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주문 1시간 내 배송’을 앞세운 퀵커머스 시장에 유통업체들이 속속 발을 들이고 있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와 네이버, 생활용품 강자 다이소까지 가세하면서 기존 시장을 차지하고 있던 배달의민족(배민) B마트, GS리테일, 홈플러스, 컬리, CJ올리브영 등과 더욱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다만 우려의 시각도 있다. 빠른 배송 수요와 성장세를 바탕으로 각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실질적 수익 환원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여전해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시간 배송’, 유통업계 꽂힌 이유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35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약 3.5배 커졌다. 올해는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국내 퀵커머스 매출이 오는 2029년까지 연평균 7.4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1인당 매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는 퀵커머스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배경으로 국내 인구 구조와 소비 행태의 변화를 꼽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높은 인구 밀집도와 1인 가구 증가, 스마트폰의 보편화가 맞물리며 빠른 배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물가 속 ‘집밥’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신선식품이나 가정간편식(HMR)을 중심으로 한 근거리 빠른 배송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퀵커머스 시장은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지난해 기준 약 242조원)의 2% 수준에 불과해 성장 여력이 크다는 평가다. 배송 역량이 유통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주요 업체들이 앞다퉈 퀵커머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네이버·다이소 “우리도 퀵커머스 한다”
최근 퀵커머스에 도전장을 내민 유통업체의 진입 방식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직접 물류망을 구축해 운영하던 초기 모델 대신 플랫폼과의 제휴나 기존 매장을 활용하는 비용 효율 전략을 채택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이마트는 지난 2022년 ‘쓱고우’로 퀵커머스에 도전했지만 수익성 확보에 실패하며 1년 만에 철수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1월 이마트 왕십리·구로점이 배달의민족(배민) 앱에 입점하며 퀵커머스 서비스를 재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동탄점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쓱고우가 이마트 점포가 없는 도심지역에 물류거점(MFC)을 구축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배민에 입점해 기존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비용 효율성을 높였다. 이마트는 향후 수도권 외 지역 점포에서도 시범 운영 방안을 검토 중이다.
네이버 역시 올해 안에 퀵커머스 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자체 쇼핑앱을 출시하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오늘 배송’, ‘내일 배송’, ‘새벽 배송’ 등을 도입하며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가 새로 선보이는 배송 방식 중에는 주문 1시간 내외에 상품을 배달해 주는 ‘지금 배송’도 있다. 네이버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오픈마켓 특성상 입점사를 끼고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에는 다이소가 서울 강남과 서초, 송파 등 일부 지역에 ‘오늘배송’ 서비스를 시범 도입하며 퀵커머스 시장에 발을 들였다. 향후 매출 추이에 따라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속도’는 기본···결국 브랜드·콘텐츠 싸움
현재 유통업계 퀵커머스 시장은 배민B마트를 운영하는 배민과 편의점 GS25·슈퍼마켓 GS더프레시 사업을 하는 GS리테일,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 등 다수의 기존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CJ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컬리의 ‘컬리나우’ 등도 있다.
이들 기업은 각각 배달 플랫폼, 오프라인 매장망, 프리미엄 식품 큐레이션 등 고유의 강점을 바탕으로 틈새 수요를 공략해 왔다. 하지만 점차 시장 내 경쟁 체제가 첨예한 구도로 좁혀지면서 보다 근본적인 차별화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퀵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단순한 ‘속도전’에서 ‘콘텐츠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시간 내 배송이 대체로 평준화된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은 결국 상품 구성력과 브랜드 신뢰도, 전반적인 쇼핑 경험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퀵커머스는 빠른 배송을 원하는 특정 수요층을 겨냥한 서비스인 만큼 수요 예측과 비용 효율화 전략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고물가 속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려면 플랫폼마다 정교한 운영 모델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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