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향해 네 가지 요구사항을 촉구했다. 첫째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즉각적인 제명, 둘째는 12‧3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셋째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야합이라 규정하며 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 넷째는 민생 해결을 위한 시급한 서민 경제 대책 마련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국민과 당을 위한 충정에서 나온 요구다. 이것은 선거에서 임하는 최소한의 시작”이라며 “보수 정당은 원칙을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거취를 고민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날(22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강연자로 나선 자리에서도 그에 대한 향후 행보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더불어민주당의 합류 가능성이다.
왜 그런지는 김 의원이 생각하는 가치 때문일 거로 보인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에서는 당이 가는 길이 곧 보수이며 나머지는 모두 좌파라는 식의 주장을 한다. 하지만 나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며 “내가 생각하는 보수란 사회가 내면화하고 합의한 가치를 지켜가는 것이다. 헌법 제1조에 나와 있는 ‘민주공화국’을 수호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보수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본질에서 벗어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 의원은 “보수와 수구는 다르다”며 “보수를 참칭하는 수구와 극우를 경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청중의 향후 행보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거취 고민 등)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발언을 했지만 아직까지 당의 반응은 없다. 지금 나는 고립돼 있고 큰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며 탈당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제기되고 있는 것이 민주당과의 동행 여부다. 최근 이재명 전 대표 경우는 “민주당은 보수 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하며 외연 확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조갑제, 정규재 등 보수 성향 논객들과의 접촉을 이어가며 활동 반경을 넓히는 중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에 있던 이언주 전 의원과 손을 잡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이후 당 내에서 배척받고 있는 김 의원을 영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 역시 자신이 추구하는 보수의 가치가 민주당에 더 가깝다고 보고 있는 듯했다. 그는 강연 중 장미 대선 전망과 관련해 “작년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하고 국민의힘이 탄핵을 반대한 탓에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모든 명분을 가져갔다”며 “이재명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해서도 그는 권력 편중 현상을 우려하면서도 “꽤 똑똑한 대통령이 탄생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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