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연호가 거리를 메울 때 건너편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황효민(42·여)씨는 "(한덕수나 김문수나) 도긴개긴이니 이재명을 뽑으려고 한다. 국민의힘은 뽑으면 안 될 것 같다. 내란당은 안 뽑는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아무개(40대·여)씨도 황씨의 말을 거들었다. "국민의힘이 하도 뻘짓을 하니까 어쩔 수 없지."
이 후보가 시민들을 만나는 건너편 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아무개(35·남)씨는 "국민의힘에 뽑을 만한 사람이 없다"라며 "계엄은 잘못했으니까 벌을 받아야 하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대구·경북이라고 빨간색(국민의힘)을 찍어야 한다는 건 이제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한 가게 단상에 올라 인사하자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더러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이번 대선에서 누굴 뽑을지 정하지 못했다"라며 말을 아꼈다. 김동희(40·여)씨는 "(거대 양당에 대한 선호도가) 딱 반반이고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내란 수괴' 혐의자 윤석열씨에 대한 분노를 가감없이 표출하기도 했다. 김동애(66·여)씨는 "대구·경북이 보수세라 사우나에 가도 정치 이야기를 못한다"라면서도 "계엄도 그렇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때부터 싫어했다. 윤석열 3년 동안 진짜 지옥이었고 텔레비전 뉴스를 안 봤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대선엔 우리 사돈의 팔촌까지 이재명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복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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