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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가슴 노출 심한 옷 입으라고, 그래도 웃어야죠" 치어리더들의 속내

무명의 더쿠 | 04-25 | 조회 수 49734

https://x.com/et16_hj/status/1915680799619494269

 

 

지난 15일 LG 트윈스 치어리더 복장 문제를 구조적으로 짚은 기사를 쓴 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에 전·현직 치어리더 약 40명에게 '인터뷰 요청' 메시지를 보냈고, 그중 4명이 응답해왔다. 폐쇄적인 문화 속에서도 어렵사리 용기를 낸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후속 보도를 이어간다. 이 기사는 그 '용기'의 기록이다.

 

 

 

[후속보도 - 인터뷰] '의상 논란'에 목소리 낸 치어리더들, 우리가 외면해온 진실

 

"해가 갈수록 수위 올라가... 누구를 위한 노출인지 모르겠다"

"의상이 점점 과해지고 있어요."

A씨는 프로야구 응원단에서 일했던 전직 치어리더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LG 트윈스 치어리더 의상에 대해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면서 "프로야구 10개 구단 모두 의상이 점점 과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A씨는 "처음에는 콘셉트에 따라 의상이 있었고, 어떤 구단에선 노출이 많은 의상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원피스를 입더라도 최대한 노출이 없는 의상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점점 수위가 올라갔다. 사실 노출이 심할수록 SNS에서 조회수가 잘 나오긴 한다. 그렇지만 응원하는 데 필요 이상의 노출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걸 문제 삼으면 예민한 걸까?' 싶은 마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현직 치어리더 B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요즘 야구장뿐만 아니라 농구, 배구, 축구 어디를 가든 여성 관중이 정말 많다"며 "가족 단위 팬도 많고, 친구들끼리 오는 여학생들도 많다. 스포츠 산업이 달라진 만큼, 이제는 의상과 퍼포먼스 또한 변화되고 있는 관중 구성에 걸맞은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흐른다. 의상은 더 짧아지고, 더 붙고, 조명은 더 밝고, 카메라는 더 가까워진다. 이는 응원 퍼포먼스의 일부가 아니라, 전략적 노출이 된 지 오래다.

치어리더의 의상은 치어리더들이 대행사와 함께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것이 이들의 '입을 자유'였을까. A와 B씨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우리가 무대 콘셉트에 따라 의상을 결정하고, 일부 의상을 수정도 하지만, 온전히 자율적 의상 선택권이 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유는 화제성이다. A씨는 "치어리더는 경기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응원을 유도하는 목적에 충실해야 하는데, 은근한 노출로 무장한 의상으로 바이럴 될 만한 시선을 끌어보려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직 치어리더 C씨는 치어리더 개인에게 의상 선택권이 아예 없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C씨는 "모 구단에서는 가슴 노출이 심한 옷을 직접 골라주기도 했다고 들었다. 당시 그 옷을 입었던 후배는 '춤을 추는데 굉장히 불편했던 옷'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며 "신입이나 어린 치어리더에겐 의상 선택권이 없다. 보통 팀장급이나 그 이상에서 지시를 해서 내려오는 경우가 전부"라고 말했다.

 

 

 

"불편해도 프로답게 웃어야 하지만..."

더 심각한 건, 일부 관중의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시선과 행동이다.

 

"카메라를 무단으로 들이대거나, 일부러 아래에서 찍는 사람들이 있어요. SNS에 퍼지는 사진들 보면 정말 모욕적일 때가 많아요."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치어리더를 '찍덕의 대상'으로 소비하며 '순간 포착 사진'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외모 품평과 성희롱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치어리더들은 이 같은 현실에 참아야 한다는 압박까지 받는다.

"불편해도 '프로답게' 웃어야 하고, 경기를 망칠 수 없으니까 참고 서 있어요. 하지만 마음속엔 상처가 남죠."

'프로답게'라는 말은 이들의 고통을 숨기게 만드는 족쇄가 된다.

전직 치어리더 D씨는 응원단상에 올라 열심히 응원을 유도하던 중 일부 몰지각한 남성 관중이 자신의 치마 아래를 찍는 '불법촬영'의 위협을 실제로 받았다고 했다. "너무나 노골적으로 아래를 찍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결국 아무 말도 못했어요. 치어리더를 관두게 된 계기 중 하나예요."

 

전직 치어리더 C씨는 "응원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경기장에서 일하는 스태프 분들을 불러서 같이 술을 마시게 했다. 그저 회사 사람들과 먹는 자리라고 해서 나갔는데, 거의 다 처음 보는 분들이라 너무 당황했다. 어떤 분은 너무 취해서 내게 술주정까지 부렸다"고 털어놨다.

스포츠 현장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팀에 대한 애정, 그리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열띤 응원 문화를 이끈다는 자부심 하나로 숱한 시련을 버텨온 치어리더들을 무너트리는 건 바로 이들을 '성적 대상화' 하는 시선과 태도인 것이다.

용기 낸 치어리더들이 바란 건 분명하다. 치어리더라는 직업을 '전문성' 있는 하나의 직업으로 존중해 달라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구조적인 시스템이 자신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달라는 것이었다.

 

 

중략

 

 

이들은 오늘도 경기장에서 웃는 얼굴로 팬들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있다. 경기장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공식 퍼포머이자, 팀의 중요한 구성원인 이들의 상처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 10개 구단, 그리고 야구팬인 우리가 함께 치어리더 문화와 처우를 논의하고 바꿔야 할 시간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71127?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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