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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유용/추천 손종원 셰프 파트1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나만의 가치를 탐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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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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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전혀 다른 장르로 맛을 풀어내는 셰프 손종원의 주방은 실험실과도 같다. 수없이 많은 테스트를 거쳐 완성한 요리는 고전적 레시피와 과학적 근거가 균형을 이루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다. 



과학자를 꿈꾸던 공학도에서 전공과 무관한 요리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가족 대부분 공대 출신이거나 과학자인 분들이 많아요. 저 역시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자연스러웠죠. 중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미국 인디애나주 로즈헐먼 공과대학교 (Rose–Hulman Institute Of Technology)에 입학했어요. 성적은 좋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생각했을 뿐 학교생활이 그다지 재미있진 않았어요. 요리하는 걸 좋아했지만 직업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때에 우연히 미국 뉴욕 요리학교 CIA 근처를 지나가게 됐어요. 막연한 호기심으로 그곳에 들렀는데, 셰프복과 모자를 갖춰 입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학생들의 모습이 정말 멋지더라고요. 이후 머릿속이 셰프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죠.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교 4학년 때 요리에 입문했어요. CIA에 입학하기 위해 시애틀에 위치한 일식 레스토랑에서 1년 동안 일하며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웠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만큼 두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CIA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오거나 자영업을 하다 온 분들도 있다 보니 나이대가 다양해요. 그런데도 그땐 내가 너무 늦게 요리를 시작했다고 생각해 조바심이 났죠. 혼자만 느끼는 일종의 콤플렉스였어요. 그걸 극복하려고 더 악착같이 배우고 연습했던 것 같아요. 요리에 입문하기 전까지 스스로 내 인생을 결정해 본 적이 없었어요. 뭐가 됐든 내가 내린 결정이니 포기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버텼죠. 그런 점들이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미쉐린 스타가 어떤 의미인지, 파인 다이닝이 뭔지도 몰랐던 저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 거죠.



요리는 과학과 예술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학자의 꿈을 키웠던 시기가 요리에도 영향을미쳤나요?


팀원들에게 ‘요리는 마법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해요. 요리는 과학이고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어요. 분자 미식학의 창시자이기도 한 헝가리 물리학자 니콜라스 쿠르티 Nicholas Kurti가 남긴 말 중 ‘금성의 대기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문명이 수플레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니 슬프지 않은가’라는 얘기에 굉장히 공감해요. 조리 과정 중 일어나는 물리적・화학적 변화를 이해하면 레시피 개발 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죠. 학창 시절의 경험 덕분에 과학 관련 지식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순 있지만, 여전히 새롭게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모더니스트 퀴진 Modernist Cuisine> 시리즈는 수도 없이 펼쳐 봤고, ‘주방의 화학자’라 불리는 헤럴드 맥기 Harold McGee가 쓴 <음식과 요리>도 곁에 두는 책 중 하나죠. 그렇다고 과학에만 초점을 두고 원리 대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에요. 식재료의 품질과 창의성, 손님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서비스 역시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겉치레보단 본질에 집중하게 되면서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을 끄고 있어요. 점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나의 가치란 무엇일지 생각하게 돼요.”



이타닉 가든은 셰프님의 첫 한식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전에 해왔던 요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한식은 알 수록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분야예요. 장르도 굉장히 다양하죠. 미국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보니 늘 양식을 다뤘어요. 2018년 오픈한 라망 시크레의 헤드 셰프를 맡으며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한식을 공부하게 됐죠. 궁중음식연구원을 비롯해 여러 선생님의 강의를 찾아다녔고, 아직도 배우고 있어요. 늘 한국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컸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왔어요. 양식과 한식의 결정적 차이는 좀 재미없는 답이지만 장의 사용 유무죠. 모든 한식 요리가 장을 기반으로 만들어져요. 흔히 고추장을 넣으면 맛이 세고 텁텁해진다고 하잖아요. 저 역시 같은 생각을 가진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과감하게 장을 사용해요. 장 특유의 단점을 제거하고 보완해 균형을 맞춥니다.



요즘도 열정적으로 요리를 배우러 다닌다고요?


책이나 영상으로 얼마든지 배울 수 있지만, 이런 방식으론 온전히 제 것이 될 수 없어요. 수업을 듣고 나면 확실히 머릿속에 맛을 내는 법들이 각인되죠. 다양하게 알고 싶은 호기심도 있고, 항상 무언가를 배우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최근 가장 빠져 있는 건 개성 음식이에요. 한국 전통 요리하면 대부분 조선시대 식문화를 떠올리지만, 조선의 식문화는 고려시대 개성의 식문화가 한양으로 이어지면서 형성된 것이에요. 고려의 수도였던 덕분에 자원이 풍부했고, 바다와도 가까워 식재료가 다양했던 지역 특색이 음식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화려한 양념에 기대기보단 식재료 본연의 맛에 중점을 뒀다는 부분이 지금의 미식 문화와도 맞닿아 있고요. 병과도 꾸준히 배우고, 사찰 음식도 좋아해 선재 스님과 정관 스님을 찾아뵙기도 해요. 한식에 대해 깊숙이 알게 되며 프렌치나 양식을 다룰 때보다 음식에 접근하는 방식이 확장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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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의 라이프스타일이요. 요리를 시작한 이후 삶과 일을 분리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주방에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하고, 아이디어도 떠올라요. 아직은 그렇게 일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하고요. 전 정말 매일을 똑같이 지내는 사람이에요. 아침 운동 후 출근, 퇴근 후 집, 집 소파에 누워 책 읽다 잠드는 패턴이 반복되죠. 루틴이 있는 삶을 좋아해요. 일상의 안정감이 삶에 만족감을 높여주죠. 지금처럼 즐기며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요.



익숙한 것들을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는 미의식을 키우는 방법이 있다면요?


전시를 보거나 꽃시장에도 자주 들르는데 미적 감각을 기른다기보단,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 스스로를 노출하려고 해요. 산책이나 음악을 듣는 것처럼 일상적인 순간에 감정적 여유를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아름다운 것을 보며 느낀 기쁜 감정을 요리로 옮기기 위해 집요하게 테스트해 보는 것도 저의 방법이고요. 저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그걸 나열하지는 않아요. 사람은 계속 바뀌잖아요. 겉치레보단 본질에 집중하게 되면서 쓸데 없는 것들에 관심을 끄고 있어요. 점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나의 가치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돼요.



더 이상 요리를 하지 않는 자신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그때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할아버지가 됐을 때도 요리하고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이잖아요. 행복한 표정과 감각을 바로 앞에서 나눌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셰프는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개인적으로 직업 만족도가 정말 높아요. 나중엔 좀 더 캐주얼한 비스트로에서 요리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그게 아니라면 어디서든 디저트라도 만들고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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