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화보 촬영을 준비하면서 새삼 용감한 배우라고 느꼈어요. 그간 화보로 만난 김민하 배우는 통념적 아름다움을 따르기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망설임이 없어 보여요. 그런 시도와 용기가 결국 작품 선택으로 이어질 것 같고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전형적으로 요구하는 것에 나를 맞추는 게 힘들었어요. 성형수술을 해보면 어떠냐를 시작으로 체중을 45kg까지 감량해라, 옷을 이렇게 입어라 하는 것들이요. 이런 요구들이 연기보다 저를 더 힘들게 했어요. ‘내가 지닌 아름다움이, 나의 색이 있는데 왜 그래야 하지?’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때로는 ‘그냥 내 걸 다 포기해야 하나?’ 싶었고요. 물론 지금도 고민해요, 엄청 많이. 한데 오늘처럼 화보 촬영을 할 때는 재미있는 걸 시도해볼 수 있잖아요. 현실에서 구현하지 못하는 걸 해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저는 지금 제 몸도, 얼굴도 충분히 예쁘거든요.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 스스로 발현할 수 있는 걸 더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나아가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저마다 각자의 고유함을 지켜가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더 다양해지면 좋겠어요. 그래서 작품을 고를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내가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무엇일까, 내 목소리의 볼륨은 어느 정도일까 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중략)
온전히 나의 모습으로 서 있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잖아요. 타고난 게 아니라면 지금의 단단함이 만들어지기까지 시행착오도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지금의 모습은 만들어진 거예요. 저는 원래 다른 사람 눈치를 많이 봤고, 자아가 강하지 않았어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취향은 있지만 정작 내 중심은 없었죠. 소심한 성격이어서 어릴 때 누군가가 ‘너 이거 왜 이렇게 해!’ 하면 ‘맞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건데, 100% 내 잘못이야’ 하는 식이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그러면 안 돼’라는 생각을 오래 하다 보니 가장 아껴줘야 하는 나를, 내가 가장 갉아먹고 상처를 주고 있더라고요. 그런 태도가 나를 파괴하고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닫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나를 아끼고, 보살피고, 사랑해야 한다는 걸 깨달으면서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조금씩 만들어졌어요.
그 시점이 언제예요?
드라마 <파친코>에 출연할 때쯤이에요. 제가 연기한 ‘선자’가 저에게 엄청 큰 걸 많이 가르쳐줬어요. 약하게나마 내가 스스로 내 땅에 발을 디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다짐하던 시기였고요.
코고나다, 저스틴 전 감독이 <파친코> 촬영 당시 “이 장면에 존재하라고, 숨을 쉬라고”라는 디렉션을 했다죠. 선자를 통해 배운 것도 있지만 촬영 현장이 김민하 배우를 보다 단단하게 만들어줬을 것 같아요. 배우가 온전히 자신만의 숨을 쉬며 그 순간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만의 생각일 순 있지만, 모니터를 잘 안 봐요. 모니터링을 거의 안 해요.
오늘 촬영장에서도 안 하더라고요. 멋진 컷이 많아서 조금 보고 갔으면 했는데.(웃음)
맞아요. (웃음) 모니터링을 하면 어느 순간 내 모습을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현장에서 연기를 하는 건 저지만 (대사를) 내뱉고, (캐릭터가) 발현되는 순간부터는 그에 대한 판단은 제가 아닌 감독, 스태프,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저는 내뱉는 행위에 더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거죠. 한데 이 과정에서 내 얼굴이 화면에 어떻게 나오고, 목소리는 이런 것 같고 하며 의식하게 되는 순간 적어도 그 장면에서는 존재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불현듯 내가 생각지 못한 나의 모습이 나왔는데, 이를 신경 쓰면 결국 뻔하고 비슷한 것만 하게 될 테고요. 내가 어떻게 비치고 보이는가보다 그저 그 사건과 상황에 몰입해야 가능한 일 같아요. 당장의 내 눈앞의 배우, 세트만이 내 시야에 들어오도록 집중하려고 해요.
(중략)
마무리할까요. <파친코> 공개 당시 여러 인터뷰에서 “변화가 많은 시점이지만 그럼에도 이때까지 살아온 나 자신, 내가 지켜온 신념을 잃고 싶지 않다. 더 단단해지고 나를 잘 지키고 싶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어요. 이 다짐은 잘 지켜진 것 같나요?
잘 지켜진 것 같아요. 그래서 뿌듯하고요. 나를 지키는 건 여전히 제1 순위예요. 한데 나를 지키겠다는 건 ‘변하지 않을 거야!’ 하고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본래 나의 색을 잃지 않겠다는 의미에 가까워요. 나에게 상처 주지 않겠다는 의지도 포함돼 있고요. 사람은 변해야 하고, 무조건 내가 옳다고 단정하는 게 아니라 나를 사랑하고, 나를 지킬 수 있을 만큼 중심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도 그렇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해 요. ‘나의 보폭을,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나를 해하지 않고, 타인에게도 그렇게 하자.’ 이게 제 ‘나를 지키자’ 프로젝트였거든요.(웃음) 잘 지켜진 것 같아요. 앞으로는 이걸 보다 어른스럽게, 우아하게 해내고 싶어요. 그런 다짐을 품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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