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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12·3 내란 때 국회 난입한 계엄군 이야기 연극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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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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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1196056.html

 

전웅 감독 연출한 ‘국산군인’
대학로 ‘혜화동1번지’서 11일까지
‘국산예수’ 이어 국산시리즈 2탄
‘군인이란 무엇인가’ 근원적 질문
“시대 변화에도 군대 돌아가는 구조
반복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쏘라고 시켰으면 쏘았을 거잖아.”

비상작전 명령이 떨어진 뒤 헬기를 타고 어딘가에 내린 계엄군 신 일병은 시민과 맞닥뜨려 혼란스런 상황에서 오발탄을 맞고 쓰러진다. 눈을 떠 보니 천당 문 앞이다. 눈앞에는 광개토대왕, 선덕여왕, 이순신 장군을 자처하는 이들이 나타나 신 일병의 정체를 묻는다. 12·3 계엄 때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왕들과 장군은 그날의 상황을 꼬치꼬치 캐묻고, 신 일병은 시민에게 발포하려 했느냐는 날선 질문에 “난 총만 들고 갔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항변한다.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서울 혜화동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공연 중인 연극 ‘국산군인’은 12·3 비상계엄 때 국회에 온 계엄군을 처음 극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민주주의가 군홧발에 짓밟힐 뻔한 아찔한 순간을 상기시키며, 군인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젊은 연극 감독 전웅(31·프로젝트W 대표)이 연출을 맡았다. ‘국산예수’(2023년)에 이은 ‘국산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다. 지난 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식당에서 전 감독을 만났다.

 

그는 지난해 12월3일 밤 침대에 누워있다 국회 유리창을 깨고 난입하는 무장군인들 모습을 티브이 뉴스로 봤다. “아무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지만 그날 누군가, 무엇인가 사라졌어요. 어쩌면 내 부끄러운 침묵이 그날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국산군인’은 계엄 전 기획됐으나, 시놉시스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대 위 신 일병은 천당과 지옥의 경계에서 방황하며 고통스러워한다. ‘천당방위수색대’의 왕 선녀는 신 일병의 천당행을 허용하지 않고, 광개토대왕·선덕여왕·이순신 장군과 더불어 광복군·해병대원 등으로 구성된 ‘지옥 탈옥단’은 계엄군의 존재를 놓고 갑론을박을 한다. 다분히 신화적인 설정이다. “‘군대신화’라는 말에서부터 시작했어요. 판타지적인 공간에서 우리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시대는 변했지만 사회가 돌아가는 구조 자체는 무엇 하나 바뀌지 않고 반복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어요.”

 

‘국산 군인’은 ‘외산 군인’과 무엇이 다를까. 전 감독은 “징병제 구조 아래에서 자부심과 억울함, 피해의식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존재가 국산군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장군이든 사병이든 군인들이 허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건 아닌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했다. 여기에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위인’들을 등장시킨 건 논쟁적이다. “공동창작 과정에서 ‘광복군’을 놓고 가장 의견이 분분했어요. 가까운 과거이기도 하고, 독립을 위해 싸웠는데 여기에 집어넣어도 되는가 말이죠. 관객들도 이런 문제를 놓고 토론을 해봤으면 합니다.”

신 일병은 천당의 문을 열지 못한다. 군대를 넘어 우리 사회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총을 든 군인은 천당에 입성할 수 없다는 메시지일까. “아니죠. 그건 작품의 세계관일 뿐이고, 제 판단 영역이 아니라고 봐요. 다만 총은 언제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을 잊지 않고, ‘총을 든다’는 것을 결코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 감독은 지역방위와 관련된 분야에 복무하며 집에서 출퇴근한 상근예비역 출신이다. “그게 군대냐, 어디 가서 군필이라 말하지 말라”는 비웃음을 친구들로부터 자주 들었다. 그때마다 “군대는 편하게 다녀오는 게 최고지”라고 받아쳤으나 마음 한편엔 ‘편하게 때운 군대’에 대한 부끄러움도 웅크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번 작품은 그 부끄러움의 정체를 들여다보는 작업이기도 했다. “너무나 평범한 삶을 살아왔으나, 그 평범했던 순간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는 전 감독의 다음 ‘국산 시리즈’ 주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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