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평등법에서 '여성'과 '성별'이라는 용어에 대한 판결이 내려진 후 런던 대법원 밖에서 운동가들이 축하하고 있다.
존 스위니 당대표에게 ‘여성’ 정의에 대한 판결 이후, 여성들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질문이 들어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선의로 행동했습니다. 두 개의 법률 사이를 조정하려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은 스코틀랜드 법원에서 두 차례나 지지를 받았습니다. 논쟁은 정의가 매우 불확실한 영역에 있었고, 대법원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제 그 문제는 끝났습니다.”
많은 말을 했지만, 그 속에 없는 말이 있다. 바로 “죄송합니다.”이다.
그래서 내가 대신하겠다.
나 같은 남자, 우리 같은 남자들, 이 같은 남자들은 여성들에게 사과해야한다.
트랜스젠더 권리와 여성 권리 사이의 충돌을 처음부터 의문시하고 싸워온 여성들에게 말이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정치인들, 활동가들, 나같은 기자들은 그 여성들을 편견에 찌들었다고, 혐오자라고, 가짜뉴스를 믿는다고 몰아붙였다.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치부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어떤가?
그들은 조롱당했고,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결국 옳았고, 승리했다.
당연한 결과다.
긴 말도 필요없다. 한 마디면 된다.
“죄송합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 건 남성들만이 아니다.
여성들도 이 마녀사냥에 가담한 이들이 있다. 니콜라 스터전처럼.
하지만 나처럼 이 논쟁에 뛰어든 남성들은 특히 오만했다.
(니콜라 스터전 : 국민당 전대표, 트랜스젠더에 의한 강간이 반복되자 비난끝에 사임했고, 내려오고 나서도 여성들을 비난했다)
기억나는게 있다.
2021년쯤, 셀프 ID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녀는 나에게 왜 '젠더'가 아니라 '성별'이 중요한지, 왜 단일 성별 공간이 필수인지, 왜 신체적으로 남성인 사람이 그 공간에 들어오는 것이 문제인지를 설명해줬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당신 같은 남자가 내게 틀렸다고 말하려면, 정말로 확실한 논거를 갖고 있어야 해요.”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그런 근거는 없다. 그 대화가 내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계기였다.
그 뒤에도 여러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다.
트랜스 활동가들과의 대화도 있었는데, 그들의 주장 대다수는 일관성이없고, 때로는 경악스러웠다.
예를 들어, 어떤 활동가는 “성별은 느슨한 개념이다" 했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설명하지 못했다.
또 다른 활동가는 “젠더 비판적 의견을 갖는 건 괜찮지만, 사적으로만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한 평등법에 따라 트랜스젠더가 단일 성 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말 그랬을까?
나는 여러 여성 시위와 행사에도 참석했다.
트랜스 활동가들은 그 시위와 행사에서 혐오화 편견, 위협이 있다 했지만, 내가 만난 젠더 비판적 여성들에게서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
스코틀랜드 정부가 셀프 ID 법안을 밀어붙여서 통과시킨 날.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나중에 영국정부가 저지했지만)
밖에서 시위하던 사람들은 분명하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이고 정당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들을 ‘혐오자'취급했다. 화날 만한 일이다.
그런데도 존 스위니는 사과할 거냐는 질문에 “그저 법을 잘 다뤄보려했다” 식으로 말하고, 자기 잘못이 아니라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이 법안을 만든 건 국민당이었고, 비판을 무시하고 끝까지 강행했다. 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홀리루드 의회 밖에서 시위하던 사람들이 옳았다는게 알려져도 밀어붙인것에 사과하라.
예컨대, 강간으로 기소된 후 성전환을 한 남성 ‘아일라 브라이슨’의 사례가 있었다. 그는 여성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금발 가발에 꽉 끼는 레깅스를 입은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였다.
니콜라 스터전은 브라이슨을 어떻게 규정할지 몰라 말꼬리를 흐렸고, 인간의 성별은 ‘남성, 여성, 강간범’ 세 가지유형이 있다는 기이한 주장을 했다.
레즈비언들은 남성을 자기들 공간과 앱에서 쫓아내려 싸워야했다.
사람들은 점점 이 모든 것이 상식에 어긋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2023년 초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상식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고, 이듬해 아동 성전환 의료를 다룬 캐스 리뷰가 그 흐름을 확실하게 굳혔다.
그 시점에서 나 같은 사람들이 왜 처음에 셀프 ID를 지지했는지를 되돌아보게 됐다.
우리는 아마도 직감적으로, 트랜스 권리와 게이 권리를 비슷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한 페미니스트는 내게 그건 잘못된 비유라고 했다.
“게이들은 여성 공간에 들어오겠다고 요구한 적 없어요”
그녀가 맞았다.
젠더 운동의 핵심사상, “트랜스 여성은 여성이다”라는 주장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너무 빨리, 너무 깊게 사회에 자리잡았다는 점도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 대법원의 판결로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사과하기 힘들다는것을 알고 있다.
스위니도, 스터전도 아마 끝까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에게 “죄송합니다”는 말은 어렵다. 인정하는것보다 비난하는것이 쉽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사과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단일 성 공간을 지지했다”는 식의 궤변(노동당)이나, “우리는 그저 입법 조정을 했을뿐”이라는 무책임한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아주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다. 이제 정치인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니, 내가 스위니 제1장관을 도와주겠다.
“우리는 항상 선의로 행동했고, 최선을 다해 두개의 법 사이에서 입법조정을 했고, 법원에서도 두 번이나 승소했다” 같은 말은 이제 그만하자
이제는 뭐가 잘못됐는지, 비판의견을 정부가 어떻게 대했는지, 그리고 지금부터 감옥이나 병원 관련 정책을 언제, 어떻게 고칠지에 대해 이야기하자.
이미 무너진 의견을 고수하는건 지루하다.
오히려 개선하겠다고 하는 게 낫다.
혹시라도 그 말을 하게 되면, 우리가 박수를 보낼지도 모른다.
남자들한테 참 어렵게 느껴지는 그 한마디를 말이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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