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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특전사령부 대대장, 소신 발언으로 주목
병에서 시작해 중령된 23년 차 군인
내란 사태 당시 국회 침탈·시민 진압 지시 거부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스타 검사' 시절 명언을 10년 만에 되돌려받았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다.
이날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직후 있었던 체포 명령과 이를 거부한 과정을 상세히 증언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위 같이 말했다. 2013년 윤 전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국정 감사에서 했던, 어쩌면 대통령의 발판을 만들어준 그 말을 면전에서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올해 43세인 김 대대장은 실병 지휘에 능숙하다고 평가받는 군 경력 23년의 베테랑이다. 2003년 이등병으로 군 생활을 시작해 부사관을 거쳐 장교가 됐다. 이는 장교 그룹에서도 소수파에 속한다. 한국군에서는 아직 이런 경로로 장군이 배출된 사례가 없다.
김 대대장은 지난 14일 첫 재판에 이어 이날 재판에서도 당시 이상현 특전사 공수1여단장에게 '국회 본회의장에 난입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 대대장은 "'대통령이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오래'라는 구체적 지시까지 받았다"며 "'국회 주인은 의원인데 무슨 X소리냐'며 내가 욕하는 것을 부하들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가감없이 전했다.
김 대대장은 '국회 봉쇄·침탈에 항거하는 시민들을 강제 진압하라'는 지시를 "정당한 지시인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하들에게 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대장의 이 같은 판단은 계엄 사태를 확산시키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대장은 재판 말미 발언권을 얻어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군 생활하면서 과거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것 한 가지 있다. 바로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며 운을 뗀 그는 "상급자 명령에 하급자가 복종하는 것은 오직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임무에 국한된다"고 당시 명령이 부당한 명령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해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내 행동을 '항명'이라 부른다면 인정하겠다.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대장은 "그러면 내 부하들은 항명죄도 아니고, 내란죄도 아니게 된다"면서 "부하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부하들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