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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한덕수, 왜 먼저 머리 숙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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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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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71147

 

"역사적으로 한국은 미국에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무역 장벽을 우리가 철폐하겠다."

지난 1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한 이 말은 단순한 외교 수사를 넘어 외교 협상 주도권 자체를 스스로 포기하는 심각한 발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미국 측 반응이 나왔다. 한미 '2+2 통상협의' 직후 미국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최선의 제안을 가져왔다"고 보고했다. 이어 "빠르면 다음 주 양해 합의가 가능하며, 이제는 한국이 이를 이행할지를 지켜보겠다"고까지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사전 양보가 있었던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사실 지금 진짜 협력이 더 절실한 쪽은 오히려 미국이다. 특히 조선 분야에서 그렇다. 한국과의 조선 협력은 미국의 해군 전략과 에너지 수출, 조선 산업 재건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다. 그런데도 이 협상에서 한국이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서글픈 마음이 들 정도다.

한국과의 조선 협력이 절실한 미국

현재 미국 조선 산업은 사실상 붕괴 상태에 가깝다. 상업 조선의 세계 점유율은 0.1%에 불과하고, 군함조차 제때 건조하지 못하고 있다. 버지니아급 공격잠수함은 한 척 건조에 9년이 걸리고, 핵무기를 실을 수 있는 콜롬비아급 전략잠수함도 첫 번째 함정부터 이미 1년 이상 지연됐다. 신형 프리깃도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일정이 밀리고 있다.

정비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공격잠수함 3척 중 1척이 정비 중이거나 대기 중이다. 바다에 있어야 할 전력이 독에 묶여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미 해군은 2054년까지 유인 전투함 390척 확보라는 확장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계획은 미국의 현재 조선 능력만으로는 실현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중국은 군함과 상업 선박을 병렬로 대량 생산하는 '민군융합' 체계를 바탕으로 조선 역량을 무기로 해양 패권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세계 조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고, 해군 함정 수도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 미국이 중국과의 해군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외부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믿고 협력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북극처럼 얼음이 두껍게 얼어 있는 바다에서도 직접 얼음을 깨며 항해할 수 있는 특수 선박(Arc7)을 만들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다.

생산성과 기술력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조선소는 선박 1척 건조에 평균 120만 인시가 걸리는 반면, 미국은 400만 인시 이상 소요된다. 한국의 조선 건조 생산성이 미국보다 3배 이상 높다는 얘기다. 여기에 한국은 스마트 선박, 디지털 시뮬레이션,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 기술까지 실제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조선 기술은 단순한 산업 경쟁력을 넘어, 외교에 쓸 수 있는 국가 전략 자산이다.

실제 한국은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을 단 6개월 만에 정비해 인도했다. 이는 미국 평균 정비 기간의 절반 수준이다. 작년 말 의회에서 발의된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 및 항만 인프라(SHIPS) 법안'(향후 10년간 상업 선박 250척 국내 건조 목표)도, 한국의 기술과 생산 역량 없이는 기한 내 달성이 불가능하다. 그만큼 한국의 조선 기술은 미국에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그런데도 어찌 된 영문인지 이렇게 압도적인 한국의 조선 기술과 능력을 한미협상에서 활용했다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이 기술을 수출품이 아닌 국익을 위한 협상 자산으로 써야 할 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정조대왕급 2번함 '다산정약용함' 앞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알래스카 LNG는 북극을 둘러싼 전략 게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단순한 에너지 사업이 아니다. 미국은 이 사업을 통해 러시아산 LNG의 아시아 시장 진출을 막고, 중국의 북극 진출을 견제하려 한다. 즉, 에너지와 해상 물류를 둘러싼 지정학적 주도권 다툼의 일환이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 전략의 비용을 동맹국에 떠넘기고 있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440억 달러에 이르는 사업 초기 비용을 한국, 일본, 대만이 분담하고, 여기에 20~30년 장기 구매 계약까지 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관세 완화와 방위비 협상까지 연결되어 있어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동맹국에 전가하는 구조다.

사업 자체의 수익성도 불확실하다. 상업 가동은 2030년대나 돼야 가능하고, 그 사이 국제 LNG 가격은 크게 변동할 수 있다. 북극항로 운항은 기후 위험이 크고, 탄소중립 정책과도 충돌한다. 미국은 단기 정치적 성과를 노리지만, 리스크는 한국이 장기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공급선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러시아와의 영토 분쟁에도 2024년 기준 전체 LNG 수입량의 9%를 러시아산으로 들여오고 있다. 한국도 향후 시베리아 가스관 연결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물론 해상 운송도 선택지다. 지금 당장 미국 요구를 수용해 중요한 옵션을 스스로 지우는 건 성급한 선택이다.

(중략)


여기서 한국은 단순한 참여국이 아니다. 북극항로를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기술 보유국이다. 한국은 얼음을 깨며 항해하는 쇄빙 LNG선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건조할 수 있고, 이미 러시아 프로젝트에도 투입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지정학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은, 지금 단기적 압박에 끌려가선 안 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느냐보다, 어떤 조건과 전략으로 참여할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북극항로를 둘러싼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지금 필요한 건 즉답이 아니라 장기적 선택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진짜 상대는 '차기 정부'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 산업부 장관, 최 부총리,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 연합뉴스


이번 한미 '2+2' 통상 협의에서 주목할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굳이 대행 체제인 정부를 협상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정권 교체를 앞둔 이 취약한 정치 상황은 트럼프에게 협상 지렛대를 최대한 활용할 기회로 보였을 것이다. 지금 양보를 이끌어내면, 이후 '전 정부가 합의했다'는 명분으로 다음 정부를 더 강하게 압박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번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침묵은 오히려 전략적 포석으로 보인다. 조기 대선 직후 트럼프는 방위비 증액, 주한미군 감축 및 역할 재조정 등을 한 묶음의 패키지로 묶어 차기 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 대행 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이번 협상은 준비 단계일 뿐, 본격적인 협상은 차기 정부가 맡아야 한다. 한국이 보유한 조선 기술, LNG 운반선, 군함 정비 능력 등은 미국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전략 자산이다. 단순한 협력국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기술 파트너다. 이런 강점을 토대로 지금은 조건부 보류 전략을 취하고, 협상의 마무리는 새 정부가 설계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국회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모든 이목이 조기 대선에 쏠려 있는 지금, 국회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대행 정부의 협상 권한을 제한하고, 주요 외교·안보 현안은 새 정부가 다루도록 견제해야 한다.

한국은 더 이상 미국에 빚진 나라가 아니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조선 기술과 산업 역량, 전략적 파트너십을 갖춘 나라다. 그런 한국이 외교 협상에서 선제적으로 주도권을 포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한국이 갖춘 압도적 조선 능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우리가 조건을 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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