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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24 전기통신사업자 이용자 보호 업무' 평가
한달도 안돼 SKT 대규모 유심 정보 유출 사태
방통위 늦장 대응에 이진숙은 해외 출타 중
이제야 "시장 감시·이용자 보호 강화" 대책 발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통신사 이용자 보호 의무' 평가에서 SKT에 대해 ‘매우 우수’ 등급을 부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방통위는 사상 초유의 SKT 유심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이용자 보호와 시장감시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늦장 대응에 나섰다.
방통위는 지난 3월 19일 전체회의에서 ‘2024 전기통신사업자 이용자 보호 업무 평가 결과’를 심의·의결하고 SKT에 ‘매우 우수’ 등급을, KT와 LG유플러스에 ‘우수’ 등급을 각각 부여했다. 방통위는 “작년 한 해 전기통신 사업자들의 이용자 보호 및 피해 예방 노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년 대비 평가점수가 9.2점 상승하며 이용자 불만처리 시스템 개선 등 대부분의 사업자가 이용자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사들의 이용자 보호 의무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 제도는 통신서비스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고,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자의 정당한 불만이나 의견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SKT는 방통위의 '매우 우수' 평가를 받은 지 한달도 안돼 ‘통신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에 휩싸였다. 또한 관계 기관에 24시간 내에 사고 사실을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SKT는 지난 4월 18일 유심 정보 해킹 정황을 인지하고 20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관련 사실을 신고했다. SKT는 피해 차단을 위해 28일부터 유심 무상 교체에 나섰으나 유심 재고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일 방통위는 “이용자 불편 및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이용자 보호와 시장감시 조치를 강화한다”며 “유통점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연휴기간에도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위반행위 적발 시 과징금 부과 및 과태료 처분 등의 엄정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피싱·스미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불법스팸 대응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오는 6~8일 SKT를 대상으로 본인확인시스템의 이상 여부와 시스템에 대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현황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특별점검은 7월 정기점검과 별도로 진행된다고 한다.
방통위는 늦장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방통위는 해킹 사태 발생 이후 관계부처에 대한 긴급 대응 지시가 있었으나 별다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 등 관계부처는 조속히 국민 불편 해소에 전력을 다하기 바란다”며 대응을 지시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긴급 대응 지시 다음날인 28일 4박 6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후 방통위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브랜든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 만난다(4월 28일자) ▲방통위-FCC, 방송통신 분야 협력 강화(4월 30일자) 등의 홍보 보도자료를 냈다. 모두 위원장 출장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정치권에서 ‘방통위의 책임 방기’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달 29일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정문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국민 불안이 극에 달한 중차대 시기에 이 위원장은 한가하게 미국으로 출국하며 자리를 비웠다”며 “국민에 대한 책임 방기이며 명백한 직무 유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즉각 귀국해 사태 수습과 방지에 나서야 한다.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힘쓸 것을 거듭 강조한다”고 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과방위 청문회에서 “이 위원장의 경우 SKT 사태와 관련해 이용자 보호 주무 부처임에도 이 자리에 출석하지 않았다.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해외 출장 나가기 전에 SKT 사태가 터졌다”며 “이 사태는 해외에 있다가도 오히려 들어와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한 권한대행이 27일 관계부처에 조속히 국민 불편을 해소하는 데 전력을 다하라고 했는데, 장관급에 해당하는 이 위원장은 28일 미국으로 갔다”며 “지금 이용자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는데, 이들을 보호해야 할 방통위는 아무것도 못 하고 있고, 안 하고 있다. 무능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과방위는 ‘SKT 단독 청문회’를 오는 8일 열기로 의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유영상 SKT 사장, 이상중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등 7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