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엔 김범석 기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염혜란이 또 한 번 자신을 뛰어넘는 연기로 대중을 놀라게 했다. 드라마, 영화 관계자들은 염혜란이 이참에 주연급으로 부상할지, 활동 반경이 겹치는 라미란, 이정은과의 격차는 또 얼마나 줄어들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세 배우는 20년 넘게 무대에서 다진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력으로 작품마다 호평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닥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건 그만큼 칼을 벼린 시간이 길다는 뜻. 굳이 차별점을 찾는다면 뭘까. 라미란이 코믹하면서 대중적인 이미지라 장르 불문 어느 작품이든 잘 녹아든다면 이정은, 염혜란은 센캐를 자주 맡다 보니 종종 캐릭터가 더 주목받는다는 점 정도다.

또 하나 공통점은 세 배우 모두 봉준호 감독의 원픽이었다는 사실이다. 극단 연우무대 출신 염혜란은 봉준호 감독이 2001년 그가 출연한 연극 ‘이’를 보고 영화 ‘살인의 추억’에 캐스팅했다. 봉 감독은 영화 속 마지막 피해자 소현 엄마 역을 찾던 중 염혜란의 신들린 광대 연기를 보고 ‘심 봤다’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단역이라 인물 조감독이 추려놓은 후보 중 컨펌해도 됐지만, 디테일을 중시하는 봉테일다운 면모였다. 염혜란은 이후 ‘아이 캔 스피크’ ‘증인’ ‘걸캅스’에 이어 ‘동백꽃 필 무렵’ ‘더 글로리’ ‘마스크 걸’로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라미란도 봉준호 감독의 천만 영화이자 자신의 두 번째 영화인 ‘괴물’에서 발동동 아줌마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한강 공원에 나타난 괴물 습격에 혼비백산 도주하는 시민 중 한 명이었는데 주인공 송강호를 붙잡고 대사하는 역이라 경쟁이 치열했다. 라미란은 앞서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로 영화에 데뷔했는데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은 직접 발품 팔아 신선한 얼굴을 찾는 연출가로 유명하다.
이정은도 ‘기생충’에서 의뭉스러운 입주 도우미 역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당시 투자사 내부에선 국문광 역을 놓고 인지도 높은 배우 몇몇을 거론했지만, 정작 봉준호 감독 앞에선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는 웃픈 얘기가 돌았다. 봉준호 감독과 이정은은 모두 세 작품을 함께 했다. 이정은이 주인 할매로 나온 연극 ‘빨래’를 본 봉 감독이 영화 ‘마더’에 단역으로 캐스팅했고, 넷플릭스 영화 ‘옥자’에선 옥자 목소리 역을 맡았다. 연우무대 연출 출신이라 염혜란과도 친분이 두텁다. 명품 배우를 알아보는 명장의 눈도 놀랍고 이를 여실히 증명해내는 배우들의 땀과 성실함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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