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단 나흘간의 만남으로 평생을 추억하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영화화를 거쳐 뮤지컬로 제작됐다.


찰나의 만남으로 끝날 뻔했던 두 사람은 강렬한 끌림을 느낀다. 그리고 하루가 이틀, 이틀이 사흘이 되는 동안 서로에게 스며들어간다. 로버트는 세상 그 어떤 사랑고백보다 로맨틱하고 애절하게 사랑을 갈구한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만 오는 거에요. 몇번을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거에요."
"난 여전히 무언가를 찾아다니고 있다"며 함께 떠나자고 말하는 로버트, "어떻게 떠나요"라면서 등 돌려 흐느끼는 프란체스카. 평생에 다시 없을 설렘을 선물한, 바람같은 남자와 함께 떠날 것인가. 아니면 든든하고 견고한 버팀목같은 남편과 왁자지껄하고 소란하지만 편안한 안식처에 남을 것인가. 그녀의 선택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숱하게 고민하고 갈등했던 프란체스카는 결국 로버트와 스쳐지나가기를 선택한다.
극은 프란체스카의 선택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이후로도 그녀의 삶은 계속된다. 사춘기였던 아들은 의대에 진학하고, 딸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때마다 프란체스카는 사진으로 추억을 남긴다. 이어, 프란체스카는 버팀목이었던 남편을 떠나보낸다. 그리고 깨닫는다. 프란체스카는 그 순간까지도 로버트를 잊지 못했다는 것을. 그는 그녀의 찬란했던, 단 하나의 사랑이었고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이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초연부터 함께 한 박은태는 로버트의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해낸다. 구릿빛 피부에 청바지와 롤업 셔츠를 맞춰 입고, 카메라 가방을 맨 박은태의 모습은 섹시하고 매력적이다. 체크셔츠에 멜빵바지를 입은 아이오와 남자들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여기에, 박은태의 간절하고 애절한 눈빛, 호소력 짙은 노래는 관객들을 옛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재연에 이어 7년 만에 무대에 오른 차지연은 완벽하게 프란체스카로 덧입었다. 극 중반부터 울먹이던 차지연은 울음을 터뜨리다 못해 퉁퉁 부은 얼굴로 프란체스카의 감정에 몰입한다. 강렬한 끌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감정을 다독이는 프란체스카의 손짓과 눈빛에는 갈등과 번민이 가득 묻어있다. 바람같은 남자를 쫓아 떠날 수 없는, 땅에 깊이 뿌리 박힌 여자의 고통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객석에서는 공연 내내 훌쩍이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서정적인 음악은 작품의 짙은 여운을 극대화한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기타, 퍼커션 등이 함께하는 오케스트라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배치되어 더욱 풍성한 선율로 감수성을 자극한다. 또한 프란체스카와 로버트가 함께 요리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버터향을 풍기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2017년과 2018년 공연 이후 세 번째 시즌. 프란체스카 역에 조정은, 차지연, 로버트 킨케이드 역에 박은태, 최재림이 연기한다.
7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14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7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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