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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백화점에서 처음으로 옷을 샀는데 엄청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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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3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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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보세 옷만 입고 살았어요
제가 가진 옷들 중에 가장 비싼게
아디다스 롱패딩이였거든요
이것도 소셜 딜 떴을때 이것저것 쿠폰 먹여서
15만원 준거....
그 외에 티셔츠들은 다 만원 이하
신발도 이만원 이하로만 샀고
겨울 코트.. 4만원대도 손 떨며 샀어요
대부분 3,4만원대 선
아마 이런 저렴이 코트가 있는줄도 모르고 사신 분들도
많으실거 같아요
일반 쇼핑몰에 보면 코트 10~40만원 까지 하잖아요
근데 전 그것조차도 제 수준에 사치여서
소셜에서 3,4만원짜리도 손떨며 샀어요
나름대로 고급스럽게 생기고 나름대로 괜찮은 디자인으로 밤새 골라가면서요...
겨울코트 3,4만원짜리를 어떻게 입어? 하실텐데
막상 입고 나가면 그정도로 저렴한거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였어요
저한테 코트 예쁘다고 어디서 이런거 사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어요
밤새 눈에 불켜고 조금이라도 저렴하고 그나마 예쁜거 찾으려고 엄청 애썼으니 당연하겠죠
그래도 확실히 질은 떨어져서 한철밖에 못 입게 되더군요
오래가면 2년정도 입었네요
근데 그게 좋은건줄 알았어요
내가 잘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름대로 제가 고른 옷들에 대해 만족도 했었어요
아니 하려고 했었죠
백화점에서 사본거라곤 립스틱 하나.. 그것도 다른사람 선물용으로 산거...
백화점 지하매장에서 밥이나 사먹을줄 알았지
옷 구경은 감히 엄두도 못내고 살았어요
그냥 나랑은 다른 세계 사람들만 다니는 곳인줄 알았네요
터무니 없이 비싼 옷.. 왜 사나 싶었고 다 허영심인줄 알았고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썼어요
그래야 내가 덜 비참했으니까요
그러다가... 대학 졸업하고 운좋게 대기업 연구직으로 들어가고...
7년차가 되니까 연봉도 오르고 돈이 좀 쌓이더라고요
대출 많이 껴서 나름대로 이름있는 아파트 하나 사고
돌아보니... 옷들은 다 헤졌고 내가 이런 옷들을 입고 다녔단 말야? 싶을정도로 옷들이 엉망이더라고요
돈을 번 이후로 3,4만원 코트는 끊었지만 여전히 10만원 안쪽으로 고르는 습관.. 이게 진짜로 안고쳐지더라구요
비싼옷도 입어본 사람이 입는다고.. 저는 평생 싸구려만 입다가 죽을거 같은거예요
순간 무서웠어요.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돈 아껴서 뭐하지?
큰 맘 먹고 엄마 모시고 처음으로 백화점 여성매장에 갔어요
엄마 겉옷도 제 옷처럼 낡아서 왠지 우리 모녀만
있으면 안될 곳에 온것처럼 초라한 느낌..?
뭔줄 아실까요
백화점 직원들도 시선으로 훑으며 무시하는거 같고 괜히 자존심도 상하고 기 죽어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게 되고
엄마는 옷 택 가격 보더니 놀라시며 딴데가자고
아울렛이나 보세가게 가면 비슷한거 많다고 나가자고 하시는데
그게 속상해서 엄마 손 끌고 눈에 보이는 매장에 먼저 들어가서 직원한테 말했어요
우리엄마한테 어울릴 코트 사러 왔다고. 오늘 꼭 살거니까 젤 예쁜걸로 추천해달라고...
직원이 처음에 우리 들어갈때 딴짓하며 인사도 안하다가
제가 그 말하니까 싱글벙글해서 옷을 골라주더라구요
엄마는 눈치보며 안산다고 하시는데
직원이랑 제가 입어보라고 등떠미니까 마지못해 입어보시고 거울 앞에 섰는데
울엄마 넘 예쁜거예요.... 진짜 옷이 날개라고 부티나보이고 너무 잘 어울리고
엄마 얼굴이 환해지는거예요. 그러다 가격표 보고는 놀라서 아쉬워하면서 옷을 벗는 엄마 표정....
옷을 만져보니 실크처럼 부드럽고 가벼운데 따뜻하더라고요
전 그런 촉감의 코트는 생전 처음 만져봤어요.
그리고 저를 끌고 나가려는 엄마를 뒤로하고
그 옷 결제했어요.
98만원. 망설임 없이 카드 내밀려 애썼지만 손이 떨리는건 어쩔수 없었네요
백화점 겨울 코트치고 비싼거 아닌거 잘 알아요.
그리고 엄마에게 어울릴만한 티셔츠 두장 고르니 23만원.
오천원짜리 티셔츠 입다가 한장에 십만원이 넘는 티셔츠라니...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놀라워요.
엄마는 당장 취소하라고 왜이러냐고 난리난리였는데
엄마한테 화냈어요
우리도 이렇게 좋은 옷 입고 살자고.. 이제 딸내미 돈 잘 버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엄마 이러지말라고 나 너무 창피하다고...
엄마 이런 옷 입을 자격있다고.... 그 얘기하는데 창피하게 눈물이 나는거예요
엄마도 제 마음 알았는지 제 손 꼭 잡아주시는데
너무 미안했어요. 평생 울엄마 백화점한번 못데려온게...
그리고 지하가서 울엄마 좋아하는 초밥도 먹고...
내 물건도 꼭 하나 사리라.. 오늘 지출이 이미
크지만 선물이 아닌 꼭 내것도 하나 살거라 마음먹고 온거라...
밥먹고 다시 올라갔어요
차마 코트는 비싸서 살 엄두 못냈지만 1층에서 40만원대 구두 하나 샀네요.
메이커도 브랜드도 모르고 살았는데 확실히 이름있는게 편하고 좋더라고요
아마 만원 이만원 하는 신발 구두 신어보신 분들은
아실거예요
착화감 진짜 별로거든요
운좋으면 그나마 괜찮은거 고르지만 대부분 발가락도 불편하고 바닥도 딱딱하고
근데 저렴하니까 그거 다 참아가면서 신어왔어요
10년 넘게요
좋은 신발을 신으니까 가볍고 발도 편하고 무엇보다 기분 정말 좋았어요
산거라곤 신발,티셔츠2장,코트하나 뿐인데도 기분 참 좋더라고요
150만원을 넘게 쓰다니...
제가 한달에 용돈으로 쓰는 돈이 25만원 인데..ㅎㅎ
돈도 써본 사람이 쓰는게 맞는거 같아요
평생을 안써보다보니... 앞으로는 버는만큼 쓰기도 쓰면서 살려고 해요.
저축도 좋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건데
왜그리 아둥바둥 살았나 싶어요
앞으로는 꼭 옷을 안사더라도 백화점에 편한 마음으로 자주 다닐생각이고
울엄마 좋은 옷 많이 사드리고 나도 좋은옷 입어야겠다 싶어요.
너무 기분 좋고 가슴이 벌렁거려서 어디에 자랑하고 싶은데
창피해서.. 익명공간에 털어놓고 가봐요
하.. 열심히 살길 잘한거 같아요. 이런날도 오네요....

ㅡㅡㅡㅡㅡㅡㅡㅡ
엄마에게 좋은옷을 선물하게 해준 과거의 나에게...
열심히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
미래에는 즐거운 일이 잔뜩 있으니까 그대로 열심히 달려가면 돼. 고생많았어.


다들 예쁜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분좋게 운 적이 몇번 안되는데 오늘이 그 중 한 날이네요.
다들 새해에 건강하시고 이루고자하는 일 모두 이루시길
행복하세요.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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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옷 보다는 그 하루가 너무 소중하셨을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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