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애 음식으로 칼국수를 골랐다고, 다리 부상 여파로 목발을 짚은 채 무대에 섰다고 이유 불문 ‘욕받이’가 된 걸그룹이 있었다. 멤버 셋이 이제 갓 스물, 둘은 여전히 10대 미성년인 ‘아일릿’이 데뷔 첫해였던 지난해 ‘실제’ 겪었던 일들이다.
요즘 세대 언어를 빌려 ‘억까’가 시작된 시기도 아일릿 경우 극히 이례적으로 정확히 셈할 수 있다. 2024년 4월25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육두문자 기자회견이 있던 날이다.
당시 기자회견은 기존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난 비속어들의 향연, 그로 인해 ‘어리둥절’이었다가 이내 소위 ‘대신 까 드림’으로 요약되는 원초적 카타르시스를 낳았다. 밤낮 없이 일한 죄밖에 없다는 여성이, 하이브의 “개저씨들”을 상대로 “맞다이”를 제안하니 유쾌·통쾌했던 걸까. ‘국힙 원탑’(대한민국 힙합의 최정상)이란 찬가까지 나왔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민희진이 쏟아낸 감정적 화법은 ‘진심’으로 포장됐고,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 등 이른바 뉴진스 사태를 둘러싸고 정작 짚어봐야 할 이슈들은 ‘봉인’됐다. 도리어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 신인 걸그룹이 뉴진스를 표절했느냐, 아니냐는 논란만 남는 ‘수상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민희진 전 대표는 당시 데뷔한 지 꼭 한 달 된 신예 그룹 아일릿을 실명으로 거론했다. 이로 인해 1개월 차 그룹 아일릿은 ‘뉴진스 아류’ 또는 ‘표절 그룹’이란 멍에를 썼다. 이들 소속사 빌리프랩의 주장대로 ‘좌표’가 찍혔다. 실제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아일릿은 터무니없는 각종 ‘억까’에 시달렸다.
마름모 모양의 손가락 하트 자세도 아일릿이 하면 표절이 됐다. 좋아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로 칼국수를 골랐다가 뉴진스 특정 멤버를 저격했다고 공격받았다.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 출연을 두고선 당시 뉴진스 복귀 시기에 의도적 활동 방해를 한 것 아닌가란 억측에도 휘말렸다. 한 멤버가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무대에 섰더니 밑도 끝도 없이 ‘뉴진스 따라 한 것 아니냐?’ 심지어 ‘쇼 하지 마!’란 독한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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