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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교사가 AI 교과서 반대하는 대구시민 1,526명의 서명 받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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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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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함씨는 지난 3월부터 대구 곳곳에서 AI 교과서 강제 도입과 관련한 공익감사 청구를 위한 시민 서명을 받았다. 3월 27일부터 4월 13일까지 방과후, 주말 시간을 활용해 혼자 대구 곳곳을 다니며 받은 서명은 1,526명이다.

교직생활 16년차인 함 교사가 이렇게까지 나선 이유는 그가 전교조 조합원이어서도, 특정한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도 아니다. 본인의 학교에 AI교과서가 도입된 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는 대구만 AI 교과서를 전면 강제 도입하게 된 경위와 비민주적 절차, 높은 구독료를 위해 삭감된 기존 교육 예산의 실태를 심층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구에서 유일하게 AI 교과서 도입 안 한 학교였는데…

그가 재직하는 초등학교는 지난 2월말까지 대구에서 유일하게 AI 교과서를 도입하지 않았다. 교과서를 선정하는 교사들은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올해 1학기 AI 교과서 선정을 희망하십니까?’라는 설문을 진행했는데, 17명이 반대하고 1명이 찬성했다. 2월 10일엔 이를 근거로 2025학년도 AI 교과서 선정 교과협의회를 진행해 AI 교과서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론 냈다. 대구교육청은 전면도입 기조를 내세웠지만, 함 교사의 학교는 교장, 교감이 교사들의 반대를 누르지 않았다. 교장은 올해 2월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었고, 교감도 비슷한 시기 다른 학교로 옮겨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3월, 새로운 교장과 교감이 오자 상황이 변했다. 새로 부임한 교장은 지난 3월 19일 몇몇 교사를 불러 AI 교과서 도입을 주문했다. 교장은 “AI 교과서를 선정하되 안 쓸 사람은 자유롭게 쓰지 말자. 이건 압박이 아닌 호소”라고 말했다. 이미 학기를 시작한 3월에 교과서를 선정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었다. 교육부는 그즈음 채택률을 높이기 위해 AI 교과서 추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함 교사의 학교가 쓰기로 한 AI 교과서 영어 과목의 학생당 연간 이용료는 5만 3,750원, 클라우드 이용료가 1만 원으로 총 6만 3,750원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본예산에 ‘AI 디지털교과서 구독 지원’ 사업 예산으로 89억 7,500만 원을 배정했다. 올해는 초등학교의 경우 3, 4학년 학생의 영어, 수학 과목에만 적용되지만 추후 학년, 과목이 확대된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야 했다. 계산기를 두드리던 함 교사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대구교사노조와 대한초등교사협회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물었다. ‘공익감사 청구’라는 방법이 있었다.

ZVJAzS▲함 씨가 서명을 받으며 찍은 사진. 3월 27일부터 4월 13일까지 약 2주간 1,526명의 서명을 받았다. (사진=함교사)

공익감사를 청구하기 위해선 300명의 서명을 모아야 했다. 아는 교사를 다 모아도 300명이 안 됐다. 기왕이면 이 의견에 동의하는 학부모 의견도 담고 싶었다. 동네 맘카페에 글을 올렸다. 댓글이 달렸다. 혼자 지하철역, 학교, 마트, 도서관, 백화점, 아파트 공원에 갔다.

‘AI 교과서 강제도입 반대, 서명 부탁드립니다’라고 쓴 스케치북을 들고 섰다. “전교조냐”, “좌파냐, 우파냐”, “현직 교사면 공무원인데 왜 이런 걸 하냐”는 말을 들었다. 반면 “나도 반대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먼저 나서줘서 고맙다”며 서명운동을 돕거나, 자발적으로 지인들 서명을 받아 전달한 시민도 있었다.

그렇게 3월 27일 죽전역에서 시작해 4월 13일 대구iM뱅크파크에서 마무리한 서명운동은 대구시민 1,526명의 동의로 마쳤다. 4월 22일 함 교사가 ‘학교장의 AIDT 교과서 강제 도입에 따른 학교 예산 낭비’라는 제목으로 접수한 공익감사는 현재 감사원 국민제안감사1국에서 감사실시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결국 도입된 AI 교과서…직접 써 보니 오히려 진도 안 나가

함 교사가 퇴근 후, 주말 시간을 반납하며 홀로 서명운동을 받으러 다닌 사이, 학교는 AI 교과서 도입을 마쳤다. 4월 10일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선정 심의를 하고, 16일 AI 교과서를 주문했다. 함 교사는 AI 교과서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AI 교과서를 직접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4학년 한 학급의 학생 20명에게 일주일간 회원가입 안내를 했지만 스스로 가입한 학생은 7명에 불과했다. 3단계의 가입 절차는 교사에게도 까다로웠다. 가입 절차 및 동의서가 담긴 가정통신문만 7쪽이었다.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엔 특히 더 쉽지 않았다.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학부모에게 일일이 연락하고, 학생들 옆에 붙어 겨우 20명을 가입시켰다.

위기는 초 단위로 찾아왔다. 첫날 수업에서 겪은 문제점을 함 교사는 표로 정리했다. ‘인터넷 연결이 안 돼서 기기 교체’ 1명, ‘영문 주소(aidtbook.kr) 입력 어려움’ 4명, ‘아이디, 비밀번호 입력 및 로그인 어려움’ 8명, ‘펜과 태블릿 연결 안 됨(페어링 문제)’ 3명, ‘펜 입력 오류’ 4명, ‘문제 안 풀고 페이지 넘김’ 3명, ‘공부시간에 몰래 게임’ 1명, ‘태블릿 배터리 부족으로 꺼짐’ 1명, ‘비밀번호 몰라서 로그인 못 함’ 1명. 종이교과서나 출력물로 했으면 30분 만에 끝났을 분량을 2교시에 걸쳐서 겨우 마쳤다.

비밀번호를 몰라서 결국 수업을 마칠 때까지 로그인을 못 한 학생은 수업 내내 옆자리 학생의 태블릿을 같이 봐야 했다. 교사가 비밀번호나 개인정보를 학부모 대신 이용할 수 있다는 동의서를 내지 않은 학생이었다. 부모가 집에서 가르쳐 보냈지만 학생은 기억나지 않는다고만 했다. 부모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동의서 없이 교사는 비밀번호를 바꾸는 설정에 접근할 수 없었다.

함 교사는 학생이 펜으로 문제를 푸는 과정을 AI 교과서가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특히 문제적이라 봤다. AI 교과서는 정답만을 인식했다. 교사가 학생의 풀이과정을 봐야 과정은 맞지만 답이 틀리다거나, 과정 어느 부분에 오류가 있는지 알 수 있다. 학생들은 종이에 문제를 풀고 정답만을 태블릿에 입력했다. 수업과 무관한 게임이나 딴짓 하는 학생을 잡아내기도 어려웠다. 교사가 학생들의 태블릿 화면을 일괄 제어해 동일한 페이지를 띄우도록 하는 ‘집중모드’가 있지만 각자 속도에 맞게 문제를 푸는 시간에는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이다.

AI 교과서는 도입 이후 여전히 낮은 활용률을 보이고 있다. 백승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이 교육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대구 초·중·고 AI 교과서 가입자 7만 7,000여 명 중 하루 평균 접속자는 초등학교 11%, 중학교 6.8%, 고등학교 7.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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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교사가 AI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을 마친 뒤 학생들에게 받은 평가 중 일부. 다른 평가지에도 ‘종이책이 더 기억에 잘 남는다’, ‘애들이 몰래 게임함, 공부는 안 하고 그림 그림’ 같이 AI 교과서가 사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다수다. (사진=함교사)

실효성 논란에 절차적 문제까지 있는 대구
내년 교육감 선거서 ‘AI 교과서 계속 쓰겠다’ 공약할 후보 있을까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AI 교과서의 교과서 지위가 불안정한 올해 초부터 ‘대구는 전면도입하겠다’고 공언한 뒤 교사들의 반발은 거셌다. 지난 2월 대구교사노조가 지역교사 4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이 98%에 달했으며, 전교조 대구지부는 일선 학교에 맡겨진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교육감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2월 대구교육청은 ‘일부 교사의 의견’이라며 묵살하고 자율선정 방침이 담긴 교육부 공문과 엇갈리는 공문을 학교에 보냈다.

“대구교육청은 학교 자율선택에 맡겨야 하는 부분까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경향이 있어요. 대구교육청이 ‘우리만의 특색있는 교육활동’이라 홍보하는 팔공산수련원 체험활동도 그래요. 대구 초등학교 6학년은 모두 해야 하거든요. 타 시도에선 이런 1박 2일 활동을 일괄로 하기보단 학교별 자율에 맡겨요. 며칠 전 함지산 산불 확산으로 인근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졌는데도 체험활동을 강행해서 논란이 된 일도 있었잖아요.”

함 교사는 AI 교과서 도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정작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이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학교 곳곳에 그 여파는 미치고 있다. 부진 학생들을 방과 후에 지도하는 ‘도움 닫기 프로그램’은 지난해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전 학년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올해는 3학년만 할 수 있다. 수업 보조를 해주는 튜터 교사도 지난해 3명이었다가 올해 1명으로 줄었다. 학생들끼리 교류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또래활동비도 줄었다.

“정말 예산이 투입되어야 할 곳은 이런 부분이에요. 부진 학생들은 태블릿을 쥐어 줄 게 아니라 옆에 사람이 앉아서 1대 1로 가르쳐야 해요. 코로나19 시기 대인관계나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늘었는데, 그 영향이 아직 있다고 느끼거든요. 꼭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닌 것도 같아요. 휴대폰 사용이 늘거나 다양한 원인으로 금쪽이 같은 아이들이 많아졌어요.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피려면 예산이 필요하고, 학급당 학생 수도 지금보다 줄어야 해요.”

 https://www.newsmin.co.kr/news/117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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