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권한대행은 “‘토론을 하면 결국 현재의 결론에 이른다’는 게 저의 처음 생각이었다”며 “다만 설득에는 시간이 걸리며 받아들이는 데는 사람마다 시간 차이가 있어, 급한 사람이 늦는 사람을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득에 4개월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재판관들이 심리를 하고 평의를 계속하다 보면 결국 ‘만장일치’라는 지금의 결론에 이르고, 다른 재판관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야 한다고 본 것이다.
‘때로는 국민 정서나 정치 상황도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문 권한대행은 “야만이 지배할 때 다수의 의견이 기준일 필요는 없다”며 “그것은 여론이 아니고, 문명이 지배할 때 다수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어느 경우에나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게 옳지 않고, 내가 내린 결정을 내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대에 대한 분별력, 다수 의견에 대한 경청, 마지막은 성찰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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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 등으로부터 협박을 받은 사실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문 권한대행은 “최근에 블로그에 글을 거의 안 올리고 있다”며 그 이유로 “블로그에 글을 쓰면 죽일 듯이 달려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무 말을 안 해도 살해 협박과 문자와 전화 폭탄이 왔다”며 “이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지냈다”고 말했다.
문 권한대행은 4월 9일 취임한 마은혁(62·29기) 재판관에게 당부한 세 가지도 밝혔다. 그는 “첫 번째 당부는 ‘상수가 되지 말고 변수가 돼라’였다”며 “항상 결론을 정해둔 사람과 협력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고 했다. 두 번째는 “‘주된 가치는 지키고 종된 가치는 버려라’였다”고 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부차적인 것들을 양보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문 권한대행의 마지막 당부는 ‘주문을 취하고 이유를 버려라’였다. 그는 “(주문과 이유 사이의) 논리의 일관성을 완성하는 일은 학자들의 영역이다. 정치한 논리로 (다수의견) 6표까지 확보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써달라는 대로 다 써주되, ‘그러나 주문에 이 내용은 꼭 넣어달라’고 부탁하라고 신임 재판관에게 당부했다. 그것이 제가 6년을 버틴 비결”이라고 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러나 “윤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 ‘주문을 취하고 이유를 버리라’는 이야기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토론을 지속한다면 결국 결론이 만장일치에 이를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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