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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김문수가 뛰고 우승 트로피는 한덕수가?
21대 대선 후보 등록일을 나흘 앞둔 시점에서도 국민의힘은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후보 간 단일화 문제로 옥신각신하며 자중지란을 거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이란 호재가 나왔음에도 두 사람 모두 지지율 격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음에도 지분 다툼만 벌이고 있다.
7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오후 6시에 단일화 회동이 예정돼 있는 자당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후보를 향해 이날 중으로 단일화를 매듭지어줄 것을 엎드려 부탁드린다는 호소의 발언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 30분 개회한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승리를 위한 단일화는 우리의 후보인 김문수 후보께서 국민과 하신 약속"이라며 "이제 더는 시간이 없다. 오늘 반드시 단일화를 확정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단일화 협상에 나설 것을 종용했다.
그러면서 "우리 김문수 후보께서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당원의 뜻을 받들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 두 분께서 단일화를 매듭짓고 확정지어줄 것을 간곡히 간곡히 엎드려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덕수 후보 또한 같은 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 김 후보와의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단일화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에 모든 것을 일임했다”며 “국민의 명령으로서 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당 내에서도 또 당 밖에서도 계속해서 김문수 후보를 향해 단일화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당 안팎의 움직임에 대해 김 후보 측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후보는 지난 6일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날 김 후보는 경북 영덕 산불현장, 포항 죽도시장, 경주를 방문한 후 대구로 이동해 시민들과 만날 예정이었다.
당시 김 후보는 경주 방문 일정 도중 기자들에게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며 “저는 국민의힘 후보로서 대선 승리를 위한 비전을 알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단일화에 대한 일관된 의지도 분명하게 보여드렸고 지금도 단일화에 대해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당이 대선후보에 대한 지원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기습적으로 전국위와 전당대회도 소집했다. 이것은 당 지도부가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어 김 후보는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당 대선후보까지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며 “이럴 거면 경선을 왜 3차례나 했나. 그래서 저는 후보로서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거듭 당을 향한 원망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서울로 올라가서 남은 여러 가지 현안 문제에 대해서 깊이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즉, 김 후보의 발언은 자신이 경선을 치러 다른 예비후보들을 꺾고 최종 '우승자'가 됐는데 정작 우승 트로피는 한덕수 후보에게 안겨주려 한다는 취지의 노골적인 불만이다. 특히 7일 중앙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 측과 당 지도부 간 신경전이 표출된 것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인 3일 저녁 7시 무렵부터였다고 한다.
이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김 후보가 캠프 사무실로 돌아온 시점이다. 김문수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라디오에서 “오후 7시에 곧바로 당에서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그리고 이양수 사무총장이 찾아와서 ‘7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해야 홍보물과 선거 용품을 계약할 수 있다’며 무조건 단일화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휴 끝에 단일화하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아,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총장을 교체하고 선거조직과 당의 지원을 원만히 해결하자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자리에서 (지도부가) ‘후보 단일화 전엔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 안 된다’며 거부를 했다”며 “당이 요구대로 선대위를 구성하고 단일화 추진기구를 만들었으면 지금쯤 진전이 있었을 텐데, 결국 이 순간까지 아무것도 진전되지 못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중앙일보는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선 김문수 후보의 ‘단일화 버티기’를 의심하는 당 주류는 배후에 김재원 비서실장 등 강경파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반면 반면 김 후보 측은 박수영, 김미애 의원 등 김문수 캠프에 몸담았던 다수 현역 의원에 대한 불쾌함을 여과 없이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한 후보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해 김 후보를 이용해왔다는 것이다.
이로 볼 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국민의힘 버전 후단협 사태'는 약속 대련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로 양측이 노골적으로 감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고 감정의 골이 깊이 패인 상태라는 점을 볼 때 약속 대련이 아니라 실제 촉발된 갈등으로 보인다.
현재 여론조사 상 단일화 지지율은 한덕수 후보 측이 앞서고 있으나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힘으로부터 선거비용 조력을 받을 수 있어 '돈'이란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자기 돈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한 후보 측 입장에선 빨리 단일화를 하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 측에선 굳이 단일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이렇게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옥신각신하는 양상이 이어지며 서로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이럴 경우 단일화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긴 어렵다. 안 그래도 현재 두 사람 모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10%p 차 이상의 격차로 크게 열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