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발은 생신 선물이었죠. 금강산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2006년 6월, 인천에 사는 이군익(60) 씨는 지게에 92세 아버지 이선주씨를 태우고 금강산에 올랐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남짓, 상실의 시간 속에서 아버지를 웃게 하고 싶었다. 직접 만든 알루미늄 지게의자에 아버지를 앉히고 계단을 오르던 그날, 6년간의 여행이 시작됐다.
이 씨는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는 금강산 관광이 활발했다. 생신 기념으로 모시고 가기로 했는데, 산 아래서 보고만 오긴 서운하실 것 같아 지게를 북한까지 가져가 아버지를 태우고 올랐다”고 말했다.
새털처럼 가벼운 아버지였지만, 동반 등반은 쉽지 않았다. 하산길에 비까지 내려 한시도 쉬지 못하고 걸었다. 비에 젖은 채 하산해 거울을 보니 어깨와 팔은 지게끈 자국으로 검게 변해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지고 올랐지만, 마음으론 어머니도 함께 업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해 가을엔 덕유산, 이듬해엔 중국 태산에도 지게를 지고 함께 올랐다. 이후 고향 팔봉산, 전국 8도 유람으로 여정이 이어졌고, 아버지는 98세까지 건강히 사시다 잠들듯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석 달 만에 아버지 머리가 새하얘졌어요. 그런데 함께 여행을 다니다 보니 검은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더라고요.”
이 씨는 아버지와의 여행을 ‘치유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말 못 한 슬픔을 산을 오르며 이겨냈다. 아버지는 차 안에서 단 한 번도 잠들지 않았다. 풍경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창밖을 바라보셨다.
“두 분이 하늘에서 손잡고 걷고 계실 것 같아요. 자유롭게 금강산을 넘나드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씨는 이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25년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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