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관세전쟁의 파도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통상 대응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슈퍼232조(무역확장법 232조)’를 앞세워 우리 기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데도 후속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가 하면 그 책임 소재를 두고도 부처간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산림청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입 목재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미 상무부의 조사에 한국 측 입장을 별도 제출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목재의 자국 시장 영향을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사실상 수입 구리 및 목재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수순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 품목이 자국 안보에 위협을 끼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사실상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마음대로 관세를 물릴 수 있어 슈퍼232조라고도 불린다.
이 법에 따라 미 상무부가 270일 이내에 조사 결과를 제출하면 대통령이 90일 이내에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부과된 25% 관세도 이 232조를 근거로 두고 있다.
행정명령과 함께 즉각 수입 목재 영향 조사에 나선 미 상무부는 이달 1일까지 약 한 달 간 각국 정부 및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조치가 불합리하다면 그 이유를 말하라는 것이다. 이에 중국, 캐나다, 베트남 정부 등이 관련해 정부 공식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기간 수입 목재에 대한 별도 의견을 미국에 제출하지 않았다. 절대적 수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매년 꾸준히 1000만 달러 이상 수출이 이뤄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목재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방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한국산 목재의 대미 수출액은 약 1556만 달러(약 221억 원)로,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목재 산업을 방임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목재 수출을 관리하는 산림청은 한 달 여간 진행된 절차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산림청은 “알았으면 검토를 했을 텐데 산업통상자원부 측에서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미 통상을 담당하는 산업부 측은 이에 대해 “산림청 소관 업무인데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기사/뉴스 [단독] 美 통상 협상 구멍 내놓고… 30일 간 알지도 못한 '넋 나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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