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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상임고문 대표 단식 농성…“지도자 정직해야…말한 것은 지켜야”

김문수·한덕수 대선 후보의 단일화 결단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은 “압도적인 단일화 민심을 거스르는 후보야말로 선거에서 지겠다는 것”이라며 후보 자격이 없다는 점을 에둘러 일침을 가했다.
8일 <시사오늘>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유준상 전 의원은 전날부터 여의도 중앙당사 사무실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한 뒤 늦은 시각까지 당 의원총회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후 보도 등을 통해 국민의힘 전체 당원의 82.8%가 단일화가 필요하다, 86.7%는 후보 등록 전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변한 단일화 찬반 ARS 조사 결과를 접했다.
김 전 대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정당은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존재할 수 있다”며 “압도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으면 따르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 정서에 역행하게 돼 선거에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대 모든 정권은 연합 세력이 집권했다. 3당 합당, DJP(김대중+김종필)연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모두 그 예”라며 “지금 우리나라는 양 진영 간 극한 대립으로 사실상 두 동강이 난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로 단일화가 됐는데 우리 쪽은 두 명만 나와도 필패”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선거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인데 단일화가 안 되면 질 수밖에 없다. 이길 생각이 있다면 단일화를 해야지 지기 위해 출마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어떻게든 이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단일화에 소극적인 자세는 후보 자격과 맞지 않음을 피력했다.
또한 그는 “김문수 후보는 여론조사를 기피 말고 본인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단일화가 되면 오히려 더 경쟁력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한덕수 후보도 김 후보와 직접 만나 당에 위임했다는 말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 ‘당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식의 말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조언했다.
김 전 대표는 두 후보의 결단에 필요한 공동정부 구상도 언급했다. 그는 “두 후보 모두 개헌론자 아닌가. 개헌은 곧 권력 분점을 뜻한다.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 후보는 대통령이 되고 2위는 책임총리를 맡아 공동정부를 구성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기본적으로 협상과 타협의 과정이다. 당사자끼리 만나 대화하면 된다. 간단한 일이지 복잡할 게 없다”며 “두 후보의 결단을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정직’을 강조하며 “자신이 한 발언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도자는 첫째 문제 해결 능력이 있어야 하고 둘째 봉사정신, 셋째 꾸준히 공부하는 자세, 넷째 따뜻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직”이라며 “야심을 가지더라도 품격 있게 해야 한다. 전 국민과 당원 앞에서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서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볼 때 특정 후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경선 기간 내내 단일화를 강조하며 표심을 모았던 김문수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는 경선에서 승리하기까지 단일화를 바라는 당원들 표심에 어필하고자 “단일화에 진심인 후보, 믿을 수 있는 후보, 김덕수(김문수+한덕수)가 유일한 필승카드”, “한덕수 출마 시 즉시 찾아 가겠다” 등의 발언들을 앞세웠다.
하지만 경선이 지나면서는 단일화에 적극 나서는 지도부에 “여기가 한덕수 당이냐”며 불만을 드러내는 한편 사무총장을 교체하려는 등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이에 권영세 비대위원장, 박수영 의원, 장성민 전 의원 등 당 내 인사들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공개적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유 전 의원은 특정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두 후보가 여러 측면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애국심과 애당심으로 결단해주기를 기대한다. 문제는 주변 인사들이 사익을 위해 상황을 어지럽히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비록 비난이 오가고 있지만 정치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살아 있는 생물이다. 나는 정치를 상상의 예술이라 생각한다”며 “의기투합해 결단을 내리고 승복하면 큰 파급력이 생길 것이다. 나라와 당이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두 후보의 통 큰 결단이 기적을 일으켜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이날 오전 김무성 김종하 권해옥 나오연 목요상 신경식 유준상 유흥수 이해구 등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은 성명을 내고 “나라와 당이 어려운 이 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후보 단일화다. 이는 국민과 당원의 명령이다. 단일화를 반대하는 이는 국민과 당원에 대한 배신자”라며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예비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될 때까지 단식 농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상임고문단을 대표해 70대인 김무성, 80대인 내가 단식 농성에 나섰다. 90대 고문들이 할 수는 없다고 봤다”며 “김 전 대표와 나는 과거 민주화 운동을 했던 경험이 있다.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단일화가 될 때까지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 역시 “우리는 현역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결단을 촉구해야 하는데 전혀 준비 없이 이렇게라도 호소하게 됐다”며 “의총에서도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일부 현역 의원들이 동조 단식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단일화하기까지 압박하는데 힘이 되지 않겠나 싶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유 전 의원과 김 전 대표는 각각 김대중(DJ) 동교동계, 김영삼(YS) 상도동계 출신으로 1987년 대선 당시 ‘양김 단일화 실패’ 당시 각 진영을 대표했던 인물들이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1987년 단일화 국면에서 YS와 DJ로 나뉘었던 두 인물이 지금은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하나로 뭉쳐 단일화를 요구하는 모습에 감회가 새로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김 후보와 한 예비후보는 지난 7일에 이어 8일 오후에도 회동을 갖기로 했다. 양순석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 수석 부의장은 “단일화에 실패하면 그 책임은 김 후보가 질 수밖에 없기에 결국 될 거로 본다”며 “김 후보로서는 여론조사가 늦을수록 유리하다고 보기에 늦어도 9일까지 한 후보와 합의해 그날 저녁 토론회 혹은 10일 오전을 거친 뒤 바로 여론조사를 돌려 그날 자정께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