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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오마이뉴스]김장하 선생이 6년만에 찾아온 문형배에게 던진 질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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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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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 김장하와 문형배' 이른바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이후인 5월 2일 경남 진주를 찾아 김장하(81) 선생을 만났다.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던 문 전 대행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라고 말했고, 문 전 대행은 "이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 김보성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고등학교·대학 재학시절 자신에게 장학금을 준 김장하(81진주) 선생을 6년 만에 찾았다. 

문 전 대행은 2일 경남 진주에서 김장하 선생을 만나 식사를 한 뒤 남성당한약방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눴다. 그는 파면 선고가 이뤄진 4월 4일로부터 14일 후인 같은 달 18일 퇴임했다. 현재는 부산으로 거처를 옮겨 지내고 있다.


문 전 대행이 이날 고향 하동을 찾아 부친에게 인사를 드린 뒤 진주를 방문하자 이 소식을 들은 다른 '김장하 장학생' 등 여러 인사들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비슷하게 장학금을 받은 이준호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장과 권재열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하루 전 일본에서 입국한 우종원 일본 호세이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또 지역 인사인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 정경우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홍창신·이곤정 전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주완 작가, 최희종 청소년문화패 한누리 대표, 이우환 MBC경남 사장, 정대균 전 MBC경남 사장 등도 자리했다.



https://youtu.be/1dwojrmX1k0?si=fSN0DxlPMmmdpK4x



이들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대화의 꽃'을 피웠다. 오랜만에 그의 모습을 마주한 김 선생은 준비한 꽃바구니를 문 전 대행한테 전했다. 여기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평범한 진주시민 일동"이라 쓴 리본이 달렸다.

김 선생은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문 전 대행이 모습을 드러내자 반갑게 안아주며 포옹했다. 식사 자리에선 참석자들을 일일이 소개하기도 했다. 김 선생은 술을 마시지 않지만, 다함께 소주를 잔에 부어 건배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선생은 "이번에 애를 많이 썼다. 모시고 싶었던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민주주의가 발전해 나가는 것 같다. 이를 위해 힘쓴 문형배 재판관한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문 전 대행이 직접 김 선생을 만난 건 2019년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식사 자리에서는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MBC경남 제작)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문 전 대행이 "다큐를 아직 보지 못했고, 이야기만 들었다. 직접 보면 울까 봐 아직 못 봤다"라고 얘기하자 우종원 교수는 "요새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한테 간혹 연락이 온다. 다큐 덕분이다. <어른 김장하>를 본 친구들이 보고 나서 '봤다'라면서 연락이 온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다시 연결시켜 준 것 같아 고맙다"라고 말했다.

자리에 동석한 권재열 교수는 정행길 전 진주가정법률상담소장의 사위다. 권 교수는 "장모님과 김 선생의 인연을 알고 놀랐다. 당시에 가정법률상담의 중요성이나 남녀평등을 알고 후원하셨다고 하니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여태훈 대표는 "많은 사람이 문 대행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문을 보고 명문이라고 하더라. 어떻게 해서 저런 명문이 나올 수 있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이야기했다. 그것은 방대한 독서력에 근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라며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쉽게 풀어 써서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던 문장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선생은 "평소에 의문이 많았다. 이번에 판사로 퇴임하고 법에 대해서 많이 아니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민주주의 꽃이 다수결의 원칙이라고 하는데, 요란한 소수가 조용한 다수를 지배한다고 한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라며 "답을 몰라서 물어본다"라고 질문했다.

옆에서 "굉장히 어렵다"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문 전 대행은 흔쾌히 이에 응수했다. 그는 "(이를 해결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겠느냐. 요란한 소수를 설득하고 다수의 뜻을 세워 나가는 지도자가 나올 것이라 본다. 그런 게 가능한 게 민주주의이며, 이번 탄핵도 그런 연장선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이번 파면 선고 전후 겪었던 일들에 대해 술회하기도 했다. 김주완 작가가 "가짜 뉴스가 많았다"라고 하자 문 전 대행은 "소설을 쓰는 기자들이 있었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있다. 유엔묘지(부산)에 봉사하고 같은 날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를 했다. 저는 두 곳의 메시지가 '평화'라고 봤다. 전쟁 때는 유엔군으로 참전해서 평화를 지키고, 평소에는 가난하고 소외로부터 평화를 지키는, 이 둘을 연결하는 글을 썼다. 그 글을 본 한 국회의원이 '제가 유엔군이 북침을 했다'는 글을 썼다고 하면서 사퇴하라고 하더라. 어떻게 제가 쓴 글의 의도를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정반대로 해석했던 것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그것이 대응했던 딱 하나의 사례였다. 그런데 기자들이 제가 쓴 글을 보지도 않고 국회의원의 글만 보고 기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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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하 장학생들과 또 다른 김장하들' 이른바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이후인 5월 2일 경남 진주를 찾아 김장하(81) 선생을 만났다.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던 문 전 대행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라고 말했고, 문 전 대행은 "이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 김보성



"지역 퇴임 이후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많다"고 한 그는 "지금은 마이크조차 서울에 집중이 돼 있다. 김장하 선생도 지방에 계신 데 전국적인 영향이 있다. 그래서 저는 서울 중심의 사고를 빨리 깨야 한다고 본다. 인터뷰한다면 지역에 마이크를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제가 왜 법률가가 되었느냐, 왜 판사가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제까지 안 밝혔는데, 사실 사법연수원 다닐 때 인권변호사를 하려고 했었다. 근데 군대 3년을 가서 보니 사회도 좀 바뀌었고, 노태우 정부에서 김영삼 정부로 바뀌었다. 그런데 인권변호사를 하면 너무 힘들 것 같더라. 자신이 없었다. 제 생각에 자기가 감당하기 힘든 일을 했을 때 그 끝이 안 좋다는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 최선이 무엇인가, 그래서 제가 생각했던 게 지역법관(향판)이었다. 부산에 머물면서 그냥 제 뜻대로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창원지법에 있으면서 법을 위반한 몇몇 시장·군수를 집어넣으니까 이례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문 전 대행은 "김장하 선생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지방에서 문화, 정치, 행정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전부 서울로 가는 게 못마땅하다. 퇴임하고 나서 부산에 정착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 중심주의가 아닌 지역이 동시에 발전하는 사회를 바랐다.

"제가 재판관을 하려고 했을 때 부산경남 판사 경력만 갖고 재판관이 되려고 하느냐는 말이 있었다. 지방에서 큰 사건도 안 한 사람이 대통령과 같은 편이라 해서 왔는데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저는 제대로 했다. 저는 (윤석열 파면 선고) 8대0으로 만들었다. 시간은 좀 늦었지만 어쨌든 8대0을 만드는데 조금의 기여를 했다.

지역이라는 게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자기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는 것이고, 진보와 보수 갈등보다는 덜하겠지만 지금 이 사회에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지역 소외다. 서울 사람이나 진주사람이나 다 소중한 사람들인데, 진주라고 해서 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으냐."

그는 헌재에서 파면 선고를 앞두고 평의가 길었던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평의 시간이 길었다. 길다 보니까 고칠 시간이 많았다. 재판관 8명이 다 고쳤다. 보통은 주심만 고치고 나머지는 조언만 하는데, 이번에는 다 고치다 보니까 조금 더 다듬어진 문장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감수는 주심이 했다. 평의가 좀 오래 걸렸고, 오래 걸린 것은 말 그대로 만장일치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모든 관점에서 다 한번 검토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저는 8대0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8대0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런 주제를 가지고 재판관들끼리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고, 사안 자체가 그렇게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파면 이후 후유증이 적었다고 본다."


그러면서 문 전 대행은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 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건을 보자마자 결론이 서 있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걸 다 검토해야 결론을 내는 사람도 있다. 그 경우에는 당연히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야지 느린 사람이 빠른 사람을 어떻게 기다려야 하느냐"라며 "빠른 사람, 급한 사람이 인내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인내를 가졌고, 그런 게 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떠올렸다

삶터를 부산으로 옮긴 문 전 대행은 이제 가끔씩 서울을 오가며 지역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부산에 있는 대학에 석좌교수 자리를 알아봤는데 빈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 알아보고 있다"라며 "된다면 부산에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 서울에 가서 일을 볼 것 같다"라고 최근 상황을 알렸다.

그는 소신도 분명히 했다. "영리 목적의 변호사를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문 전 대행은 "말을 했으니 지켜야죠"라고 대답했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에 대한 말을 다시 던졌다. 그러자 "김장하 선생과 함께하려면, 착한 일 한 가지 이상하면 되고, 말을 함부로 하지 않으면 된다고 본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보성 기자

윤성효 기자



https://omn.kr/2dc2e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71986?cds=news_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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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YDFZy4NC-lw?si=Tz3TPiwCgWBmRq2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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