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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두 개의 별을 달고 진중한 커리어를 쌓는 손종원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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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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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닉 가든’의 다양한 공간 중 오픈 키친 섹션에 선 손종원 셰프. / Photograph by Lee Tae Ho


미국에서 요리를 시작한 손종원 셰프는 2018년 레스케이프 호텔 오픈과 함께 한국으로 스카우트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코펜하겐의 ‘노마’, 샌프란시스코 ‘퀸스’ 등을 거 치며 다국적 커리어를 쌓았다. 레스케이프 호텔 최상층 ‘라 망 시크레’ 레스토랑은 재기 발랄한 한국적 터치를 가미한 퀴진으로 오픈 2년 차부터 현재까지 3년 연속 <미쉐린><미쉐린 가이드>에서 원 스타에 랭크되고 있으며, 올 초부터 겸직으로 새 로이 맡은 조선 팰리스 호텔의 이노베이티브 퀴진 레스토랑 ‘이타닉 가든’ 역시 올해 첫 원 스타를 획득했다.


다양한 색조의 보타닉 컬러를 침착하게 이용한 이타닉 가든의 작은 공간에 손종원 셰프의 작업실이 있다. 홀의 테이블 부터 주방의 한구석까지 어느 곳 하나 티 없이 정연한 모습으로 안정돼 있었지만, 셰프의 작업실은 별세계인 것만 같았다. 물 기운, 불 기운 하나 없는 작은 방은 차라리 학자의 연구실이라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법했다. 도서관이나 서재 같기도 했고, 갤러리나 박물관 같기도 했다. 어제도 오늘도 펼쳐본 듯한 책들이 손 닿는 곳에 즐비하게 쌓여 있었고, 노트북은 닫힐 틈 없이 쌓인 온기를 뿜어냈다. 새로운 겨울 코스에 사용하기 위해 유명 작가들과 면밀히 소통하며 맞춤 제작하거나 세심하게 골라온 그릇은 다종다양하게 테이블을 채우고 있었고, 그것만으로 이미 겨울 코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지만 분명 셰프는 상상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궁리 중이었을 거다.


WWD KOREA(이하 WWD) 이타닉 가든을 손종원 셰프가 맡 았다는 것만으로도 빅 뉴스였다. 올해 <미쉐린><미쉐린 가이드>에서 이타닉 가든도 원 스타를 받은 것 또한 연이은 화제였다. 다국적 이력의 소유자로 등장해 이제 한국의 대표 셰프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물갈이’를 잘 마치고 정착한 것 같다.

SON JONG WAN(이하 SJW) 처음보다는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적응을 하고 안정됐다고 하기보다는, 여기서 천천히 시간을 쌓아온 덕분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나다운 정체성과 방향성을 찾아낸 상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 같다.


WWD 라망 시크레를 앞서 성공시켰다. 2018년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모든 면에서 한국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파인다이닝 셰프들과 다르고 새로웠다. 명동 거리의 스트리트 푸드를 디저트로 재해석하는 등 한국의 음식 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SJW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중학생 시절부터 미국에서 생활했고 뒤늦게 요리를 시작했기 때문에 한국 음식에 대한 이해가 여느 셰프들과 다르다. 무엇이든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고 다르게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한국에 온 후 한동안은 무엇이든 새로웠다. 그 새로움을 장점으로 치환해 가는 과정을 겪었다. 부담스러운 어색함이 나 자신에게도 일정 부분 있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경력을 쌓으며 해온 요리를 단순히 한국 재료로 바꾼 것에 불과했던 느낌도 있다. 이타닉 가든을 새로 맡으면서는 한식이라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어깨에 곰을 업고 있는 것 같은 무거움으로 느끼는 중이다.


WWD 그 곰을 내려놓기 위해 레스토랑 안팎으로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다. 한국의 전통 음식을 배 우거나 파머스 마켓에서 한국의 토착 재료를 공부하는 모습을 많은 사람이 봐왔다. 그 모든 노력을 회사 지원이 아닌 자 비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덜 알려져 있다.

SJW 데이터베이스가 쌓인 덕분에 한국의 재료를 좀 더 한국적으로 쓰는 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고, 지금도 알아가고 있다. 항상 “저도 꼭 불러주세요”, “알려주세요”라고 부탁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어떤 배움의 기회도 놓치지 않고 흡수하고 싶다. 잘 알기 위해서다.


WWD 라망 시크레는 3년째 원 스타를, 이타닉 가든은 올해 원 스타를 획득했다. 공부도 어느 누구보다도 충분히 했고, 한국 셰프 커뮤니티에도 뿌리를 내렸다. 이제 스스로에게 만족할 때가 되지 않았나?
SJW 절대 만족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늘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려 노력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이성적으로 타협할 수도 있지만,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 때는 부족함을 인정하게 된다. 자괴감을 느끼고 스스로 나아지려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 더 잘하고 싶다. 더 정확하게 하고 싶다. 맛있는 음식을 하고 싶다.

WWD 맛있는 음식이란 뭔가?


SJW 모른다. 하지만 늘 추구한다. 아마도 세상의 수많은 사람 누가 먹어도 그냥 맛있는 음식이 맛있는 음식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먹는 사람의 개별적인 스펙트럼도 음식 문화권의 차이 이상으로 무한하게 다양하니까. 불가능을 추구한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불가능한 것을 이루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가며 성취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깨달음을 얻고 도를 추구하는 것 과도 비슷하다.

WWD 이타닉 가든은 이노베이티브 퀴진으로 분류된다. 요리를 대하는 그 구루 같은 태도와 잘 어울리는 장르다. 동시에 코즈모폴리탄적인 정체성에도 잘 어울리도록 코스가 짜여져 있어 흥미롭다. 한국적인 것에 대한 관점이 미묘하게 다르다. 우엉이나 멸치는 한국에서 하찮게 여겨질 만큼 흔한 재료이지만 이타닉 가든의 가을 코스에선 귀중한 역할을 담당한다.


SJW 레스토랑에 오는 가상의 고객을 상정할 때 나는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을 자연스레 떠올린다. 그 덕분에 재료를 사용할 때 과감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우엉은 한국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재료 중 하나다. 멸치도 마찬가지다. 내 관점으로 새로운 장점을 찾아내 사용하기 때문에 귀중하게 다룬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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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황실의 문양으로 쓰였던 오얏꽃 무늬를 튀일로 구워내 의미를 담았다. 간장에 절인 연어알과 구운 밤을 곱게 간 것. / Photograph by Lee Tae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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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으로 장식한 접시에 칡소 채끝과 전복을 담아 가을 색을 살렸다. 채끝과 전복을 교차시켜 한 덩이로 구워내 새로운 맛 조합과 질감 대비를 강조했다. 갖가지 가을 버섯 요리와 곁들여진다. / Phorograph by Lee Tae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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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수고방’의 오픈 키친에서 갓 만든 순두부 요리로부터 영감을 얻은 요리. 두부 커드 위에 달걀 흰자와 캐비아를 갈아 만든 화려한 베일을 얹고 국내산 캐비아를 듬뿍 곁들였다. / Photograph by Lee Tae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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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버섯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가을의 맛과 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세 가지 주전부리. 유기 접시 역시 특별히 제작한 것으로 굽 높이를 달리해 리듬감을 더했다. / Photograph by Lee Tae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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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종 작가에게 의뢰해 제작한 사과 볼에 담은 요리. 검붉은 색을 띤 달달한 감홍 사과 향을 살린 미음에 헤이즐넛의 고소함을 가미했다. / Photograph by Lee Tae Ho


WWD 재료를 조합하는 관점 또한 손종원 디시의 재미이고 완성도이다. 이를테면 달콤한 감홍 사과 미음에 헤이즐넛 파우더를 곁들인다. 음식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업데이트 하는 새로운 경험이 된다. 그러면서도 맛있고 조화롭다.

SJW <더 플레이버 바이블(The Flavor Bible)>이라는 책을 예전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항상 펼쳐 볼 수 있는 곳에 둔다. 실패 없는 재료 조합을 제시하는 책이다. 어느 시점까지는 참고하기 위해 보던 것인데, 이제 피해가기 위해 보는 책이 다. 누군가 했던 시도를 벗어나 새로운 것을 하는 도전에 힘을 쏟고 보람을 느낀다.


WWD 잘 따라 하기만 해도 성공이 보장되는 클래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조차도 누구에게나 쉽지는 않지만,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분명 쉬운 길이다. 굳이 그렇게 힘든 길을 선택하는 이유는?

SJW 내게 클래식은 이해해야 하는 기본이다. 새로운 것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모두가 잘 아는 것으로부터 어 떤 차이를 의도하는지가 중요하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그것이 내 아이덴티티가 된다고 생각한다.

WWD 이제까지 살아온 문화적 배경이 달랐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까?


SJW 중학생 때 미국에서 생활하면서부터 책임감을 배우게 됐다. 내가 원해서 한국의 진학 시스템을 거부하고 어린 나이에 유학을 갔고, 기숙사 학교에서 성장기를 거쳤다. 요리를 늦게 시작한 것도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책임져야 하는 큰 중압감이었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죽어도 요리를 해야겠다고 우겼던 만큼, 내게는 돌아갈 길이 없었다. 당연히 힘들었지만, 힘들다고 그만둘 수도 없는 선택이었다. 한국에 온 것도 내 선택이었고 이타닉 가든을 올해부터 맡은 것도 내 선택이었기 때문에 나는 불평하고 징징댈 수조차 없다.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해 랜덤하게 생계형으로 쉬는 날을 만드는 것 외엔 두 레스토랑을 오가느라 정기적인 휴일조차 가지지 못한다. 무거운 책임감을 스스로 만들고 감당해 나가는 식으로 살아왔고, 살고 있다.


WWD 한국의 다른 셰프들 중 좋아하는 셰프는 누구인가?

SJW 올해 <미쉐린><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은 레스토랑 ‘모수’의 안성재 셰프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에서 요리를 할 때부터 1호 팬임을 자칭할 만큼 일하는 모습 모든 부분에서 배울 점이 많은 대선배 같은 셰프다. ‘코지마’의 박경재 셰프 또한 존경한다. 나는 재료도 중시하지만 요리를 통해 많은 것을 구현하기도 하는데, 박경재 셰프는 매우 다르다. 위대한 재료의 숭고함을 전달하는 요리사다. 그 앞에 앉아 있으면 작은 학생이 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그분은 정작 말이 적고 당연히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지만 그 요리를 먹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느낌이다.


WWD 요리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고 있나?

SJW 문득 지나가면서 느끼는 삶의 모든 부분에서 영감을 맞아들이게 된다.

WWD 삶의 모든 부분이 요리로 꽉 채워져 있지 않던가? 공부하지 않으면 만들고, 먹는 시간 외에 개인적인 생활은 없어 보이는데.

SJW 그런 것 같다. 이번 가을 코스에서는 사찰 음식 식당에서 바로 만들어주던 두부 요리에서 영감을 얻은 내 방식의 두부 요리를 냈다. 새로운 겨울 코스에서는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새로 나온 그릇을 이용해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콘셉트인 ‘발우공양’을 시도해보려 한다. 다른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 사용했던 접시의 문양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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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 36층 최고층의 전망이 펼쳐지는 이타닉 가든. 창가에 나란히 둔 커플석 외에도 오픈 키친 섹션과 안락한 테이블, 프라이빗 다이닝 룸 등 다양한 TPO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 Photograph by Lee Tae Ho 


https://www.wwd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4288


  •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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