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유별난 매운맛 사랑으로 '국민 음식'인 라면이 점점 매워지고 있다.
공식적으로도 그렇고, 비공식적으로도 그렇다.
일각에서는 경기가 안 좋고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사람들이 점점 더 매운맛을 찾는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지난 7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내놓은 설문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은 '장기적 울분 상태'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47.1%는 지난 1년 동안 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4.9%는 울분의 고통이 지속되는 '장기적 울분 상태'였다.
국민의 과반이 울화통을 안고 산다는 것이다.
매운 라면을 먹으면 이 울화가 가라앉을까.
◇ "매운 라면이 좋아"…"순한맛도 매워져" 배우 정해인은 지난달 28일 '하퍼스 바자' 유튜브에 출연해 "진라면 매운맛, 신라면 레드, 열라면, 킹뚜겅 등 매운 라면은 다 좋아한다"고 밝혔다.
또 월드스타인 블랙핑크 로제는 해외 일정에 '불닭볶음면' 스틱 소스를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라면업계의 매운맛 경쟁은 2012년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내놓으며 시작됐다.
매운맛에 진심인 소비자들은 라면 제품의 스코빌 지수(SHU) 순위표를 공유하며 점점 더 매운맛을 찾고 있다.
스코빌 지수란 캡사이신(고추속 식물의 유효성분) 농도를 계량화해 맵기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농심 신라면의 스코빌 지수는 3천400SHU, 삼양 불닭볶음면은 4천404SHU, 팔도 틈새라면은 9천413SHU로 알려져 있다.
과거 신라면의 스코빌 지수가 1천SHU로 알려졌으니 이게 사실이면 현재 신라면은 옛날보다 3배 이상 매워진 것이다.
다만 농심 관계자는 8일 "현재 신라면이 3천400SHU인 것은 맞지만 옛날 신라면이 1천SHU라는 말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농심 관계자는 2017년에 신라면 레시피를 바꿨으나 스코빌 지수를 높이기 위함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옛날 레시피를 그대로 고수하면 '맛있게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 입맛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매운맛은 고추의 맵기를 보여주는 스코빌 지수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마늘, 생강, 후추 등 다양한 재료가 조합돼 매운맛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라면이 과거에 비해 매워졌다고 말하는 '증언'(?)도 이어진다.
평소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는 김모(29) 씨는 편의점 라면 판매대에서 맵지 않은 라면을 고르기가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적당히 맵다고 생각했던 진라면 순한맛도 매워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예전에는 매우면 맵다고 상품에 확실히 표시를 해줬는데 워낙 매운 라면이 많이 나오다 보니 이젠 포장지만 보고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엑스 이용자 'jin***'는 "예전엔 신라면 매워도 먹을 순 있었는데 요즘은 너무 매워서 괴롭다"고 썼고, 'Aak***'는 "매운맛은 통각이라 점점 무뎌져서 그런가? 우리도 모르는 새 매운맛에 단련되고 있다"고 적었다.
https://stock.mk.co.kr/news/view/7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