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충청권, 20일 영남권 순회경선을 마쳤다.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당원들이 결정하셨으니 담담하게 수용한다. 그렇지만 다자 경선에서 특정 후보가 90%로 득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같은 결과가 만약 지속된다면 압도적 정권 교체에 경고등이 켜질 것이다."
- 왜인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의 약어)이 아니라 어대국이다. 어차피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다. 지금 같은 결과가 계속 나온다면 민주당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민주당에 민주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겠나. (지금까지) 경선에 참여한 선거인단 수는 약 21만 명이다. 호남권과 수도권이 남았다. 또 국민여론조사가 있다. 야구로 치면 2회가 지났다. 9회까지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내서 역전시키도록 하겠다."
- 대부분 언론에선 사실상 '1강' 구도로 민주당 경선 판세를 읽는다. 그런데 '2등하러 나온 것 아니다'라는 말을 한 인터뷰를 봤다. 승부를 어떻게 내겠나.
"2등 하러 나온다는 생각은 1도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도 대선에서 승리할 때 당내 경선에서 70%를 얻었다. 지금 90%가 나온다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정상이 아닌 거다. 국민만 바라보고 하겠다. 비전과 정책으로 승부를 내겠다."
- 두 지역에서 만난 민심은 어떻게 읽었나.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아주 뜨거웠다. 저에 대해선 당원 분들께서 여야를 막론하고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 무엇이 아쉽다는 반응이던가.
"나온 후보 중에선 제일 좋은데 당내 역학 관계 또는 일극체제 속에서 결과가 이렇게 나오는 것이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 조기대선 국면이 시작된 후 '어대명' 기류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출마 결심이 쉽지 않았을 텐데,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저에게 전화나 문자로 격려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제법 있다. 그런데 한 명도 이름을 걸고 제 옆에 서지 못한다. 지금 당 상황을 보면 이해는 하지만, 솔직히 외롭다. 그런데 제 목소리 내려고 나왔다. 비전과 정책을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유능한 민주당을 만드는 데 기여하러 나왔다. 정권 교체 그 이상으로 우리 삶의 교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역 의원이나 당내 세력 등 '정치적 동지'를 만드는 스킨십이나 조직력 확장에 대해 아쉽다는 평도 나온다. 이 평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하겠나.
"허허(웃음) 맞다.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지금 분위기에서 누가 제 편에 서서 자기 이름을 걸겠나. 또 제가 부족한 점도 있으니 더 보완을 하겠다. 다만 저는 정치에 있어선 '신상(신상품)'이다. 신상이 가진 장점이 있다. 때 묻지 않고 소신껏 살아왔다. 공약을 실천으로 옮겨온 노하우들이 있으니, 그런 장점을 발휘하고 부족한 정치력은 더 채워 나가도록 하겠다."
-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다른 두 후보와 비교해 김동연 후보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
"경제다. 경제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나라 살림을 운영했었고, IMF 외환위기, 2008년 국제 금융위기, 그리고 2017년에는 탄핵 후 첫 초대 경제 부총리로 3번의 위기를 극복했다. 지금 대선은 대한민국 정권교체 뿐 아니라 경제 위기 극복까지 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하는 게 시대 과제다. 그런 면에서 제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 또 하나의 시대 정신은 통합이다. 선거 후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나. 지금도 쪼개져 대립, 갈등으로 나가고 있다. 통합은 다른 후보보다 제가 강점이 많다."
- 통합 이야기를 했기에 묻는다. 최근 발간한 저서에서 "진보와 보수가 각 진영의 금기를 깨자"며 경제 대연정을 제안했다. 지금처럼 진영간 갈등이 극심한 때 대연정은 현실화될 수 있을까.
"두 가지가 필요하다. 만약 민주당에서 정권 교체를 한다면, 차기 정부는 연합 정부가 됐으면 한다. 탄핵과 개헌에 참여한 정치 세력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연합정부가 돼야 한다. 두 번째는 지난 촛불 혁명 이후 탄생한 민주당 정부의 타산지석이다. (통합을 위한) 기반을 좁혔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먼저 내려놔야 한다.
지금 민주당이 행정과 입법 권력을 함께 쥐는 것에 대해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다. 심지어 (그 마음이) 표심으로 작동할 수 있다. 민주당의 기득권부터 깨야 한다. 그래서 경제 대연정을 이야기한 것이고,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민주당에 속한 정치인들은 봉사, 헌신, 희생할 생각을 해야 한다. 직업 정치인 생각으로 나아가서는 이 대타협을 절대 이룰 수 없다. 그 측면에서 제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 적임자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저는 이미 개헌을 주장했다. 임기 3년 단축을 이야기했다. 3년 안에 개헌을 완수하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누구보다 사심 없이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
'여성정책 표 안 된다' 계산법에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이야기해야"
- (인터뷰 직후) 다음 일정이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주최 성평등 토론회던데. 비동의 강간죄 제정 등 다른 후보와 달리 '여성 공약'에 공을 들인 점이 눈에 띄었다. 이유가 있나.
"아주 오래전부터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시절이니 15년 전부터다. 그때부터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 활력은 여성 인재 활용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 후로 직장 내 유리 천장이나 출산, 임신과 관련한 차별 같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경제 부총리 때는 출산 휴가를 가는 직원이 7~8명 있었는데, 일일이 가서 축하했다. 인사 과장에게 절대 인사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이야기도 했다."
- 비동의강간죄 등은 민주당이나 다른 캠프에선 부각하지 않고 있는 공약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해당 공약을 철회한 바 있는데. 일각에선 득표 전략으로 도움이 안된다는 계산을 하곤 한다.
"괜찮다. 현실적으로 폭력과 협박에 의하지 않는 강간이 62.5%(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2022년 피해상담 강간사례 분석 결과)다. 그런 현실을 봤기 때문에 이 주장을 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 다만 남성 분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느냐는 주장을 하는데, 그런 반발이 있을 순 있겠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정책들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쌓아가야 한다고 본다. 지금 정치권에서 감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저는 증세를 이야기해야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여성정책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예산실장부터 경제부총리까지 기재부에서 경력을 많이 쌓았다. 저서에서 기재부에 대해 검찰과 마찬가지로 '해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하나.
"기재부는 재정의 기능을 떼어 과거 재경부와 기획 자체의 모델로 바꿔야 한다. 심지어 환경부와 산업부도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조직으로 개편을 해야 한다. 경기도지사가 된 후 환경국을 기후환경 에너지국으로 바꿨다. 우리 도에서 가장 큰 국이다. 환경부는 하수, 대기 오염 등 전통적인 환경물질을 다룬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산업과 깊이 관련돼 있다. 기후 테크 산업이 앞으로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가 될 거다. 지금의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그 역할을 못한다. 기재부는 쪼개고, 환경부와 산업부도 개편을 해서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
민주당 경선 후보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