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신병3'의 기세가 무섭다.
다이어트를 할 때 '진짜 무서운 건 아는 맛'이라는 말이 있다. 산해진미가 아닐지라도 이미 알고 있어 입에 침이 고이고 손이 가는 음식이 있다. ENA 드라마 '신병3'은 그런 매력이 있다. 군대 이야기는 시트콤 '푸른 거탑'과 드라마 'D.P.' 등으로 익숙할 법도 계속 눈이 간다.
'신병'은 세 번째 시즌을 맞았고, 매회 시청률이 오르며 순항 중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15일 방영된 '신병3' 4화는 시청률 2.5%(전국 유료 가구기준)를 기록했다. 1회를 1.7%로 출발한 '신병3'은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중이다.
'신병3'은 박민석(김민호 분)을 중심으로 군부대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드라마다. 시즌1때부터 함께한 최일구(남태우 분), 임다혜(전승훈 분), 강찬석(이정현 분) 등이 그대로 등장해 재미를 보장한다. 이들은 조금씩 계급이 올라가 있고, 심지어 최일구는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이다. 이제는 군생활에 익숙해질 때가 된 박민석은 여전히 미숙한 모습으로 사건사고의 중심에 선다.
'신병'은 크리에이터 장삐쭈가 만든 동명의 콘텐츠를 드라마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12년 군부대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군대에서 있을 법한 인물과 에피소드를 리얼하게 담아 인기를 모았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자는 군대에서 20대의 일부를 보내야 한다. '신병'은 다양한 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군대의 기억'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사회에서 격리된 곳에서 보낸 군대에서의 시간을 좋게만 기억할 수는 없다. 훈련이 고된 것도 있지만, 낯선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게 더 문제다. 이곳은 갈등이 필연적이며 과거엔 상급자의 폭력과 부조리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신병'은 그 혹독한 시절을 건드리며 남자들의 PTSD를 자극한다.
"옛날 내 이야기인데"라며 몰입하게 하는 장면이 많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이제는 복무할 일이 없는 시청자는 과거보다 열린 마음으로 군대에서의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아니면 혹독한 시간을 견뎠다는 것에 안도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드라마에 빠질 수도 있다. '신병'은 PTSD와 추억 어딘가의 감정을 건드리는 기이한 드라마다.
그렇다면 군대를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게 '신병'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일단, 신선한 공간과 문화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다. 같은 나라 안에 있으면서도 군대는 계급 문화 아래 사회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낯설고 새롭다. 점호, 모포 털기, 총기 분해 등 군대에서의 일은 현실에서는 경험할 일이 없는 것들이라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군대를 경험하지 않더라도 회사 등의 조직 문화를 경험한 이들에게 '신병'은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요소를 던져준다. 회사처럼 군대에도 상급자와 하급자가 있다. 그리고 신입 사원은 조직에 걸맞은 인재로 성장해 나간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관리자의 위치에서 지시를 하는 단계가 온다. '신병'은 이런 요소를 압축적으로 담았다. 이 과정에서 개성 강한 인물을 통해 조직 속에 있을 법한 다양한 구성원들을 표현해 냈다.
'신병3'의 인기를 설명할 때 '웃음'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장삐쭈는 '신병'의 원작에서 군인의 애환을 코미디로 승화시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 드라마 역시 그 포인트를 잘 살려 매회 웃음을 만들어 낸다. 최근 우리는 산불과 대통령 탄핵 등 혼란스러운 사건을 많이 겪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마음껏 울 수 있는 여유인지도 모르겠다. '신병'은 그럴 시간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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